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총파업전시- 총파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 박은선(리슨투더시티)

새로운 삶의 기획자들

“하루종일 입 닫고 촬영만 했는데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원없이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요) ” –독립영화 감독 ‘기잉’의 총파업 후기

총파업 퍼레이드는 즐거운 축제 같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하루 재미있게 즐기기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대로 소수의 권력이 짜낸 구도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 삶을 마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꺼내기 위해 자신이 상상한 삶의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를 원했고 그것이 총파업이었다. 총파업 전시도 마찬가지이다. 전시 준비팀이 며칠 못자며 전시를 만든 것은 ‘그냥’이 아니다. 우리가 입을 연 그 순간 부터 이것-‘새로운 삶의 기획’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시적으로 점거해 나갔던 거리의 연장으로써 전시를 만들게 된 것이다.

메이데이를 위해 손수 도시락을 싸고, 자기표현 도구를 들고 길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그 에너지는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함께 모인 분노의 에너지와는 조금다른 긍정이었는데, 이 전시는 그 긍정의 그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서로의 욕망은 무엇인는지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전시 그 자체 보다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 논의하기이다.

서로 다른 운동을 서로다른 창조를 하는 사람들은 왜 모여야 했을까? 누군가는 4대강에 누군가는 여성의 문제에, 비정규직문제에, 누군가는 성노동자의 문제에, 누군가는 청년과 대학생 문제에 누군가는 삼성의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구체적 사안들은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현대의 삶이 만들어낸 구도 안에서 고군분투 중이였다. 일등 주의, 먹고사니즘 기획에서 벗어난 온전한 자기 삶을 사는 기술, 새로운 삶의 방식은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 새로운 삶을 함께 기획해보자는 것이 총파업 전시의 가장 중요한 의도이다.

창조적인 주체들

모더니즘 예술의 역사가 ‘빼기’의 역사였다면 2000년대 이후 현대예술은 ‘더하기’ 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모든것이 가능한 널부러진 장(場)이 현대예술이다. 예술하는데 권위있는 자격이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강조하는 것이 현대예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과 엘리트 예술이 분리 되어 있는 것이 현대예술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별점 보다는 공통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시에 참여한 두 그룹, 예술가 그룹과 비예술가 그룹의 사이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본주의가 던져준 기획을 거부하는 자들인 점. 그것을 기획을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주체들이라는 점이다.

둘째 창조하는 자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창조적 생산이다. 원래 시각적 창조물 생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예술과 상관 없는 워크그룹들은 자기들이 요구하는 바를 분명하게 표현해냈다. 이 전시에 참가한 젊은 미술가들은 서교예술실험센터를 하나의 갤러리로 사용한 것이 아닌 총파업의 거리 연장선으로 쓰고 있으며, 다른 워크그룹들은 거리의 집회에서 만나기 힘든 좀 더 보편적 타자들과 만나는 장소로 이 갤러리를 사용했다. 20세기의 미술(The Story of Modern Art)의 저자인 노버트 린튼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와 대지미술, 해프닝의 행위들의 특징을 명백한 비합리성 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비합리성은 20세기 도시들에 나타는 가속화 되어가는 건설과 파괴의 리듬에 대항하는 그리고 자연과 시간 앞에서의 인간의 거만함에 대항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긍정의 슬로건들

이제 조금씩 우리가 주장하는 바들을 차분히 말해야할 시간이 왔다. 버블경제는 언제 일시에 꺼질 지 모른다. 강물이 썩어가도 꿈쩍도 안하는 우리의 체제가 붕괴되어도 새로운 삶의 기획이 없다면 역사는 의미없이 반복되고 말것이다. 역사가 반복되는 저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보자. 독재자의 딸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성세대가 새로운 삶의 기획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총파업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첫째 ‘기본소득’과 ‘주거권’을 주장할 예정이다.

첫째 우리 삶의 잘못된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삼성재벌과 제일기획의 디자인에 대항할 것이다.

첫째 ‘자연과 농부에게 권력을’ 유일하게 저항하고 있는 농부들 ‘두물머리’에서함께 할 것이고 하나남은 자연하천 내성천의 강 줄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총파업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를 미술-디자인라운드테이블 6월 16일 토요일 5시,
총 회의를 6월 17일 일요일 5시에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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