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부채’를 읽고

- 권오름

이익을 따지는 물물교환은 마을 내부가 아닌 외부와 거래를 하면서 주로 이루어졌다. 무역과 같은 교환관계들에서는 이익을 추구하였다. 그레이버는 ‘물물교환은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라고 한다. 신뢰가 없는 관계에서 교환을 하고 나면 이익을 따지게 되고, 그때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덜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더 이익을 얻었다는 계산을 하게 된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그냥 주고받았다. 부채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존재적으로는 동등할지라도 특정 기준을 두고 교환할 때 그렇지않다.  도덕적 부채와 법적부채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도덕적 부채는 기준에 의해 탕감이 힘들고, 법적부채는 기준으로 탕감이 가능하다.

‘원시화폐’는 국가나 시장이 없는 곳에서 접하는 화폐로 사고파는 데 이용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조직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리고 ‘원시화폐’는 부채상환이 아닌 부채를 인정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신부값, 생명의 대처물, 피의 부채 등 사람이 오갔던 관계가 외부의 개입으로 부채상환의 집행자가 등장하면서 사람을 물건과 교환하게 되는 노예시장을 만들었다.
 이러한 교환을 중시하는 공동체에서는 한 인간을 교환대상으로 본다. 인간은 욕망을 쫓으며 드물게 대칭적 패턴을 보이는 데, 이는 희생을 치루며 이루어지게 되어 창조가 아닌 파괴가 되어 노예가 생겨났다. 노예는 힘의 법칙, 법적 처벌, 아버지의 권리, 자발적 매매를 통해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그들은 공동체에서 뿌리 뽑힌 존재로 분리되었고, 정체성과 존엄을 빼앗긴 일만하는 기계였다. 오늘날 ‘명예’는 ‘고결함’과 인간을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폭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엄을 빼앗는 능력은 노예 주인의 명예의 바탕이 된다.
 
남성들의 지위가 높아져 부권사회가 형성되었고, 아내나 자식들을 융자의 담보로 내걸게 되었다. 융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그들은 채무노예가 되었다. 그러면서 생겨난 시장의 딸들이 노예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되었다. 우리는 노예제도가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소유권은 노예제도에서 발생했다. 또한 소유권은 법을 중시한 로마에서 발생하였다. 이들은 주권을 자신들이 파괴할 수 있고, 생사여탈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국가에서는 왕이 가정에서는 아버지에게 가장 큰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와 자유와 소유를 혼동해 자신이 파괴하고, 망가뜨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자유라고 말한다.
 시대의 자유의 정의는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예제도에서부터 나온 정의이다. 내 몸은 나로부터 있을 수 없는데 내 몸을 내 생각이 지배하려는 것이고, 이것은 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들에게 복종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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