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민주시민의 기본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말한다. 여당도 말하고 야당도 말한다. 모두가 말한다. 그런데 만약 투표를 하지 않고 투표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아무리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할 수 없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내게 중요한 문제에 관심없는 후보들뿐이어서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민주시민일까 아닐까? 선거 때마다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민주시민은 도대체 누구일까? 민주시민을 따라 등장했다가 개표가 끝나면 사라져버리는 민주주의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민주주의는 대통령 선거라는 이름으로 가장 화려하게 부활한다. 모두 일어나 경배하라, 그리고 찍어라! 그래서 “문제니”(문재인)와 “안쳤어”(안철수)1)snl 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여의도텔레토비리턴즈의 캐릭터 이름는 1인자를 예비하는 후보가 되기 위한 시합을 벌이고 있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 되어야 한다. 나는 아닌데 라고 속삭여보았자 소용없다. 비웃음만 살 뿐이다. 대신해줄 사람을 선택하고 입을 다물라고 한다. 소심한 나는 SOS를 요청했다.
짜잔!!!홈리스행동의 이동현님,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오리님,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님.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여 주셨다. 다들 활동력이 왕성해 일정이 바쁜 분들이라 담배 한 대 필 새도 없이 좌담회를 시작했다. 모두가 찍기를 강요하는데 찍기의 내용이 얼마나 허술한지 이 분들과 함께 씹어보겠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마이너리티가 경험하는 대선은 어떤 것인가?
이동현 홈리스행동에 멤버쉽을 가진 분들은 주로 나이가 많아 4-60대, 많게는 80세가 넘어간다. 어른들이 만나면 정치 얘기 많이 하잖나, 동네 정자나무 밑에 앉아가지고. 그런 것처럼 홈리스들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주민등록증이 있는 분들은 거의 투표하고. 투표 성향은 올해 노동자민중 후보나 진보정당 후보가 없어서 어디 찍어야 하나 고민한다. 과거에 민주노동당이 있을 때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는 분들이 대다수였고. 투표를 하더라도 홈리스와 관련된 의제들이 선거 정책에 담기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거기에 대한 실망감들을 가지고 있긴 하다.
실태 조사를 해보면 주민등록증이 없는 분들이 3,40퍼센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제도상으로는 주민등록 말소제가 2010년도에 없어졌다. 대신에 거주불명등록제도라는 걸로 대치가 됐다. 바뀐 취지가 기초생활수급권과 선거권을 보장하겠다 하는 건데 두 가지 모두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때 말소직전 주민센터가 주소지로 되는데 자기 돈 들여 거기까지 가서, 투표하고 다시 와야한다. 홈리스 상태에서는 과거의 인간관계를 다시 안 만나고 싶어하니까. 챙피하고 돈도 없고. 거기까지 가서 선거인명부 확인해서 투표하고 이런 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투표를 못 한다고 봐야한다. 그렇게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문애린 장애인으로서의 선거. 나는 두 가지 경험이 있다. 재가 장애인으로서의 경험과 장애인 활동가로서의 경험. 재가 장애인으로 있을 때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왜냐하면 한 번도 밖에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또 정치라고 해봤자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일이었으니까. 주변 형들이나 언니들한테 얘기를 들어 보면 선거를 하고 싶어 해도 선거할 때가 되면 접근권이 안돼서 선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 계시는 분들도 많고. 그럴 경우는 대리투표를 했다. 부모님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대리투표를 하는 거다. 물론 나는 그 때 선거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저렇게까지 선거를 해야 되나 싶었다. 내가 찍고 싶은 사람을 내 생각대로 찍는 게 선거지 않나. 몸이 불편해서 접근이 안 되면 접근할 수 있게, 접근권을 보장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장애인도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도 막상 선거하러 가보면 접근권이 전혀 보장 안 되거나 그랬다. 짐처럼 들려서 투표하는 걸 본적도 있고. 막상 내가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선거라는 말을 다시 들었을 때 기본적인 틀은 바뀌진 않았는데 생각은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 진보신당 선거운동을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위원회에서. 그 때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까지 많이 변하지 않은 거 같다고 느꼈다. 장애인이 선거운동을 한다, 추운데 나와서 뭔 고생을 하느냐, 이거는 기본적인 거고. 장애인이 정치에 대해서 뭘 아느냐, 이런 식으로 한 적도 있었다. 어떤 생각으로 정치, 이 운동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장애인이 정치에 관여해서 무얼 하겠느냐. 니네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 냉소적인 것들을 많이 보고 들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직접적으로 하면…싸울테니까(웃음) 그래서 이제까지는 선거라고 하면 장애인들과 거리가 있다.
