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99%의 사상적 과제

- 사카이 다케시(코먼스대학)

1. 왜 99%인가

1)바뀐 자본축적, 새로운 자본축적(투기․신용자본주의)

자본과 임노동 관계를 통한 착취가 아니라 투기와 신용자본주의에 따른 새로운 자본축적이 나타났다. 이 새로운 자본축적은 다국적 기업과 주식회사의 배당, 임노동자와 중간층의 연금, 생활재의 대부loan화 따위에서 나오는 다양한 금융자본(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부채가 금융자산이 된다) 투기에서 나온 이윤으로 자본을 축적한다. 투기자본가 사이에서 상상도 못한 벼락부자가 나타났다. 생산자의 자본축적과 생활자의 생활재에 기생하여 부를 뽑아내는 새로운 계급이 나타난 것이다. 이 계급이 아닌 나머지 99%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달으며 99% 대 1%의 구도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1%의 이득과 99%의 이득이 맞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마우리찌오 랏짜라또는 이것이 ‘부채를 통한 지배’이며 1%의 채권자가 99%의 채무자를 수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부채인간 제조공장>>, 사쿠힌샤)

  2)투기․신용자본주의의 역사

투기시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투기시장은 금융시장을 조절하는 역할이었다. 투기자본시장이 금융시장을 집어삼키게 된 것은 21세기 들어서이며, 역사도 기껏해야 40년도 안되었다. 1972년 닉슨의 금․달러 교환 정지, 국제금융시장 변동상장제 이행이, 국제금융시장에 투기거래를 양산했다. 파생금융상품 등 다양한 투기 기술이 생겼다. 다른 한편 IT기술이 발달하여 금융시장이 온라인까지 퍼졌다. 80년대 후반 국제금융시장이 온라인까지 퍼지면서 은행도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기게 되었다. 은행은 금융기관에 머물지 않고 투기자본가로 모습을 바꾸어나갔다. 게다가 금융자산이 증권화되면서 작은 자산도 더 이상 저축되지 않고 투자에 몰려 줄줄이 투기시장에 함께 하였다.
외환시장이 고정상장제일 경우 외환 거래는 투기까지 번지지 않는다. 투기시장이 나라마다 나뉘고, 투기하는데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든다면 투기거래는 일부 전문업자만 할 것이다. 그러나 변동상장제로 인해 무역 실수요의 100배나 되는 거래가 생기고, 온라인화로 한 순간에 투기할 수 있으며, 비용도 내려가면서 회사의 유휴금융자산이 대번에 투기에 빠지게 되었다. 더욱이 금융자산의 증권화는 금융자산의 액수를 불릴대로 불렸다. 21세기 이러한 가공자산이 증대되면서 또 투기거품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리만 쇼크를 겪으며 각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지불결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공적자금을 들여 금융기관을 지켰다. 그러자 이 공적자금이 다시금 투기거래의 자원이 되어 국채야말로 주된 투기 거래 대상이 되었다. 이 때문에 국채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고, 정부 재정사정이 투기거래의 거래조건이 되고 등급 기관이 등급을 매기면서 소블린 위기를 불렀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EU 위기도 바로 이러한 투기, 신용자산주의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
새로운 자본축적 양식은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고 난 바로 다음 리만쇼크를 맞았다. 그것은 실물경제는 말할 것도 없으며, 국가와 사회마저 무너뜨림으로써 살아남으려는 악성종양으로 전락했다.

3)투기․신용자본주의의 사상(思想)

투기․신용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자 프리드만이 앞서 말한 사상이다. 이들은 자유시장 신봉자이다. 시장을 크게 볼 때 상품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장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프리드만은 이 셋을 모두 자유경쟁에 맡기자고 했다. 그러나 세 시장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하나의 잣대로 자유롭게 경쟁하게 둘 수 없다. 먼저 상품시장은 등가물의 교환장이며, 사용가치를 서로 교환한다. 노동시장은 노동력이라는 허구적 상품을 사고파는 장이며, 계급과 계급이 거래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은 나중의 가치청구권을 사고파는 장이며, 위험을 교환한다. 상품시장에서 문제가 있으면 쟁의가 이뤄진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크게 손실이 나도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맞바꾸는 곳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노동자계급이 닳아 없어지는 사태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 경우 현실자본의 가치가 증가될 가망도 없애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의 새로운 지배계급은 이것이 다른 나라이야기이다. 바로 이 때문에 생존을 건 99%의 투쟁이 생겨난다.

4) 투기․신용자본주의의 본질

은행과 산업의 유착되어 금융자본이 나왔듯, 금융시장의 금융자산은 원래, 산업에 투자되는 자본이었다. 이는 이자를 낳는 자본의 형태로, 산업자본에 빌려주고 거기서 나온 이윤으로 이자를 얻는 관계였다. 그러나 오늘날 투기․신용자본은 처음부터 투기로 자본을 축적하기 때문에 이자를 낳는 자본의 운동형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 축적운동은 완전히 현실자본 바깥에 있다. 그리하여 현실자본 그 자체가 투기 대상이 되어 매매되고 있다.

5) 투기․신용자본주의의 역사적 지위

우리가 EU 위기를 통해 보았듯, 투기․신용자본주의가 한번 휘청거리면 사회와 국가도 휘청거린다. 그래서 국가도 채무 불이행 이후를 생각해야 하며, 투기․신용자본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채무 불이행으로 투기․신용자본을 끊는 것이 도리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더 나은 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99%의 투쟁으로 투기․신용자본주의의 자유로운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6)반자본주의의 사상적 과제

99%의 투쟁 과제는 반자본주의다. 반자본주의는 상품․화폐 비판에서 비롯된다. 상품․화폐를 비판하기 위하여『자본론』 초판 본문 가치형태론을 돌아보고 평가해볼만하다.
『자본론』초판에 따르면, 상품에서 화폐가 생기는 것은 상품소유자들의 무의식적인 본능적 공동행위를 통해서이다. 그래서 상품소유자가 자기 생산물을 상품으로 내놓는 행위는, 시장에 내다팔며 값을 매기는 행위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이 행위야말로 상품에서 화폐를 만들어내는 공동행위에 참가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화폐는 역사적 한 시기에 생겨나 오래도록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상품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생겨나 지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관계를 버리고 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자본론>>을 보면], 상품이 인격을 물신화시키는 체제라는 점, 상품에 의한 인격의 물신화는, 상품에 의한 인격의 의사 지배를 일으킨다는 점이 초판에 나와 있다. 이 상품․화폐 비판을 이해함으로써 99%의 투쟁은 그 전략적 과제를 설정할 수 있고, 장기 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성과 낼 수 있을 것이다. 1

  1. 본론 <2. 상품에서 화폐가 나오는 원리, 소련 붕괴의 원리적 근거-<<자본론>> 초판의 의의>, <3. 인격을 물신화하는 체제인 상품-초판 본문 가치형태론 해독>으로 이어지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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