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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의 눈으로 본 ‘두개의 문? 진실의 문!’

- 박사라(홈리스행동 상근활동가)

사무실 벽 한켠에 [영화보러 가요!] 라고 안내문을 붙이고 이름을 적도록 칸을 비워뒀다. 이 때 경찰을 연상시키는 까만 포스터에 찍힌 [두 개의 문]을 보던 반짝이 언니가 말했다.

‘샤라야~ 이거 무셔운 영화야? 까맣다! 무셔워~ 그래도 봐야지. 나도 벼러 갈래~’

살짝 새는 말투로 말하는 언니는 40대 중반에 야학 학생이다.

언니의 귀여운 물음에 대답했다.

‘언니, 이거 무서운 영화 맞아. 실제로 사람이 여섯명이나 죽었는데,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그런 거 있잖아. 되게 무섭지? 이거 보고 범인 찾자!’

‘응~ 볌인 찾쟈~챶쟈~’

이 귀엽고 순박한 언니랑 홈리스야학 학생들 그리고 사무실에 자주 오시는 홈리스당사자 분들 모두 18명이 함께 6월 21일 두 개의 문이 개봉하던 날 영화를 보러갔다.

유독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바깥을 달구는 동안, 우린 시원한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다들 사무실보다 시원해서 좋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신나는 얼굴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뜨거운 태양열도 그 이유였겠지만 영화때문인지 모두 얼굴 표정도 굳은 채 묵묵히 사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하던 참에, 70대를 목전에 두신 ‘착한사람’님께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다. 그는 흥분하며 말씀하셨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야! 전부 다 옷 벗기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돼! 뭣하고 계속 그런 거 해먹고 있는 건지 원.. 실제로도 쫄병이랑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평소엔 말씀도 없으시고, 흥분도 잘하지 않으시던 그가 3년전 용산참사의 비극을 떠올리시며 화를 내신 것이다.

‘윗 대가리들 반드시 옷 벗겨야 돼! 죽일 놈들!’

그의 막말에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정말 가슴이 아팠다.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서 잘 먹고도 늘 배고픈 그 대가리(?)들은 용산참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억울하게 감옥에서 하루를 지옥처럼 지내는 이들이 있는데, 아직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홈리스’인 이들도 화를 내는 것이겠지?

한참이 지나고, 이 글을 쓰기 위해 함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여쭸봤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영화(두 개의 문)를 같이 봤잖아요. 기억에 남는 부분이나 보신 이후에 들었던 느낌들을 말씀해주세요~’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30대 ‘삼천냥’이 말했다.

‘난 용산참사 관련된 초기 기록 3천쪽을 검찰 쪽에서 내놓지 않은 것이 기억에 남아. 그거를 보면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있었던 내용인데, 철거민들이 그 자료를 내달라고 기자회견도 하고 애타게 기다렸는데 없었잖아. 그리고 당시 진압을 지시했던 경찰 쪽 책임자들이, 김석기가 처벌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이상해. 또 망루진압에 참여한 경찰들도 그렇지. 위에서 그런 지시(진압)가 있어도,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더라고 그런 지시를 따르지 않았어야 했어. 그 사람들(철거민)이 건물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라갔던 것인데, 그걸 알면서 진압을 했다는 자체에 분노하게 돼. 그 진압을 지시한 상부가 반드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난 강제철거에 반대해. 제2의 용산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집이 없고, 여관이나 고시원에서 살고 있기에 집에서 살 권리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주거권은 소중하니까. 쫓겨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귀여운 반짝이 언니는 한글을 배우는 중이라, 글이 많이 나오던 영화를 보던 내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삼천냥 말이 끝나자 천천히 입을 뗐다.

‘난 별로 기역이 안나. 어려워셔.. 샤람들이 옥상에서 망루를 지었는데, 거기에 불이 나셔 경찰이 물을 뿌리고, 샤람들이 샬려달라고 한 게 기역에 남아. 슬퍼. 샤람을 죽인 사람은 반드시 벌받아야 한댜고 봐. 댜른 건 기역에 남지 않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tu.’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쓰는 할아버지는 지적장애가 있으시고, 한글을 거의 모르신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목적지 만큼은 한글로 쓰고 읽으려고 애쓰신다. 오늘도 작은 수첩에 글을 베껴쓰고 있었지만, 귀찮아하지 않아하고 내 질문에 대답해주셨다.

