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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추리문학을 드라마로2-인간의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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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소개했듯 마츠모토 세이쵸는 세이쵸 월드라는 고유의 장르를 구축하여 왕성하게 2세대를 배출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먼저 꼽히는데 얼마 전 변영주 감독이 만든 영화 <화차>의 원작이 그녀의 작품이다. 또 대중적 인기를 두루 누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세이쵸 2세대로 이 코너에 그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된 적 있다. (<백야행>, <갈릴레오> 등의 원작자다.) 오늘 소개할 작품의 원작자는 세이쵸 2세대 중 ‘증명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다.

1933년 생인 모리무라 세이치는 평범한 호텔맨으로 인생을 살다가 소설가가 되었다. 첫 소설은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했으나 69년에 발표한 <고층의 사각>으로 제 1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추리소설 작가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본 추리문학 장르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상이다.) 이후 꾸준히 추리소설을 발표하던 그는 76년작 <인간의 증명>을 시작으로 <청춘의 증명>, <야성의 증명>으로 이어지는 증명 시리즈로 사회파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증명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그의 인기 연작물 ‘무네스에 형사 시리즈’의 주인공 무네스에가 처음 등장하는 <인간의 증명>인데 이 작품은 집필 의뢰단계부터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였고 영화로 첫 제작된 후 단편, 장편 드라마로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다. 오늘은 그중 후지TV에서 2004년에 제작한 드라마판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전혀 접점이 없는 네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형사 무네스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의 아버지의 죽음, 도쿄 오다이바에서 일어난 흑인 청년 살인사건, 오야마다 후미에라는 여성의 실종사건, 그리고 주부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코오리 교코가 출마한 카나가와 현(縣)지사 보궐선거다.
어린 시절 주둔 미군의 기지가 있었던 요코스카에 아버지와 함께 살던 무네스에 코이치로는 1975년 크리스마스, 집으로 귀가하던 중 미해군들이 한 일본인 여성을 폭행하려는 현장을 목격한다. 무네스에의 아버지가 그들을 말리다 여성이 달아나자 미군들은 화풀이라도 하듯 그를 집단으로 구타하지만 이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출동한 경찰조차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집단린치로 얻은 병으로 인해 무네스에의 아버지는 사망하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무네스에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 이외의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 형사로 근무하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않아 그는 가해자에게 이성을 잃고 심한 폭력을 휘두르며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관할서의 형사로 있던 그런 그의 능력을 눈여겨 본 경시청의 나스 계장이 그를 수사 1과로 불러들인 후 무네스에가 가장 처음 맡은 사건이 바로 흑인 청년 변사체 사건이다. 신원 미상의 이 외국인 청년은 칼에 찔린 채 육교를 건너와 ‘스토하’라는 알 수 없는 단어를 웅얼거리며 죽었다. 무네스에는 평범한 중년의 형사 요코와타리와 팀이 되어 사건을 조사하면서 흑인 청년이 죠니 헤이워드라는 미국인임을 알게 되고 그의 소지품에서 사이조 야소의 오래된 시집도 발견한다. 시집 속의 <밀짚모자>라는 제목의 시로 실마리를 잡은 무네스에는 죠니가 죽으며 말한 ‘스토하’라는 단어가 ‘스트로햇(밀짚모자)’라고 추측한다. 일본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국인 청년이 어째서 일본에서 출판된 옛날 시집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고자 무네스에 측은 미국 경찰 측에 수사를 청탁한다.

