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화요일 위클리 편집위원들이 두물머리에 방문했습니다. 두물머리에는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물머리를 관통하는 자전거도로를 반대하며 불복종 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기나긴 싸움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지쳐 떠나가고 두물머리에는 이제 4명의 농부가 남았습니다. 4명의 농부들께서 시간을 내어주셔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습니다.
터무니없는 보상규모
몇 년이 지난 기나긴 싸움기간 동안 많은 농민들이 보상을 받고 두물머리를 떠나갔습니다. 유기농가 11농가 중 7농가는 보상을 받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보상규모가 터무니 없습니다.
경기도가 농어촌발전기금을 통해 3년 거치 17년 상환, 금리 1.5%의 조건으로 농지구입자금을 융자해 주기로 하고 나갔습니다. 그저 마련해 준 것도 아니고, 빚을 지운 거죠. 2천평 구입한다고 하면 5억 정도 드는데, 한해 이자만 1천만원 돈입니다. 원금까지 갚으려면 답이 안 나옵니다. 물론, 여기만한 옥토는 구할 수도 없고.
지금 두물머리는 양평군에서 제기한 경작금지와 공사업체에서 제기한 4대강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재시켜 보려는 법원 판사가 보상금 500만원에 합의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5억이면 생각해 보겠다며 코웃음을 칩니다.
자전거 도로? 두물머리 대안이 더욱더 공익적인 것 아닌가?
정부에서는 사업상 이유근거로 공익적 공원조성을 주장하다 보니, 농부 아저씨들도 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들이 말하는 공원은 농업공원입니다. 한강공원 같은 곳 이곳에 또 만들면 뭐하냐고 반문합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마련한 ‘두물머리 대안’은 자전거 도로와 생태적인 공원정비, 그리고 기존의 유기농업이 공존하는 농업공원 형태입니다. 그런데 국토부와 경기도는 ‘농업’의 ‘농’자도 꺼내지 말랍니다.
자전거 도로를 반길 것 같은 자전거 동호회가 오히려 두물머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전거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위해 두물머리에 방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농업공원 새로운 대안모델로 각광받아
농업공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농사를 즐겨 짓는 편집위원이 한마디 거듭니다. 그저 구경하는 공원이 아니라, 참여형 공원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여형 공원에는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 썩 괜찮은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최근에 서울시에서 개장한 노들섬 텃밭도 그런 형태의 공원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곳에 한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노들섬에서 이루어지는 농사도 환경파괴 때문에 유기농으로 지어야 한답니다. 그러자 농부 아저씨께서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며 무릎을 탁 칩니다. 노들섬도 작은 섬인데 유기농이 환경을 파괴시킨다면 그것도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유기농이 환경파괴라 말하는 정부기관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말합니다. 그는 법정 투쟁 중에 환경영향 평가가 있었다며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유기농업이 강을 오염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데, 전문가에 따르면 그 오염 수치는 너무나 미약해서 수치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팔당대교 상박에서 강으로 유출되는 중금속이나 기름성분이 더 문제죠. 농사에 대한 증오가 노골적입니다. 조상중에 농사꾼한테 맞아 죽은 사람이 있나 생각할 정도로.
언제부턴가 경기도는 지속적으로 유기농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홍보하는 환경 파괴 요소는 두물머리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 자체에 딴지를 거는 것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니 농부들이라 그런지 농업정책 자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귀농을 적극 권장 홍보하며 지원하고 있는데, 농사 잘 지어지는 두물머리에서는 농사지으면 왜 안 되냐고 묻습니다. 그들이 지적하는 것은 귀농도 결국 농사를 사유화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두물머리는 생협과 연계하여 계획생산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혼자서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두물머리 유기농업은 젊어요. 40대 초반 젊은이들이 유기농업을 하려고 들어오고 있어요. 유기농업을 금지하고 기업에 팔아치우려는 건 한국 농업의 미래를 팔아치우려는 거에요.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니깐요. 저치들 지방 땅값 올릴라고 저러는거 아냐?
사유화하는 국가 공익을 주장하는 개인
두물머리 부지는 국가의 땅입니다. 농부들은 국가에 점용권을 부여받아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이 점용권의 갱신은 매번 관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점용권 갱신 절차가 요식행위에 가까워서 최근에 이루어진 점용권 부여 기간은 무려 5년이었다고 합니다. 2007년에 이루어진 점용권 갱신 이후 만료기간은 올해입니다. 그래서 두물머리는 지금 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도 관습적으로 갱신되는걸 아는 거지요. 매년 하는게 귀찮으니까 최근에는 5년이나 해줬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편집위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어민들의 어업권도 이 같은 방식으로 사유화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 누구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점용권 부여로 통제하고 있던 것을 거대기업의 손에 넘기는 것이지요.
우리는 애초부터 우리에게 없었던 사적 소유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공유지의 공적인 사용, 즉 유기농업의 미래를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국토부가 원하는 건 우리를 쫓아내고 친수구역특별법을 적용해서 두물머리를 기업에 팔아 치우려는 거에요.
점용권이 다음 세대로 넘겨지는 과정도 공공적입니다. 농사짓기를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어 농사를 지을 수 힘들게 된 사람이 함께 가면 공무원에게 가서 점용권을 넘겨지는 식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싸움에서 이긴다면 두물머리는 어떻게 될까?
싸움의 과정에서 이미 두물머리는 공공화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곳에서는 불복종 텃밭이라 불리는 여러 텃밭이 일궈지고 있습니다. 그 면적이 굉장히 넓습니다. 공무원들은 4명의 농부아저씨들을 대상으로 불법경작명목으로 고소장을 날리지만, 그들만으로 넓은 텃밭이 일궈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 넓은걸 우리 네명 이서 어떻게 다 한단 말이요? 함께 불복종 텃밭 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가족단위도 많아요. 이미 주말농장으로 공공적으로 이용되는 부분도 있어요. 사람들이 4명의 농사꾼만 싸우는 것 같이 보는데, 사실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기도 해요. 이미 두물머리는 4명의 것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싸움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두물머리가 사유화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2년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생명평화 미사를 드리는 천주교 신부, 수녀, 신도님들과 이번에 ‘밭전위원회’로 조직화된 젊은 친구들이 있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미사를 드린다는게 엄청난 힘이 있더라구요. 젊은 친구들은 활력도 주고 실무적인 일들을 거의 다 도맡아 주고 있어요. 그들의 문화가 새롭고 신나고 힘을 줘요. 이 싸움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곳과 단절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싸움의 과정에서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묶였습니다. 그들은 유기농사와 건강한 문화가 공존하는 두물머리를 꿈꾸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