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아이스퀼로스 비극 아가멤논을 읽고

- 수경

공놀이 모임에서 그리스 비극을 읽었다. 어릴 적 만화로 접했던 적이 있던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보니 내용이 꽤나 장엄한 것이 생소했다.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도 많았다. 어릴 때에 보았을 때도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자신의 정부와 함께 아가멤논을 죽인 부분에서 정당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출항을 하기위에 부인과 딸을 속이고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쳤던 아가멤논, 그것을 계속 마음에 품고 있던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이해가 갔었다.
그렇지만 다시보니 왜 카산드라도 그곳에서 죽임을 당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한번 도망쳐보기라도 하지..하기도 했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카산드라를 미워한 걸까? (흔히 말하는 여자의 질투인 것인가 싶어진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카산드라에게 조금의 양심도 없었을까? 아니면 단지 그녀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것은 그녀가 원해서 된 일이 아니지 않나…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코로스의 대화내용을 보면 카산드라는 자신의 성대한 잔치에 맛을 더하는 양념이라고 말한다. 카산드라가 죽어야 했는지 싶은 부분이다. 자신의 딸이 제물로 바쳐지는 상황을 어쩔 수 없었듯이 카산드라도 이런 상황을 원해서 얻은게 아니다. 카산드라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예언을 했음에도 그것을 알리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말한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 아가멤논의 첩으로 있는 모습이 싫어서? 평소 비극에 대해서는 단순히 슬픈 얘기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비극에 빠져버렸다. 아이스퀼로스 3부작의 좋은 점은 절대악과 절대선이 없는 것이다. 얽히고 얽힌 관계와 상황들이 답답함을 주면서도 그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경험

나는 집을 짖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농사일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게 여간 바쁜게 아니다. 요즘은 수확철이라 유난히 더 바쁘다. 이런것들을 하면서도 내 취미생활도 함께 하려니 더욱이 힘든것 같다. 세개 다 포기 하기 힘든 것이라 엄마와 많이 싸우기도 한다. 물론 금방 풀곤 하지만 내 급한 성격 때문에 일단 지르고 보는지라 화해를 해도 싸움의 골이 남아있곤한다. 내가 살아야하는 집이고 내가 먹어야하는 음식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건 자연히 밤늦게 몰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변했고 수면부족으로 피로가 겹치다 보니 늦잠을 자게 되고, 낮동안의 일을 제대로 할수가 없게 되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눈 뒤에 오전에 그림을 그리고 오후에 일을 하는 반씩 나누기로 하였지만 어쩐지 그게 잘 되지 않는게 다반수였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일을 하다가 그림을 그리러 갈 수 없으니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고 집을 짓는게 점점 행복한 일이 아닌 귀찮은 일로 변하고 있다. 날씨는 겨울로 향해가는 가을의 중순, 아니 끝자락인데 집은 완성도를 채 남기고 요지부동이고 그림은 맘대로 그릴수도 없고.. 물론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걸 쉽게 버릴수가 없다.
그림이 좋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게 내 앞날에 뭐가 되든 간에 즐겁다. 이게 사는거지..라는 생각도 한다. 왠지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오기도 생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일단 내가 있어야하고 생활하는 공간과 먹을 것이 필요하다.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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