도쿄의 또 다른 곳에선 오야마다 후미에라는 여성이 실종된다. 하체불구의 오야마다 타케오는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녀를 찾아다니다가 마지막 목격자이자 아내의 내연남이었던 니이미 타케시를 만난다. 남편과 내연남이라는 불편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둘은 후미에를 찾기 위해 어색한 연합을 결성한다. 후미에는 귀가 도중 우연히 한 청년이 권총을 소지한 것을 목격하고 그에게 납치 후 감금되어있다. 이 청년은 카나가와 현(縣)지사 보궐선거에 남편을 대신하여 출마한 유명 에세이스트 코오리 교코의 아들 코오리 쇼헤이다.
코오리 교코는 에세이스트로, 모범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는 주부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쓴 가면일 뿐이다. 잘 나가는 자산가 겸 정치가의 아내, 완벽한 어머니를 연기할 뿐인 그녀에게서 체온이 느껴지는 따뜻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들 쇼헤이는 흥청망청 살다 의도치 않게 마약과 권총을 손에 넣게 되고 이를 버리려다 마주친 후미에를 우발적으로 납치했다. 그것이 어머니의 선거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쇼헤이는 후미에를 별장에 감금시키고 초조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의외로 끈질기게 후미에의 행적을 쫓는 타케오와 니이미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자 결국 후미에를 살해한다. 아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선거 준비에 열중하던 교코의 앞에는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소마 하루미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한편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인 죠니 헤이워드 살인 사건을 쫓던 무네스에는 죠니가 주둔 미군이었던 아버지와 일본인 호스티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호스티스의 이름이 소마 하루미인 것까지 알아낸다. 하지만 소마 하루미와 죠니를 알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는 무네스에가 찾아가기 바로 직전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고,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소마 하루미 역시 무네스에 팀이 찾아가기 바로 직전 투신자살한다. 목격자와 중요 참고인이 모두 사망하여 수사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무네스에는 다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죠니 가족에 대한 수사를 하고 죠니의 어머니인 소마 하루미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 안내를 맡은 현지 경찰 켄 슈프턴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린치했던 미해군 중 한 명이었음도 알게 된다. 무네스에가 평생 트라우마로 안고 온 그 사건에 대해 가해자인 켄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죽은 죠니의 어머니, 후미에 실종사건, 그리고 무네스에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산발적인 세 가지 사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의문점이 해결될수록 뚜렷한 접점을 드러내는데 그 접점은 바로 코오리 교코다. 미국에서 돌아온 무네스에는 공식 선거 일정이 모두 끝나는 날 코오리 교코를 임의동행하여 취조실 안에 마주 앉는다. 무네스에의 과거와 코오리 교코의 과거가 30여 년 만에 정면으로 재회한 것이다. 마지막 회의 절반 이상이 담긴 취조실 장면은 과거를 지우며 끊임없이 도망치고자 했던 코오리 교코와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나 결국 그것을 직시하고자 했던 무네스에의 심리전으로 이루어졌다. 극이 전개되며 네 개의 사건이 마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던 것을 끈기 있게 풀어 결국 하나의 선이 되고, 그 실의 양쪽을 무네스에와 코오리가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마지막 순간, 실을 잡고 있던 한 쪽의 손을 놓게 만든 것은 죠니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사이조 야소의 시다.

77년 영화화 이후 오늘 소개한 후지 TV의 2004년판이 TV 드라마로는 4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주인공인 형사 무네스에 역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코오리 교코 역에는 중견 여배우 마츠자카 케이코, 무네스에의 유일한 친구인 저널리스트 모토미야 키리코 역은 이전 소개한 <결혼 못하는 남자>의 히로인 나츠카와 유이, 무네스에의 파트너 형사로 나오는 요코와타리 역은 오오스기 렌이 맡는 등 주요 캐스팅도 원작만큼 묵직하다. 마지막 회, 취조실 안에서 사이조 야소의 시를 읊는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목소리는 그 외에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마음을 움직이고, 코오리 교코가 평생 쥐고 있던 거짓을 놓고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눈물과 미소가 섞인 묘한 표정을 연기한 마츠자카 케이코의 연기는 그 장면을 위해 10회까지 드라마가 달려온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국내에서는 작년 호평을 받은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차용했다. 하지만 <로열 패밀리>를 보고 이 칼럼을 읽었다면 같은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 <로열 패밀리>는 원작에서 ‘과거를 숨긴 여인과 그녀가 죽인 흑인 아들’이라는 사건만 가져왔을 뿐이다. 그래서 <로열 패밀리>에는 형사 무네스에 대신 로맨스와 정의를 담당하는 젊은 남자 변호사가 등장하고, 인간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코오리 교코 대신 가련한 운명의 여인 K를 등장시켜 끊임없이 그녀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고통 받았고, 고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녀에게 면죄부를 쥐어준다. 원작과의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전혀 유사성이 없는 작품이어서 아마 제목 역시 원작과는 상관없는 타이틀을 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원작은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겪어온 사회를 향해 이 시대를 살며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쉬지 않고 질문하기 때문이다. (<로열 패밀리>가 좋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원작 속에 자리 잡은 사회 문제를 완전히 들어낸 대신 그 자리를 개인의 욕망으로 채운 스토리텔링 속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사회파 추리소설답게 <인간의 증명>에 다양하게 배치된 사회 문제는 주둔미군의 치외법권 행위, 관성적인 경찰 조직으로 대표되는 무능한 공권력, 일본 단카이 세대의 자화상 등이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전범국가지만 전쟁 이후 자국 내에서 미국과 연관되어 벌어진 일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자국민의 삶을 무참하게 짓밟는 미군들이 주둔한 지역에서 저지르는 무분별한 행위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벌어지고 있고 생계를 위해 미군들에게 몸을 팔았던 여성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손가락질 받으며 그림자 같은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렇다. 야쿠자와 결탁한 건설업자들과 뒤에서 암묵적으로 협력한 공권력이 폭력과 협박으로 서민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개발을 감행하여 세워진 신시가지의 모습 또한 우리와 닮았다.