‘불나는 거, 사람 죽는 거 기억나. 왜냐구? 사람이 죽었잖아. 그걸 보니 (경찰이)나쁜 놈들이야. 경찰이 억지로 왔으니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위험해졌잖아. 그리고 불도 났으니…불 낸 놈이 나쁜 놈이지. 그 때 경찰에게 명령한 건 이명박이 했을 것 같아. 그 나쁜 놈, 죽일 놈…용산 내용이 담긴 다른 영화도 2-3편 봐서 이해 돼. 나도 집에 못가고(고시원에서 생활하시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하심.), 그 사람들도 집 뺏기고 그런 게 이해 돼.’

50대 중반이시고 쉼터에서 생활하시는 ‘바우’님께서도 한 말씀 해주셨다.

‘전 이 두 개의 문 영화가 경찰들 진술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철거민들이) 왜 거기(망루)를 올라가서 투쟁했던 이유에 대한 내용들이 나와 있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무리한 진압작전을 했던 것과 자료가 몇 쪽 없어지고, 가족 동의 없는 부검을 행한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좋으나 왜 사람들이 거기까지 올라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것들이 그려지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것 같았어요. 그리고 좀 화가 났던 것은 전경이 1명 죽고 일반 시민(철거민)이 5명이 죽었는데, 판결에는 전경이 죽은 것에만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철거민들을 구속한 거예요. 5명에 대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후에 들었던 생각은, 도시개발을 할 때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에서 용역을 불러 사람을 때리고 쫓아내도 모른 척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공적인 부분이 희석되어 서민들에겐 불리해요. 그러니 전체적으로 법이 서민에게도 유리하게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70대 중반을 바라보시는 ‘온달’님께서도 조용히 말씀하셨다.

‘얼마나 억울했었겠어요. 오죽하면 옥상에 높은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하소연을 하는 것인지 그걸 이해하기는 커녕 위에서 컨테이너로 내려오고 밑에서 올라오고 그 난리를 피우다니. 죽은 사람들만 원통하죠. 경찰 입장에서도 자기 자식들이 자기 아버지들이 돌아가셨다면 모른 척 했을까요? 나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 충분히 백번천번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어요.’

한때는 잘 나가던 시인이셨으나 한순간에 거리 노숙도 하시고, 죽음 앞에까지 다녀오셨던 ‘시사랑’님께서 두 개의 문을 보신 이후 간단한 소감을 적어서 보내주셨다.

‘용산참사는 양가죽을 덮어쓴 이명박의 살인지령에 따라 김석기가 살인진압을 강행한 것이다. 그러나 살인진압 책임자는 법의 심판에서 제외되는 현실이다. 용산참사는 경찰특공대원의 증언과 그 법정 기록으로 보더라도 현 정권권력에 의한 살인인 것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용산철거민들의 영혼은 아직도 두 눈 부릅뜨고 살아있음을 두 개의 문은 보여주었다. 용산 참사와 같은 국가 폭력이야말로 철거민과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명박 권력이 분명 학살정권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삼가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님들과 가족들에게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다.’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는 대답에 모두 화려하거나 똑똑하게 표현해주지 않았지만, 이들 홈리스는 빼앗긴 사람들의 억울함이 얼마나 뼈에 사무치는지,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들 중 누구하나 영화의 제목인 ‘두개의 문’이 철문인지, 나무문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 안다는 표정들이다. 최소한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올라갔던 이들이 재가 되어 나오고, 감옥으로 향하게 한, 그러나 책임질 이들은 쏙 빠져나간 거짓의 문을 본 것일까? 억울한 이들에게 죽음을 재촉했던 공권력이 숨어있는 진실의 문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찾아낸 것일까? 같이 없는 사람으로써 용산참사의 아픔을 공유한 우리들이 문도 찾았으니 할 일이 남아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짝이 언니야~ 범인 찾았다!! 얼른 잡아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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