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수세식 화장실. 순환고리를 끊어버린 주범.

- 최요왕

‘사람이 지 똥을 3년을 안먹으면 병에 걸린단다.’
올해 여든 둘 되신 내 모친의 말씀이다.

나는 농사꾼이다. 유기농 농사를 하고 있다.
9년전 귀농을 하면서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을 선택했다.
유기농의 중요한 가치인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면서 세상을 살고싶어서였다.
이 두가치의 상관관계를 보자면 지속가능이 담보되면 안전성이 가능하지만 안전성의 담보만으로 지속가능성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농업 현장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나갈 수가 있는데 지속가능성은 이뤄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지속가능성에는 물질,영양분 등의 순환이 필수 조건인데 작금의 우리의 삶과 생활을 둘러싼 상황은 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 하나가 끊겨져 있어서이다. 끊긴 고리가 뭐냐고?

똥과 오줌이다.
가축분뇨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사람 똥, 인분, 바로 사람들이 매일 싸는 똥 오줌이다.

이야기를 풀어서 해보자.
작물의 성장에 필수적 영양분이 질소분인데 이건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작물을 수확하게 되면 그 작물이 지니고 있는 양만큼의 질소를 밭에 투입해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작물의 성장이 제대로 이뤄져 지속가능한 농업생산력이 유지될 수 있다.

헌데 자연계의 질소는 공기 중에 70프로나 되지만 몇몇 박테리아나 전기방전(번개) 등 극히 제한된 경로를 통해서만 생명체가 이용가능한 형태로 고정할 수 있다.
그래서 농업에 있어서 질소의 재이용 내지는 순환이 아주 중요하다.
최소한 19세기 말 리비히가 화학적으로 공중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우리네 조상들은 어떠했는가.
간단히 말해서 질소의 순환고리 속에서 살아왔다. 소똥 개똥은 기본이고 그 양반들에게 인분은 소중한 자원이었다. 농사에 필요한 거름이여서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도 집에와서 볼일 보는 게 당연한 거였고 이것을 어기는 애들은 혼이나는 세상이었다.
순환의 고리에 벗어나지 않고 사는 이런 원칙은 외부 투입물이 없이 한반도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농업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기 똥을 삼년 동안 안먹으면 병에 걸린다.’는 말속에 품고 있는 철학이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인분은 폐기물 취급이다.
냄새 나고 더럽고 위험한 폐기물로 취급받으면서 생활 속에서 ‘격리’되고 ‘처리’되고 있다.
격리를 위해 대부분의 주거지역 지하에 파이프들이묻히고 대규모 처리시설이 건설되고 화석에너지를 대량투입해서 처리한다.
순환의 시절에는 필요없던 자원과 에너지를 대량으로 투입하여 과거의 자원을 처리해버린다. 그러면서 농업에 필요한 질소를 만드는데 또 화석에너지를 대량투입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토양을 조지는 주범인 화학비료 말이다.
한마디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이다.

화학비료 외에 농업에투입되는 가축분뇨를 잠깐 언급해보자.
지금 세상의 가축 분뇨는 대부분이 화석연로부터 나온다. 국내의 거의 모든 축산물은 미국 호주 등에서 화석연료를 투입하여 생산한 곡물을 수입하여 집단사육된 가축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면서 생기는 대량의 축분은 국내의 농지에서 미처 소화를 하지 못해 상당부분을 먼바다에 내다버리고 있다. 이런! 이것 역시 자원을 에너지 소비해가면서 ‘처리’하는 모양새다.

과거에 소는 먹기 위해가 아닌 축력을 위해, 돼지와 닭은 사람이 먹지 못하는 음식찌꺼기나 농업부산물을 먹여 그 고기를 얻으면서 자원활용을 극대화하는 존재로 키워져 왔다.

중요한 건 왜 이렇게 됐는지와 그렇다면 어찌해야 되는가이다.
왜일까? 쉽지않다. 도시화, 편리함, 위생, 기생충, 수질오염, 화학비료…
농경사회의 해체와 도시화가 정신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으리라.
특히 근대화의 이데올로기, 그 과정에서 커온 개발자본도 유력한 용의자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 나의 농사를 기본적으로 순환의 틀을 복원하는 구조로 만들고싶다. 그냥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투입하지 않는 농업이 아닌 자기순환고리를 만들어 외부 투입을 줄여나가다 종래에는 끊어버리고 그 고리를 완성하는 나의 농사를 만들고싶다. 가능성은 희박하나 나의 희망은 그러하다.
난 똥의 소중함, 순화고리를 복원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 중 하나일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많은 부분에서 편리함을 포기하고, 적당히 위생적이지 않게 살아가는 용기를 갖고,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워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농업이 시장에편입되면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화학비료가 수질오염의 원인이란 걸 아는 혜안을 갖고 이 땅의 농업과 후손들의 미래,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일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고 또바란다.

응답 5개

  1. 말하길

    우앙. 저 이런 똥얘기 넘 좋아요 >.<
    적당히 위생적으로 살아가지 않기 위한 용기.
    모르니까 안하니까 두려운 거겠죠?!

  2. 한만수말하길

    잘 읽었습니다.
    하나 의문이 가는 것은
    사람의 똥이 이제 땅에 들어가도 제대로 분해되어 비료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생제 방부제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다는 것이지요. 사실인지요.

    • 말하길

      도시농업선도자이신 ‘안철환’ 샘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이야기는 근거없는 얘기입니다. 아님, 축분업자들이 퍼뜨린 이야기나, 인분에 대한 오랜 종교적 금기에 쩔은 서구에서 흘러든 이야기. 자, 지금 쓰고 있는 유기물거름(축분 계분, 돈분)의 원천인 돼지, 닭, 소는 뭘 먹고 똥을 쌀까요? 계들이 먹는 산업용사료는 화학비료, 인공호르몬, 항생제 가득한 곡물과 첨가물이 농축되어 있죠. 그에 비하면 인분은 화학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영양분도 축분에 비해 많고…도시쥐 시골쥐 얘기처럼 도시똥 시골똥 이야기는 그냥 동화일 뿐입니다.

  3. 말하길

    막연하게 알고 있던 질소 순환의 원리를 명확히 설명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 오줌과 음식물 쓰레기는 순화시키고 있는데, 아직, 똥은…도시에서는 참 힘드네요. 용기가 필요할듯??

  4. 박카스말하길

    ‘사람이 지 똥을 3년을 안먹으면 병에 걸린단다.’ (그랬군요^^)
    순환의 틀로 만들어지는 유기농 소식 자주 듣고 싶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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