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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농사 일지(8) – 자연의 무법자, 태풍.

- 김융희

넓은 연천 들판이 벌써 익어가는 벼들로 황금 물결이다. 콩밭을 지키는 쑤욱 자란 수숫대도 이삭을 피웠더니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다. 어느새 바짝 자란 들깨 숲엔 흰꽃이 만발하여 벌들의 노랫소리가 풍아롭다. 진녹색 고춧대에 매달린 빨간 고추도 짙게 눈부시며, 주렁 주렁 메달린 쑤세미, 조롱박이 오지다. 오곡은 영글고 푸성귀도 싱싱하며, 푸나무서리에 곤충들도 분주하다. 태평 세상에 흥겨워 콧노래라도 나올 법 싶다.

그런데 무법자 태풍의 흥글방망이 놀이로 아수라장이다. 산바태풍의 횡포로 전국이 지금 온통 난리이다. 금년 내내 지랄 같은 날씨가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가믐에 폭우, 하늘이 뚤린 듯 퍼붓는 국지성 집중 호우, 진즉엔 없던 찜통 더위가 쉴새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의 무법자 태풍의 횡포가 제일 유난스럽다. 올들어 열 너뎃 번의 태풍이 발생하여, 그 삼분의 일이 우리 한반도를 강타했다. 그동안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고작 한 두 번이었던 태풍이 금년엔 벌써 네 번째이다. 그것도 초대형으로, 연이어 숨 고를 틈도 없이!

가을에 들어서면 농촌은 할 일이 많다. 봄부터 씨를 뿌려 여름동안을 내내 땀흘려 가꿔온 농작물들이 드디어 결실을 하면서 해야 할 일들인 것이다. 그런데 태풍의 피해로 바쁜 손길이 더욱 분주하게 되었다. 특히 가을 채소 관리가 많이 힘들다. 배추의 어린 싹을 모종했더니 계속 내린 비에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졌다. 다시 새 모종을 어렵게 구해다 심었더니, 또 비가 내려 씻겨… 두어 번을 더 같은 짖을 계속했다. 이제는 너무 늦어 새 모종도 없다. 잡초들과의 전쟁으로 늦게야 겨우 뿌렸던 갓이며 무우도 싹이 트면 곧장 비가 내려 흙에 파묻히고 뽑혀나갔다. 몇 차례를 반복해 겨우 살렸더니 이번엔 산바의 영향으로 또 작살났다.

이제는 모종도 없고 씨앗을 뿌려도 너무 늦다. 듬성듬성 살아 지탱하는 것들이나 잘 돌보아 가꿔야한다. 그렇지만 너무 넓은 빈 공간이 마음에 쓰인다. 지난 엄청난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를 막 수습했더니 또 박살을 냈다. 해도 너무한 태풍이 정말 지겹다. 메밀씨앗을 구하려 다녀와야겠다. 요즘 건강식품으로 뜨고 있는 메밀이다. 나물용 메밀은 아직 수확이 가능하다. 빈 자리를 체워야겠다. 된장에 무친 메밀나물의 담백한 맛이 미리 구미를 돋꾼다. 이것도 산바의 덕이라며 상한 마음을 달래 볼까? 그렇지만, 산사태에 대한 짜증이 너무 크다.

어차피 반반인 것이 세상사이려니, 모두가 바람데로 좋은 것, 좋은 일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세상에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무법자는 있다. 요즘의 학교 폭력도 지각없는 무법자들의 횡포이다. 어렸을 적 나의 일에 매사 참견하며 간섭하고, 훼방했던 그토록 괴롭혔던 내 이웃의 심술꾸러기 친구가 새삼 떠오른다. 잔잔한 마음의 평화와 아름다운 꿈을 깨뜨리고 짖밟았던 무법자,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었을 할까? 지금쯤은 철따구니 없었던 짖을 후회하며 올바로 살고 있을까? 아직도 망나니로 주위를 거슬르며 살고 있을까?

없으면 좋을 망나니 짖은 개인 뿐이 아닌 사회와 국가에도 있으며, 어데나 존재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곳에는 가까운 이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은 물론 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요즘 나는 일본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돈다. 정말 우리 이웃에 일본이 없었으면 싶다. 요즘 “독도에 대한 그들의 행태”를 보면 도저히 이성을 갖춘 이웃으로 볼 수가 없다. “싫으면 떠나라는 말처럼”, 개인이나 사회는 거슬리면 피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웃의 싫은 나라는 피할 수도 없다.
가능한 “남의 저주는 삼가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살았음에도, 무법자 태풍 산바를 생각하면서 미친 개같은 국가에 저주도 불사했다. 나는 요즘 왜국 일본을 저주한다. 그들이 꼭 미친 개 같다. 그래서 지구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맛본 국가였을 것이다.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며 망언을 일삼기로, 또 자연의 분노를 샀던 것은 아닐까? 후쿠시마의 재해를 참회의 계기로 삼기를 충고하고 싶다. 그래도 망발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하늘이 참지 않을 것이다. 지구의 화약고인 중동을 보면서 일본의 자중을 간곡히 기원한다. 진심으로 바란다. 망발을 삼가고 우방을 추구하라.

정말 날씨 탓에 짜증도 나고, 이성 없는 이웃 나라에 분통이 치민다. 착잡한 마음의 골이 너무 깊었나 보다. 금년은 농삿일이 참 힘들다. 힘들다 보니 수확도 부실하다. 자연에 의지하여 자연의 뜻데로 짖고 있는 나의 농사인지라 타격이 크다. 어렵사리 살려 키우면 비와 태풍이 휩쓸어 버리고, 간신히 지탱하여 버틴 것도 도대체 열매가 맺히질 않는다.
그래도 이런 때면 토종 작물이 도움인데, 올해는 호박도 열리지 않는다. 다른 작물들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여름 내내 비름으로 버텼으며, 요즘은 깻잎에 고추와 가지로 지탱한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피해에 시장의 작물값이 비상이라는데, 어서 가을 채소들이 쑥쑥 자라 주었으면 싶다. 가까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없어 농부의 마음은 이리 불편하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이 가을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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