원작자인 모리무라 세이치는 전쟁반대주의자이며, 한때는 일본 공산당을 지지하기도 하였고 1981년에는 2차 대전 당시 731부대로 대표되는 일본군의 만행을 밝히는 작품, <악마의 포식>을 발표했다. 소설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직접적인 행보를 보여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러한 그가 몇 해 전, 일본의 만행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뜻으로 국내에 왔을 때 함께 동행한 이들은 합창단이었다. <인간의 증명>에서 과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죄를 반복한 등장인물에게서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그 무엇을 끌어내기 위한 결정적 방아쇠가 된 것이 ‘시’였다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시’,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를 소개한다.

어머니…
제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네. 여름날, 우스미에서 키리즈미에 가는 길에, 계곡에 떨어뜨렸던 그 밀짚모자요.
어머니,
그건 정말 좋아했던 모자였어요.
전 그 때 많이 분했어요.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왔는걸요.

어머니,
그 때, 저편에서 젊은 약장사가 왔었죠, 아마.
감색의 토시에 각반을 한.
그리고 주워주려고 굉장히 애를 썼죠.
하지만 아무리 해도 주울 수 없었죠.
어쨌든 깊은 계곡이었고, 거기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던 걸요

어머니,
정말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그 때 옆에 같이 피어있던 말나리 꽃은, 이제 다 말라버렸겠지요,
그리고, 가을에는, 잿빛 안개가 그 언덕을 가득 채워, 그 모자의 아래에서 매일 밤 귀뚜라미가 울어 댔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머니,
그리고 분명 지금쯤이면
오늘 밤쯤엔, 그 계곡 사이로, 조용하게 안개가 내려 앉아 있겠지요.
옛날, 반들반들하게 윤이 났던 그 이탈리아 밀짚모자와
그 안쪽에 제가 쓴 Y.S라는 머리글자를 지워 버리려는 듯, 조용하고 쓸쓸하게

<밀짚모자> , 사이조 야소

덧붙여 원고를 쓰기 위해 다시 본 드라마에서 가장 무겁게 남아 있는 등장인물은 소마 하루미다.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엔, 요즘 불거진 일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극 후반부에 투신자살한 소마 하루미라는 인물은 20대였던 1960년대에 전공투의 일환이었던 캐릭터다. 전공투는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의 약칭으로 6,7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연합이다. 60년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에 반대하는 이른바 ‘안보투쟁’으로 촉발된 일본의 학생운동은 10여 년간 일본의 대학가를 점령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69년 절정에 달했고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소설에도 자주 등장한다. 일본 학생운동의 전개는 우리나라 7,80년대 학생운동과 비슷하지만 그 결말과 결과는 아주 다르다. 일본의 전공투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진파가 두드러지며 무장투쟁 노선을 채택하였고 그 결과 72년 ‘아사마 산장 사건’ 으로 대표되는 굵직한 몇 건의 유혈사태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그 지지를 잃고 적대시되었다. 그래서 각 대학 전공투의 주도적 인물들은 여전히 일본 공안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격리에 가까운 취급을 당하여 사회적 성취나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문화계로 진입하여 서브컬쳐산업의 중심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사우스 바운드>의 주인공 부부처럼 사회와 등을 진 채 무정부주의자로 살고 있는 이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들 중에 정치인이 된 사람도 없지 않지만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의 386 세대와는 처우가 다르다. 당 작품 속에서 무네스에가 소마 하루미에 대해 수사를 하며 만난 그녀의 지인은 자신이 그녀를 ‘전공투로 끌어 들인 장본인’ 이라며 그 시절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골프용품점 사장이고, 그녀와 같은 나이대인 단카이 세대의 동료 형사들은 치열하게 들끓었던 그 시절을 꿈꾸는 듯 아련한 표정으로 회상한다. 소마 하루미는 전공투 중에서도 급진파였고 그녀가 20세에 낸 논문은 저명한 사상가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빛났으며 후에 해외로 건너가 무장투쟁을 하다가 밀입국한 전과까지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후 그녀는 정치 입문을 앞둔 코오리 교코에게 찾아가 폭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고, 그녀의 선거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가 자신과 손을 잡고 천하를 정복하자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코오리 교코와 그 비서는 그녀가 애처롭기까지 한 과거의 망령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빛났음은 부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그녀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 이쯤에서 과거라도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에 그녀는 결국 자신의 논문을 불태우고 빌딩 위에서 몸을 던진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은 있다. 모든 것이 반짝거리던 그 시절에는 몸에 밴 땀내조차 향기롭게 기억되니 누구라도 그 시절에 머물고 싶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어떤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아무리 빛나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초침이 이동하는 동시에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진보라고 주장했던 그들이 소마 하루미처럼 과거의 망령인 채로 살거나, 그 시절의 일을 무용담인 양 자랑하는 높으신 분의 자리에서 멈춰있지 않았으면 한다. 고여 있으면, 진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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