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가지 궁상이몽

열두가지 궁상이몽(窮狀異夢)

- 만행

‘궁상맞아 보여도 이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는 에너자이틱한 청년들의 이야기들…

2008년 여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세 친구가 남해 다랭이마을과 부산을 여행하면서 삶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만나면 행복한 사람들’, ‘만들면서 행복한 잡지’라는 의미로 ‘만행’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적어도 30년은 해야 하지 않겠냐며 ‘만일동안 행하는 모임’이라는 의미도 추가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친구가 모이고, 그 친구의 친구가 모여,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공부도 하고, 텃밭도 꾸리고, 소식지도 발행하고, 여행도 가고, 밥도 차려먹고, 바자회도 하고, 일도 같이 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여러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나 혼자 찌질하고 궁상맞으면 비참하지만 여럿이 함께 궁상맞으면 용기까지 생깁니다. 밖에서 삼선슬리퍼를 혼자 신기는 민망하지만, 여럿이 함께 신으면 슬리퍼 밑창에 에어가 생기죠. 이렇게 함께 늙어가고 싶은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평소에 다들 즐겨 보는 위클리수유에 글을 싣게 되었고, 이왕 쓰는 거 우리의 궁상한 기술을 나누고, 함께 궁상이몽을 꾸어 보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 궁상들이란, 마음으로 나누고 키스하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사는 문제, 제대로 된 일자리 구하기, 아무리 일하고 돈 벌어도 가난한 우리, 물건 팔아서 남과 함께 살고자 하는 바자회, 우리 먹을 야채는 스스로 키우기 위한 텃밭, 쓰레기장에 널린 옷가지들 주우러 다니는 넝마기, ‘만행’이라는 모임의 하는 것들, 여성들이 모여서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는 ‘여성의 몸’ 시간, 그런 여성의 몸 모임을 따라해 ‘남성의 몸’을 꾸리고 싶은 한 남자의 꿈, 앞으로 어찌 결혼하고(또는 하지 않고) 살까 하는 그런 소소한 계획들 같은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없는 상태를 벗어나고 싶었고, 무엇보다 피폐하고 찌질하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돈이 부족해도 말이죠. 21세기 서울에서는 가당찮다고요? 그럴까요? 사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떠나갔습니다…… 우리가 꿈 꾼 관계는, 사람은, 세상은 어디로 간 거니? 이 자리를 빌려 크게 외쳐봅니다. “얼른 다시 와. 기다리고 있어…”

그래도 남은 이들은 꿈을 꿉니다. 아무도 못 보는 유령의 삶, 이력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궁상맞아도 하는 재테크 기법, 여자나이 서른을 맞아 펼치는 당당한 발걸음 같은,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만, 공감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음직한 이야기들로 서두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열두가지라고는 하지만, 가지가 가지를 뻗어 십이만가지가 될 지도 모르지요. ‘열두가지 궁상이몸’을 읽는 독자 여러분, 댓글 하나 달아주시고, 만행공간에서 밥 한 끼 함께 하실래요? 기다리겠습니다…

응답 2개

  1. 규섭말하길

    네, 건강합니다. 보영님도 다솔이도 쌤도 잘 지내시죠?^^

  2. 해문보영다솔말하길

    반가워요. 다솔 아빠네요. 다들 건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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