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달인을 넘어 철인으로!”

- 황진미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하 <정글>)이 주말예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송된 시즌1은 금요일 11시에 방송되었지만, 5월6일부터 시작된 시즌2는 일요일 5시로 시간대를 옮겼다. 황금시간대지만 첫 방송부터 동시대시청률 1위이다. <정글>은 ‘오지다큐멘터리’에 ‘리얼 버라이어티예능’을 결합한 형식으로, 풍부한 볼거리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숭고함이 살아있다.

<정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김병만이다. 김병만이 아니었던들, 기획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오지에 떨어뜨려놔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말한다. “달인이라서?”라 물으니 “김병만이니까”라 답한다. 캐릭터화 된 달인이 아니라, 자연인 김병만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개그맨이 되기까지 작은 키와 가난, 무수한 낙방 등 불운을 겪으며, 지독한 노력으로 만능생존기술을 익혔다. 개그맨이 된 후로도 <무림남녀>등 그의 몸 개그는 날로 먹은 적이 없다. 4년간 <달인>을 하면서, 매주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손수 소품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그의 우직함을 응원하며, ‘연예대상’을 받아야한다고 인터넷청원을 벌이기도 했다. “세상은 말하지, 안될 놈은 안 돼~우리는 말하지 안 될 것도 없어~”란 노래처럼, 그는 ‘안될 놈’에서 스스로 전인이자 달인이 되었으며, 이제 <정글>을 통해 ‘철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철인(鐵人)의 체력과 철인(哲人)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정글>의 김병만은 ‘족장’으로 불린다. 그는 가장 뛰어난 능력으로 지배하는 계급사회의 착취자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능력으로 헌신하는 씨족사회의 지도자이다. 그는 “너는 왜 일안해?”라 말하는 대신,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한다. <정글>은 여느 서바이벌프로그램과 달리, 구성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최후의 1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통해 1명의 낙오자도 없이 다 같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법칙을 따른다.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부족원들이 다 죽고 혼자 살아남은 개인이 정글에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으랴.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함께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강자가 약자를 도와야 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시대 이전에 우리가 배워 온 서바이벌 법칙이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아니던가. 또한 <정글>은 정글에선 가장 무능한 개인이 원주민들과의 관계에선 특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역전을 통해, 능력도 상대적임을 보여준다.

<정글>이 원주민들을 만나는 방식도 여느 오지다큐멘터리와 다르다. 문명인의 시각에서 미개한 원주민들을 만난다는 식민주의적 관점이나,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문화 다원주의적 시각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 <정글>안에 있다. <정글>의 출연진들은 원주민들을 만나기 전, 문명인의 자리에서 원시인의 자리로 내려온다. 수렵과 채집으로 굶주림과 사투를 벌이던 출연진들의 눈에 원주민들은 그곳환경에 알맞은 문명을 발전시켜 온 풍요로운 부족으로 보인다. 출연진들은 원주민들의 환대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며, 원주민들의 생존기술과 지혜를 겸손한 자세로 배우게 된다. 문명인의 자리에 선채 말로만 눈높이를 맞추는 문화 다원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몸의 자리를 낮춤으로써 그들의 문명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이게 ‘리얼’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