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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반시대

발효음악가의 이유있는 저질, 야마가타트윅스터(1)

- 숨(수유너머R)

뿅뿅뿅~쿵짝쿵짝. 트로트와 일렉트로닉 리듬이 묘하게 뒤섞인 사운드, 울긋불긋 조명. 알록달록한 모자와 옷을 입고 나타난 야마가타트윅스터. 그가 이끄는 대로 우리는 홀린 듯이 홍대 앞 도로에 뛰쳐나갔다. “돈만 아는 저질, 돈만 아는 저질!!!” 집회신고도 도로점거의 계획 없이도 불법을 저지른 순간의 흥분은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도로에 그어진 금만 넘어선 게 아니었다. 몽환적인 비트 속에서 골반 돌리기 춤사위를 따라하는 나는 평소의 엄숙하고 점잖은 내가 아니었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쥐20그래피티 후원 주점에서 처음 만난 은밀한 그 남자. 우리는 모두 그에게 홀려 있었다.

철거투쟁을 하고 있던 명동 마리에서도,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유기농 집회에서도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의 그 은밀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있었다. 쿵쿵대는 비트의 강렬한 음악이지만 사람들은 그 앞에서 흐물흐물해지면서 허물어지고 있었다. 저 음악과 춤의 정체는 뭐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적나라한 가사는 또 어떻고?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용기를 내서 인터뷰 요청 전화를 했다. 단정하고 점잖은 목소리의 ‘한받’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그렇다. ‘한받’이 ‘야마가타트윅스터’다. 꼭 두 얼굴의 사나이 같다.

인터뷰를 위해 상수역 앞에서 만났는데 그가 먼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받은 목소리만큼 정중했고 약간의 조심스러움도 겸비했다. 하체에 쫘악 달라붙는 빽바지가 오묘하다. 까페에 마주보고 앉으니 얼굴의 주름과 새치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싸인을 해달라고 하자, 또박또박 써내려가다가 마지막 줄에 다소곳한 하트를 그려넣으며 수줍게 웃는다.

야마가타트윅스터, 광장에 서다

야마가타트윅스터는 한받이라는 남자가 꺼내쓰는 광대탈과 같다. “야마가타트윅스터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많이 하고 음반을 내니까, 일단 생계를 책임지는 부분이 크고. 저에게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 거 같아요. 공연장이나 새로 만나는 분들의 에너지를 받기도 하고 그런 교류들은 다 좋은 경험들이 되니까요. 춤도 보니까 엄청 잘 추더라구요.(웃음) 그전까지는 모니터를 안 해서 몰랐는데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카메라로 찍힌 거를 봤거든요. 자세히. 거리에서 많이 단련이 돼가지고 춤도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투쟁현장과의 첫인연은 클럽빵에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있던 콜트콜텍해고노동자 문화연대 공연이다. 이 때는 ‘아마츄어증폭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할 때였는데 그때 만났던 뮤지션들의 제안으로 집회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기륭전자 단식투쟁 현장에 가서 공연을 하고 그곳에서 알게 된 ‘처절한 기타맨’이라는 뮤지션의 제안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있는 전태일거리문화행동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일단은 열린 공간이고 목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여 계신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니까. 그 분들에게, 그분들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을 퍼포먼스나 노래로 생각하고 준비하게 되었어요. 투쟁 때문에 긴장되고 격앙된 분들의 마음을 흥이 나는 댄스음악으로 모아주고, 피로를 가시게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아마츄어증폭기의 음악이나 야마가타트윅스터의 댄스곡을 막 하다가 어느 순간 여기에 좀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와중에 미디어법통과, 용산참사 이런 것들을 접하면서 노여움 같은 게 쌓였고, 이게 퍼포먼스로 폭발하기 시작했죠. 노래 가사도 그렇구요. 한번은 전태일 거리에서 미디어법통과를 비판하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했는데 저도 즐겁고 통쾌했고 보시는 분들도 ‘속이 뚫리는 것 같다’고 하고. 사회적인 이슈나 현장에서 원하는 것들을 노래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광장의 즉흥성을 버무리다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과 현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다르다. 노래의 가사나 퍼포먼스의 내용뿐만이 아니다. “훨씬 더 즉흥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가요. 클럽에서는 한정된 무대라는 공간에서 해야 하잖아요, ‘찹쌀송’할 때 가끔 밖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달라요. 집회나 시위는 길거리나 광장 같은 데서 하기 때문에 퍼포먼스하는 데 있어서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어요. 관객과 퍼포먼스 사이에 큰 벽이 없고 언제나 한데 어우러질 수 있으니까.”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광장이 더 뻘쭘하지 않을까. “그런 것도 제가 퍼포먼스로 이겨내려고 하죠. 부추기려고 많이 노력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을 모아서 비트에 맞춰 함께 춤을 추자, 이렇게요. 집회나 시위현장에서는 아무래도 함께 하고자 하는 뜻이 있으니까 호응을 많이 해주세요. 젊은 친구들의 반응이 잘 나오고, 어르신들은 쑥스럽고 그러니까 뒤에서 박수만 치거나 가만히 보고 계신다던지 해요. 가끔 흥에 겨운 할머니가 춤을 추시기도 하고.”

