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먹거리 혹은 어떤 ‘구분짓기’에 관하여(2)

- 권용선(이본의 다락방 연구실)

‘오늘은 또 뭘 먹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끈질기게 유전되는, 주부들의 오랜 근심거리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 식탁 위에까지 골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황과 먹거리의 생산, 유통의 문제는 ‘뭘 먹나?’에 이어 ‘어떻게 하면 싼 값에 좋은 재료를 선택하나’라는 근심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에 비소가 상당부분 함유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국 사람들이 주로 먹는 쌀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라 조금 안심할 만 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대 농지에서 대규모로 길러지고 헬기로 무차별 분사하는 화학비료를 맞고 자란 곡물들이 건강한 밥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1990년대 중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우르과이 라운드 반대투쟁이 문득 떠오른다. 거기다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한국 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근심도 더해졌다.

이 곳에서 건강한 밥상을 고민할 때, 사람들은 쉽게 홀푸드나 트레이더 조와 같은 유기농 마켓, 혹은 대형 마켓의 유기농 코너를 이용하는 법을 떠올린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관련된 문제들을 피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늘어나는 식재료비를 감수해야만 한다.

기업화된 마켓을 이용하지 않고도 양질의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동네마다 일주일에 한번 쯤 서는 그린마켓을 이용하는 것이다. 뉴욕의 그린마켓(Green Market)은 뉴욕시 인근에 거주하며 소규모로 야채와 과일, 계란, 고기, 수산물, 치즈, 꿀 등을 재배하고 키워서 시장에 내다 파는 농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작은 규모로 작은 공간에서 직접 키우고 가꾼 것들을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1970년대 중반, 12명의 농부가 맨해튼 2th AV의 59가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시작한 것이 그 기원으로 현재 이 도시에는 54개 정도의 시장이 매주 열린다. 이곳에서 팔리는 식재료들의 가격은 유기농 마켓에서 파는 것들과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재료들의 안전성과 환경문제 그리고 지역 경제의 활기를 위해서 이곳들을 이용한다.

뉴욕시 의회는 이 마켓의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지불능력을 요구한다는 문제를 푸드 스템프의 활용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2005년 무렵부터 전자카드로 바뀐 푸드스템프(EBT)를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도 양질의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1년 현재 약 43개 정도의 마켓에서 이 전자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푸드 스템프가 전자카드로 바뀐 것은 2001년 무렵인데, 이전에 종이 쿠폰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좀 더 간편하고 유용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매매나 양도를 막겠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맨해튼 14가에 있는 유니온 스퀘어에 있는 그린마켓은 뉴욕의 관광 명소가 될 만큼 유명하다.

브루클린에 있는 PSFC(Park Slope Food Coop)은 책임과 이익의 균등한 분배를 목표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1973년에 만들어진 이 조합은 4주에 1회 이상 공동의 텃밭이나 작업장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수확한 유기농 식재료와 고기, 혹은 공정거래 커피나 치즈 등을 20-4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곳에서 무엇인가를 사고 싶은 사람은 의무적으로 조합장에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멤버가 되어 여러 가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조합의 회원들은 조합의 운영일반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농사짓는 법을 배우며, 그곳에서 수확한 것에 대한 이익을 나누어가진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 그들은 유독성 재료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이익에 기반한 상업 비즈니스로부터 거리를 취하고자 한다. 올 봄에, 이 조합은 이스라엘산 식품들을 보이코트 하는 문제로 한바탕 시끌벅적했는데, 팔레스타인의 평화문제가 이 조합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 문제는 회원들의 투표결과 무산되긴 했지만, 이 조합이 추구하는 바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생협이나 한 살림과 같은 먹거리 공동체가 존재하고, 그 활동들이 지금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또 대규모 수입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나 FTA 결과 1차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 농가를 살리기 위해 소규모 농가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활동들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뉴욕시의 그린마켓이나 브루클린 농산물 협동조합의 사례가 하나의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에 있는 그린마켓 풍경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에 있는 그린마켓 풍경

브루클린에 있는 식품협동조합 사무실 간판 (빌려온 사진)

브루클린에 있는 식품협동조합 사무실 간판 (빌려온 사진)

응답 2개

  1. 말하길

    좋은 정보 땡큐!

  2. 김정선말하길

    음…
    가을이라 그런지, 갑자기 그시절 그사람들이 그립네요.
    보고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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