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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먼즈/수유너머N 워크샵 참가기

- 숨(수유너머R)

카페 커먼즈의 사람들이 놀러온다는 소식에 수유너머N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처음 가 본 곳이 새로운 것은 당연하지만, 평소의 수유너머N과 카페 커먼즈의 사람들이 있는 수유너머N은 저에게 분명 다른 장소겠지요. 이튿날 삼선동 수유너머R과 별꼴카페가 커먼즈의 사람들로 채워지자 다른 공간이 되었던 것 처럼요. 덧붙이자면 수유너머N의 두 분이 저를 일본인으로 순간 착각하셨습니다. 서로에 대해 낯선 사람들이 만날 때 생기는 호기심, 두려움, 반가움, 설레임, 불편함 등등 이름 붙이기에도 애매한 에너지가 묘하게 섞여 공기 중에 둥둥~

이날 수유너머N에서는 카페 커먼즈와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열댓명 되는 카페커먼즈 사람들과 수유너머N 사람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워크샵의 시작은 카페커먼즈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히키코모리 방문활동을 하시는 타카하시 상과 니시지마 상, 니시지마 상의 어머님과 따님, 이주노동자의 아이들과 만나는 이시다 상, 커먼즈대학의 소기(막내 쯤 되나요?) 미쿠도 상, 미쿠도 상보다는 선배인 것 같은 마츠모토 상, 1960년대 안보투쟁을 하셨고 지금은 협동조합 활동을 하시는 백발의 사카이 상, 교토대학에서 히키코모리 연구를 하시는 프랑스인 니콜라 씨. 그리고 커먼즈 대학 활동을 하시는 와타나베 상. 그리고 나머지 몇 분(소개를 해주신 와타나베 상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참고로 미쿠도 상과 마츠모토 상은 히키코모리 경험자입니다.

수유너머N 사람들의 소개도 끝나고 워크샵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카페커먼즈 쪽에서 네 분이 차례로 발표를 하시고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와타나베 상이 “커먼즈 대학은 카페 커먼즈에서 매주 금요일 5시부터 밥을 먹으며 맥주와 소주를 곁들이는 모임이다, 이제 3년 됐는데 아직도 모이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비결은 (제도권)대학스럽지 않게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진짜 대학스러운 것이 아니겠냐”고 말씀하셔서 다들 웃음이 빵 터졌답니다. 커먼즈 대학에는 히키코모리 경험자와 지원자, 니트족, 프리터들이 모여 일이 없다, 일이 하기 싫다 등 노동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고 합니다.
와타나베 상의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일하다가 많이들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죠,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다가 죽습니다. 살기 위한 일이 사람을 죽이는 거죠.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는 오히려 거꾸로 말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라,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는 거다, 라구요. 한발 더 나아가 와타나베 상은 무엇이 일이고 일이 아닌가는 누가 결정하느냐, 실업자도 충분히 일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와타나베 상에 이어 타카하시 상은 동영상 두 개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는 프리터는 무엇이고 사람들은 프리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타카하시 상을 볼 수 있었는데 4명의 프리터 중 유일하게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자신은 프리터다, 라고 대답하더군요. 나머지 3명의 프리터는 자신의 꿈을 위해 프리터를 하고 있다, 라고 대답했는데. 흠, ‘저 세 사람은 지금쯤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동영상은 히키코모리를 방문하고 함께 모임을 하는 것을 취재한 영상이었습니다. 히키코모리의 부모는 자식을 설득시켜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만 논리적인 설득보다는 타카하시 상과 같은 낯선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라고 합니다. 히키코모리 당사자를 몇 달 간 방문한 끝에 모임에 같이 나가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식사하는 것이 불편하여 밖에 나가 있기도 합니다. 굳이 강요하지는 않고 타카하시 상이 함께 나가 있습니다.
사카이 상은 발제문을 지문관계 상 많이 편집하셨다고 하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정작 발제문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발표해주셨지만요. 사카이 상은 원전 반대 운동과 그것으로 지역 공원에 모이게 된 텐트들, 텐트들이 모여 그곳에서 일어난 점거 운동을 감격스레 설명해주셨습니다.
니시지마 상은 어린 시절 살았던 오사카의 슬램가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살았던 조선인들의 일본에 대한 원한, 그 이후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양쪽 모두에 간첩으로 몰렸던 조선인을 만나 빨치산 투쟁을 일본어로 쓰는 작업을 도와주시면서 겪은 감정을 말씀해주십니다. 밑바닥에 있는 일본인과 조선인은 서로를 적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조선인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원한을 공감하는 니시지마 상의 마음과 오늘 날의 남한의 모습에 감격을 표해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카페커먼즈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궁금한 것을 서로 질문하거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재미있었던 것이 일본의 프리터, 니트족 등과 같은 한국의 용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백수, 잉여. 백수는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수유너머를 만나면서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고백, 백수로 살아남기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본의 비정규직이나 청년세대들에 대한 지원은 취직해서 일을 하거나 생활보조금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타카하시 상은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려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일본 사회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비난합니다)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장소와 일을 하고 싶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어서 수유너머N에서 발표하고 토론을 했습니다. 유일환 씨가 공동성의 형성에 대해 발표하고 조지훈 씨가 수유너머N의 철학교실에서 만들어지는 코뮨적 흐름을 발표했는데 카페커먼즈 측 분들이 많이 공감하셨어요. 이시다 상은 원전반대 운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스타일의 운동을 접하면서 “속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타자에 대해서 자신을 연다라는 개념이 많이 와 닿는다고 하시면서요. 또 다른 분은 모닥불 모임을 통해 개별적이면서 같은 장소에 있기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같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리듬의 신체와 사유.
철학교실의 코뮨적 흐름을 발표했던 조지훈 씨가 카페 커먼즈의 “실험”이란 게 무슨 의미냐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카페 커먼즈의 사람들도, 수유너머의 사람들도 “실험실”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숨기려고 하는 누군가의 삶의 진실을 드러내게 하는 실험실. 카페 커먼즈의 히키코모리가, 프리터족이, 니트족이 모여서 불평을 터뜨리고 불안을 얘기합니다. 불평과 불안의 웅성댐은 세상이 강요하고 있는 일방적 목소리를 뒤집습니다.

워크샵 일정은 자연스레 식사 겸 뒷풀이로 넘어갔습니다. 수유너머N에서는 맛있는 식사와 맥주, 소주, 유기농막걸리를 준비해주셨어요. 특식으로 나온 스시(생선회)에 모두 특별한 기쁨을 더해가며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감기몸살에 걸려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밤늦게까지 “날씨가 이렇게 더우면 매미를 잡아서 먹고 살면 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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