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법정르뽀. 박정근 사건 “앗, 인공기다” 바로 신고!

- 황진미

# 30분만에 끝난 2차 공판, 증거목록 중 변호인측 부동의가 절반 이상

[2차 공판] 2012년 4월 18일 10시에 있었던 2차 공판은 약 30분 만에 끝이 났다. 박정근은 지난번 공판 때와는 달리, 잠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새로 바뀐 이원모 검사는 뭔가 예습을 안 해온 학생마냥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반면 변호사는 무척 의욕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기일에 변호인의 모두진술에 대해 검찰 측이 의견서를 만들어 판사에게 제출하였다. 판사는 훑어보고 변호인에게도 읽어보라고 주었다. 관할위반에 대해서는 적법한 강제에 의한 것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공소재판의 지준은 공소시점이고 공소당시에 수원에서 구속수사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최근 희망버스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가 관할규정을 피의자들의 주소지로 옮겨준 예가 있어서 관할규정이 서울로 변경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공소장 일본주의, 즉 공소장에 트위터의 내용을 인용했던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오해를 불식시키는 자원에서 일부를 변경하여 공소장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변호인은 또한 박정근이 리트윗한 북한계정(우리민족끼리)의 트윗에는 북한관련문건이 링크되어있었지만, 당시 그것을 클릭하였을 때 접근이 차단되어 내용을 볼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박정근은 그런 우회경로를 이용하지 않았고 문건을 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이 문건을 본 것으로 전제하고 기소한 것이라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측 의견서에 트위터가 표현물에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없는 것 같다고 물었다. 검사는 수세적으로 표현물로 보는데 이의가 없을 것 같다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고, 판사는 핵심적인 내용은 아닌것 같다고 했다.

변호인은 검사측이 제시한 증거목록에서 부동의 하는 것을 일일이 나열하였다. “1번, 3번, 5번 부동의…..96번, 97번 부동의, 99번 내용부인….168번, 170번,172번 부동의….”  이런, 물반 고기 반이라고, 대충 들어도 부동의가 반 이상인것 같다. 그리곤 새로운 트위터 항목을 뽑은 증거서류를 링 제본을 떠서 판사 측에 내밀었다. 전화번호부 두께 2권에 수련장 두께 한권 분량이다.

증인신청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음 공판에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이00 (한예종 학생처장)과 박정근에 관한 진술서를 썼던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공판은 5월 16일 3시로 정해졌다.

# 한예종 학생처장 이00, “인공기 같은게 보여서, 바로 신고”

[3차 공판] 2012년 5월 16일. 3시에 잡혀있던 공판은 앞선 사건의 공판이 늦게 끝나고 담당 검사가 늦게 오는 바람에 45분이나 지나서 시작되었다. 박정근은 다시 새신랑 같은 자세로 방청객을 맞았다. 변호인은 공판이 시작되자 검사가 지난번 공소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성명할 것이 있다“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판사는 증인심문부터 하자고 제지했다.

검찰 측이 신청한 이00 증인은 한예종의 학생처장이었다. 검사는 증인에게 박정근은 아느냐고 물었다. 증인은 모른다고 답했다. 검사는 증인의 진술서를 보여주면서, 본인이 자필로 작성한 것이 맞는지, 작성경위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00 : 학생과에서 교내의 게시물을 관리하는데, 게시물 관리규정상 학생들이 게시물을 부착할 때는 신고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 한명이 신고 되지 않은 게시물이 학내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가보니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식당 입구에 게시물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내용이 이상하다고 판단되어 종암경찰서에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판사는 증거서류에 첨부되어 있는 문제의 게시물 사진을 스크린에 확대해서 보이게 하였다. 스크린에는 (박정근의 친구들이 플픽으로 많이 사용한) 박정근이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찍은 사진을 여러 방식으로 패러디한 사진들 여러 장이 빼곡히 이어 붙여진 모양이 비춰졌다. 그 아래로 북한의 선전포스터에 박정근의 얼굴을 패러디해서 넣은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이 여러 장 이어 붙여져 있었다. 이 게시물을 찍은 사진 밑에는 “이적표현물”이라는 수사당국이 써넣은 주석과 그 아래에는 “새벽시간대에 피의자가 불온게시물을 부착한 것으로 추정” 뭐 이런 글자도 보인다.

