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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지난 7월 8일, 열차 귀가길에 있었던 일.

- 김융희

교회를 다녀온 귀가길이었습니다. 치솟은 기온에 너무 더워 짜증스러운, 그야말로 염천의 한낮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도착했어야 할 기다리는 전철이 오질 않습니다. 평소의 두 배의 시간을 넘겨서야 도착한 전철, 시간을 어림 계산해보니 어쩜 열차시간을 겨우 맞출 것 같았습니다. 무슨 소린가 하면, 우리집을 가는데 동대문에서 1호선 전철을 타면, 동두천역까지는 70여 분이 걸림니다. 동두천에서 다시 경원선 열차를 바꿔타야 하는데, 그 열차가 매시간 50분마다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15시 40분쯤에 지금 전철이 도착했으니, 잘하면 16시 50분의 열차를 탈 수 있으리란 기대로 계산을 해 본 것입니다.

그 열차를 놓치면, 한 시간여를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한 시간여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그리고 해야할 쌓인 일들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입니다. 제발 좀 빨리 달려주기를 노심초사 기원하면서 겨우 동두천역에 도착해 보니 열차가 서있습니다. 정신없이 3층의 계단을 뛰어 매표소에 이르렀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창구 직원이 안보였습니다. 소리를 쳤더니 안쪽 자리에서 여직원이 슬그머니 일어섭니다. 출발이 촉박한 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되느냐며 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직원은 어물거리면서 시계을 흘끔 처다보며 불만스런 표정으로 앞으로 한 시간을 기다려야 열차가 있다며 표를 내밉니다.

그러는 사이 열차를 이용할 승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내 뒤로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직원의 소리를 듣고선 대부분이 돌아서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 갑니다. 시내버스는 15분마다 있으므로 놓친 열차대신 버스를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버스 보다는 열차가 요금도 싸면서 편해 가능한 열차를 이용하려 하지만, 한 시간여를 기다리는 것이 쉽지를 않습니다. 나는 더 기다려서라도 열차를 꼭 이용하는 편입니다. 이제는 늦장을 부린 여직원 보다도 가버렸다는 열차가 훨씬 더 미워집니다. 이곳 저곳에 불평을 해데며 승강대를 주섬 주섬 내려서는데, 가버렸다는 열차가 버티고 서있었습니다. 분명 내 집을 가는 열차였습니다. 오, 주여!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매표소에서, 내가 소리치자 여직원이 일어선 곳은 컴퓨터앞이었습니다. 내 짐작이 맞다면 그 여직원은 아마 개임에 빠져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 때의 표정이 그랬었습니다. 자기의 잘못이 너무 분명해 변명의 여지가 없음에, 궁지의 무안했던 여직원은 어쩜 지나버린 시간을 빗대어 잘못을 만회하려는 짖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이용했을 승객들의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분통이 어쨌을까? 나는 끓어오른 분노로 당장 그 괴씸한 여직원에게 쫒아가고 싶었습니다. 고맙게도 열차는 조금 더 기대렸다가는 출발했습니다. 전에도 늘 그랬었습니다. 전철이 근접중이면 열차는 시간을 좀 늦춰서도 기대려 주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여직원의 엉뚱한 짖으로 잠깐이나마 나는 마음 고생을 했고,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어야했던 것입니다.

오늘 한낮 기온이 32도를 넘는 무더위라고 합니다. 무더위에 핏대까지 올렸으니 그야말로 염천의 한낮이었습니다. 다행으로 차질없는 귀갓길에 감사하며 마음은 곧 안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흘렸던 구슬땀이 금새 사라진 채, 소름이 끼치는 냉기가 온몸을 옥죔니다. 지나친 냉방 탓이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구석쪽에 앉아 있고 한 가운데 좋은 자리가 모두 비었습니다. 나는 좋다고 앉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쎈 냉방에 찬기운을 몰아준 펜이 한가운데 천정에 붙어있어 바로 밑인 좋은 자리는 추워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 찬기운이 덜 미친 구석으로 몰린 것입니다. 나도 자리를 바꾸었지만, 정말 추웠습니다. 그런데 나보담 곁에 어린애와 젖먹이를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의 불안스런 자세가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 대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인데, 마침 맨끝의 출입금지라는 표시의 직원용 문이 열리면서 여직원이 나왔습니다. 평소 안 열린 문을 활짝 열어둔 채, 문옆에 앉습니다. 아마 직원방은 냉방이 안돼 더위를 피해 나온 듯, 그동안 냉기로 방안을 식히려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여직원에게 지금 너무 추운 냉방에 승객들 모두가 추위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특히 갖난 애의 우려스런 엄마를 가리키며 냉방을 낮춰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여직원은 알았다는둥 별 표정없이 어딜 다녀오더니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런데 낮춰졌어야 할 냉방은 여전했습니다. 보자니 70대의 정장을 하신 할아버지께서도 추위를 감당하려 또 자리를 옮기는 모습도 보입니다. 기계 이상인지 정말 추웠습니다. 바깥 32도의 기온에 이곳 실내는 15도쯤? 일듯 싶습니다. 염천에 냉기로 겪는 꼴이라니…

안되겠다 싶어 나는 조금 전 열렸던 문을 두드렸습니다. 반응이 없어 무작정 열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있습니다. 할 수 없이 돌아서는데 곁에 아줌마께서, 안에 있으니 계속 하라는 권유입니다. 그러나 그럴 순 없어 나오기를 기다려야겠다며, 나는 이참 저참 행여나 지켜보았지만 종착 직전인 대광리역까지 끝내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이용하는 열차는 짧은 거리에 간이역이 많아 대부분의 간이역은 역무원이 없으며, 방금전 그 직원이 차내를 순회하면서 매표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도중 승객이 계속 오르내리는데도 어쩜 그처럼 나와보지도 않고 있는 것일까? 아님 조금전 내가 냉방을 낮춰달라는 부탁도 아주 정중히 부탁했는데, 행여 너무 간절한 부탁이 거슬렸을까? 더구나 나 이외에는 모두가 묵묵히 참고 견딘 손님들 뿐이었는데…

이것이 지난 7월 8일 주일에 교회를 다녀온 나의 귀가길의 체험이었습니다. 너무 꺼리가 아닌 나의 사소한 귓길 체험을 여러분께 이처럼 공개해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그날의 마음 고통이 너무 컸습니다. 도대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작태들이라며, 당장 코레일에 사실을 따지고 싶었습니다. 아니 꼭 코레일 게시판에 올려서라도 이같은 사태를 알리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와서 결행하려니 결심이 누그러지면서 자식깉은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한 짖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자꾸 머뭇거리게 했습니다. 그 갈등속에서 며칠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수유 원고를 써야하는데 바쁜 일정이 겹칩니다. 내 사정이 결심과 타협을 하는 결과입니다. 코레일 게시판이 아닌 위클리수유너머의 식구들에게 저의 속상함을 나눠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 저의 사소한 체험을 꺼리로 올렸습니다. 많은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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