그에게 공연은 계획이 아니다. 현장이 주는 즉흥성을 충분히 살린다. 혹시 즉흥성도 연습을 하는 건가? “즉흥적인 거를 계속 하다보면 즉흥으로 하는 것의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가사 같은 것도. 그 날 그 날 상황에 따라 이슈나 투쟁에 맞게끔, 가사를 변형시킨다거나. 노래를 처음 발표하는데 상황에 맞게 가사를 넣었는데 조합이 괜찮다, 반응이 많이 온다 하면 저 자신도 뿌듯하고요. 아, 최근에 ‘공사 말고 농사’ 그것도 짜릿했습니다. 그때 공연 이틀 전인가 디온씨가 연락이 와서 만나가지고는 ‘이런 집회를 하려고 하는데 같이 어울릴만한 그런 노래가 없다. 한번 생각해보고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 달라’고. 그때 모토가 ‘공사 말고 농사’였으니까 그걸 한 번 대입해본거죠, 비트 샘플에서 차용해가지고. 의외로 괜찮은 거 같았어요. 딱 했을 때 사람들도 많이 열광하고 호응해주고 하니까 많이 좋았어요. 기존에 있던 곡은 아니라 따로 만들었죠. 대한문 앞에서 한번, 명동에서 행진하면서 한번 했었는데 두 번 다 재밌었어요.”

그의 즉흥성은 장소를 넘나든다. 수유시장 작업의 일환으로 발견했던 노래가 두리반에 와서 투쟁의 댄스음악이 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야마가타트윅스터의 음악 중 아주 유명한 ‘돈만 아는 저질’. 도입부분이 ‘동숙의 노래’라는 트로트로 시작된다. “로맨스 조가 제안을 해서 수유시장 공공프로젝트에 합류해 리서치를 했거든요. 수유시장 상인들의 엘레지라고 해야 되나, 비가. 좋아하는 유행가나 애창곡도 되고. 애창곡이 된 사연들을 조사하다가 ‘동숙의 노래’라는 그 노래를 발견했던 거죠. 저도 몰랐거든요, 그 노래를. 시장에서 김 굽는 할머니가 그 노래의 사연을 얘기해주셨는데 인상에 남았어요. 원곡을 샘플링하면 댄스곡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죠. ‘저질러 놓고’(동숙의 노래 가사)의 ‘저질’이라는 단어가 그 당시의 두리반 활동과 매치가 되면서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가사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 노래로 나오게 됐고, 그걸 두리반에서 처음 공연을 했는데 호응이 엄청나게 좋은 거죠. 우리가 실제로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말에 다들 공감하잖아요. 다른 공연 때마다 하게 되고….”

가장 많이 낮아지기, 저질

‘찹쌀송’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전혀 야하지 않다. “흰밥 쌀밥 볶음밥….현미 유기농 현미….찹쌀찹쌀 찹쌀떡~I wanna more, I wanna more~ ” 하지만 그의 발성은 충분히 끈적하다. 춤사위는 또 어떤가. 허리를 돌리고 골반을 튕겨낸다. 흐릿한 조명 아래서건 화창한 햇빛 아래서건, 사방이 막힌 클럽에서건 탁 트인 광장에서건 변함없다. “춤을 추면 야한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아내가 싫어하긴 해요. 애 아빠가 뭐하는 거냐. 그런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기 때문에 하는 거고. 장터 유랑하는 악사라던지 각설이라던지 그런 분들의 피가 제 저변에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요. 그런 행동들이 어처구니없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잖아요. 저 자신이 많이 저질이 되는 거죠.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거죠.” 그와 함께 우리도 저질이 된다.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저질을 만나면서 사회가 그어놓은 금에서도 벗어나는 쾌감. 도로를 질주하는 흥분. 나의 저질스러움과 사회의 저질스러움을 함께 폭로하는 아슬아슬한 축제. “그것도 하나의 금기를 깨는 거니까. 거기서 쾌감이 엄청나게 상승하기도 하고. 퍼포먼스를 그렇게 하니까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 말 그대로 하나의 카니발을 만들어 가는 거 같아요.”

응답 2개

  1. 샛별말하길

    혼자서 조용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저도 숨님처럼 야마가타 음악을 들으면 혼자 피식피식 웃으면서 동작을 조금씩 따라하게 되더라구요 ㅋㅋ 우리를 홀리는 매력남 .ㅎㅎ

  2. 말하길

    나의 저질스러움과 사회의 저질스러움을 함께 폭로하는 아슬아슬한 축제…멋진 문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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