검사 : 그때 본 게시물이 이것이었습니까?

이00 : 잘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사진이 이런 게 아니라 한 장으로 된 긴 그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잘 모르겠고…여러 사진 중에 인공기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되어 종암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자료를 수거를 해 갔으니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검사 : 이상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뭐죠?

이00: 인공기 같은 것이 있어서…내용에 문제가 있어보여서…경찰이 판단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변호인의 반대 심문이 이어졌다.

변호인 : 그림이 이렇게 조각조각 이어진 것이었습니까. 하나의 그림이었습니까?

이00: 잘 기억이…종암경찰서에 이첩했으니 거기에 확인을…

변호인 : 인공기를 보셨다고 했는데, 인공기가 여기 그림처럼 낫과 망치가 그려진 모양이었습니까, 별이 있는 모양이었습니까?

이00: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스크린에 비춰진 우스꽝스러운 패러디 물을 가리키면서, 당신이 대충보고 지레 놀라 신고한 것이 인공기가 아니라 이런 조잡한 패러디물이 아니었느냐고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변호인이 가리키는 그림을 유심히 보니, 낫과 망치가 그려져 있는 소비에트 국기 아래의 박정근, 중국 오성기 아래의 박정근, 조금 큰 그림은 김일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박정근, 미제의 승냥이가 그려져 있어야 할 자리에 박정근, 혁명의 전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박정근의 얼굴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볼수록 빵 터지는 ‘가라’사진들이다. 그 사진들 아래에는 “피의자가 제작한 불온게시물 가로 4m 58cm, 세로 43cm” “북한 선전용 포스터를 인용, 이적표현물 제작” 이라는 수사당국의 친절한 주석이 붙어있다. 어디를 봐서 “이적(적을 이롭게 함)” 이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변호인 : 증인은 이 사진을 보고 남한이 적화통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셨나요?

이00 : 부적절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판사 : 그냥 본인의 느낌을 말하면 됩니다.

이00 : 모르겠습니다.

변호인 : 이 사진 속의 얼굴이 지금 피고인석에 있는 박정근씨의 얼굴과 같지 않습니까?

이00 : 모르겠습니다.

변호인 :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이00 : 그런 것 같습니다.

변호인 : 저 사람이 “장군님 빼빼로 사주세요” “통큰 치킨 앞에 무너지는…” “주체주체 웁니다. 갓난아이들은 옹위옹위하고 웁니다” “3대 잉여세습”, “작년 6월11일 북한미사일 유엔제제…김정일 급사” 등의 트윗을 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00 : 모릅니다.

변호인 : 한예종은 학생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 사진들은 한예종 학생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아셨나요?

이때 박정근이 이 사진들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발언을 요청하였으나, 판사는 변호인과 상의해서 하라며 제지하였다. 변호인은 박정근의 말을 옮겨 “그것을 제작한 학생이 누군지 알고 있고, 그 사진은 한예종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학교에도 부착됐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박정근이 아닌 누군가가 박정근의 얼굴을 집어넣은 패러디 사진 등으로 벽보를 만들어 한예종과 다른 예술학교의 게시판에 부착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렸는데, 그것을 본  한예종 학생처장이 ‘앗 인공기다’ 하며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고, 경찰은 “이적 표현물 제작”이라며 수사에 착수하였다는 말씀. 그런데 더 웃긴 건, 검찰이 박정근을 북한계정의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찬양 고무죄로 기소하면서, 다른 이가 벌인 벽보사건의 사진과 진술서를 이번 사건의 증거랍시고 첨부하고, 그 신고자를 증인이라며 법정에 세웠다는 말씀 되겠다. (3차 공판의 내용,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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