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폭풍출연’ 중인 김기덕 감독, 어떻게 볼 것인가?

- 황진미

김기덕 감독의 방송출연이 줄을 잇는다. <두드림>, <강심장> 2회, <피플 인사이드>, <수요기획>, 라디오<손석희의 시선집중> 2회. 수상 후 귀국기자회견은 YTN으로 생중계되었다. 대부분의 방송은 수상 전 영화홍보를 위해 출연한 것이다. 언론과 친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06년 김기덕 감독은 <백분토론>에 나왔었다. 해외영화제를 휩쓸었지만 관객이 없는 것에 서운함을 표하며, <괴물>의 상영관독식을 질타했다. 대중들은 ‘영화제용 감독의 열등감 폭발’이라며 분노했다. 김기덕 감독은 과하게 사죄함으로써 비난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

산골에 3년간 칩거한 생활을 담은 <아리랑>에는 신의를 저버리고 돈을 쫓은 이들에 대한 분노와 세상이 그런 줄 몰랐냐는 자조가 나온다. 또한 예술적 창작욕과 함께 세속적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감독의 내면도 드러난다. <아리랑>은 모든 정념을 밑바닥까지 까 보이며, 극단적 퍼포먼스로 이를 해소하는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김기덕 감독은 TV에 나와 천연덕스럽게 자신을 ‘열등감이 키운 괴물’이라 소개하기도 하고, 최대한 온순한 표정으로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지 강조한다.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주려는 적극적 제스처이다. 소위 ‘열등감에 찬’ 그의 인생은 입지전적인 설화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기계발담론으로 회자된다. 모든 예술가가 그러하듯, 그는 열등감만큼이나 예술가적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며, 그 교차가 창작의 원천이다. 하지만 국내언론은 그의 영화세계에 대한 조명보다, 학력과 초년고생에 더 집중한다. 인터넷상엔 ‘한국영화계의 구세주’를 박해한 이들에 대한 여론재판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2006년 배급독점을 지적한 김기덕 감독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던 여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배급독점문제는 그대로이고, 김기덕 감독에 대한 대중의 감정만 비극에서 희극으로 바뀌었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에 국가주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도 눈에 띈다. 묶음머리와 한복과 아리랑은 애국주의적 여론을 환기하는 추임새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발언과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관계”라는 답변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남자’로 호명함으로써, ‘국민영화감독’이 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인될 만하다. 하기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비몽>은 ‘한국의 미’를 적극적으로 담았다. 여기서 한국은 민족으로서의 한국이다. 그러나 최근행보는 국가로서의 한국을 가리킨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에게 국가는 가치의 지향점이 아니다. 김기덕 감독에게 국가가 무엇인지, <아멘>이 암시한다. 유럽을 떠돌던 여주인공이 신(神)에 의해 잉태된 아이를 낳으러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손으로 프레임을 지어보이며 정면을 응시한다. 여주인공이 잉태된 작품을 한국에 가서 낳기를 결심하는 김기덕 감독 자신인 것이다. 아무리 해외에서 유명한 감독이라 하더라도, 국외자가 되어 외국의 소수자 영화를 찍는 것보다 자신의 국적을 지닌 영화로 해외영화제에 나가는 것이 훨씬 쉽다. 이를 위해선 한국영화계라는 토양이 필요하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지지를 받으며 제작비도 회전시켜가면서 계속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 열망으로 한국 대중관객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표하는데, 그 방식이 영화적 표현만큼이나 투박하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김기덕 오빠’의 스타일인 것을.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