오리 동성애자라고 정치화하기 전에는 자기가 가진 다른 정치적인 색깔이나 놓인 환경에 따라서 선거를 하거나 안 하거나 그런 거 같다. 정치화하고 커뮤니티에 나오면 선거 때 가장 많이 듣는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은 주로 외국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전혀 이슈가 안 되니까. 이번에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어떻게 됐다느니, 어느 나라 대선의 정치인이 동성애자라느니 이런 얘기들을 뉴스로 가장 많이 보게 되고. 항상 외국의 이야기로 많이 듣게 된다. 그러니까 항상 부럽다 정도로 끝나는 거 같고. 국내에서 선거를 할 때에도 성소수자 이슈로 후보를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른 걸 보고 선택을 한다.
커뮤니티에 있을 때 이런 얘기도 들었다. 어떤 친구가 자기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게 싫다, 라는 이야기. 그 사람은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이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얘기되는 게 되게 싫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성소수자의 요구가 이슈가 되지 않아 외국의 사례들만 생각한다거나, 노숙인 또한 관련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지금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는 어떤 것들인가?
오리 박원순씨가 서울 시장이 되면서도 그랬지만 유명한 사람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도 많이 바라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아예 없으니까 일단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나중에 정책을 실현하든 말든. 사실 어떤 정책이 실현된다는 걸 예상도 못 한다. 어떤 정책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금 있는 위치에서.
-그 얘기 자체가 상징적이다.
오리 그것도 지금 현실에서는 많이 어려워하니까. 박원순씨가 시장 되고 나서 많이 요청을 했었는데. (퀴어)퍼레이드에 와서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도 했었는데 잘 안되고. 아직까지 그것도 많이 힘든 수준인거 같다. 입장을 물어보면 괜찮게는 나온다. 차별을 반대한다 이러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적극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논란이 되면 좋을텐데 그러지도 않고.
문애린 우리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쿼터제라고, 각 정당에서 몇 %씩 있는 장애인 국회의원들. 나는 이 분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 원해서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주위의 요구, 환경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 분들이 뭘 하는진 잘 모르겠다, 그 내에서. 심하게 말을 하자면 쿼터제를 채우기 위한 명목, 당의 선전, 홍보용인 거 같다.
-대변인이 있는 여성과 장애인, 대변인도 없는 노숙인과 성소수자인건가?
문애린 대변인이 있어도 별 소용이 없더라.(웃음)
이동현 홈리스 관련해서 사회적인 낙인이 상당히 크다. 박원순씨 같은 경우 노숙인 정책을 하는데 잘하는 건 없다. 근데 선전은 엄청 잘 한다. 관련 기사들이 나면 밑에 댓글들이 어마어마하게 험한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보편적인 정서가 노숙인들한테 너무 잘 해준다, 그런 데다 왜 혈세를 쓰냐,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다. 하물며 대선 주자가 노숙인에 대해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 하면 득표 전략에 있어서 굉장히 좋지 않은 거다. 노숙인은 기본적으로 파이가 작으니까. 장애인과 비해서도 숫자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복지나 빈곤 정책의 하위파트 한줄 정도로 언급되는 주목 밖에 못 받고 있는 거고.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모아보려고 검색을 하는데 대신 해결해주겠다는 공약은 많이 하지만 당사자와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공약은 안 지키면 끝 아닌가.
문애린 선거철이 되면 공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걸 하겠다, 저런 걸 하겠다…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이 많다. 지금 한참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보조 장애인등급제 관해서 공약이 나오긴 했는데. 사실 이런 공약들이 와 닿지가 않는다. 막상 정치가가 선거 이후에 오리발을 빼기가 일수니까. 선거공약을 지킨다고 해도 그 내용의 삼분의 일정도만 지킨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솔직히 정치한다는 사람들에게 신뢰가 안 간다.
막말로 홍보용으로라도 와서 좀 봤으면 좋겠다. 듣는 거보다 한 번 보는 게 나으니까. 남들이 볼만한데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곳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그게 진짜 대선에서 중요한 얘기가 아닌가. 끊임없이 떠들어대기는 하는데. 뭘 갖고 떠들어대는지는 모르겠다. 민생복지, 복지정책. 누구를 위한건지, 뭘 하겠다는 건지. 이건 개수작이라고 본다.
-공약의 내용은 괜찮은데 수행하는 과정이 불신을 준다, 이건가?
문애린 공약의 내용을 떠나서 그 사람의 행동과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얼마 전에 장애여성 한 분 돌아가셨지 않나. 공식적인 사유는 화재라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활동보조가 야간까지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밤에 일어난 거다. 장례식장에 대선 후보들이 왔다. 문제가 생기면 선거를 떠나서 한 번 와봐야 되고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당연하지 않나. 장애인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런데 꼭 그럴 때만 찾아온다는 거. 무슨 일이 있어야만. 추운 겨울이 되면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광고를 많이 하는데 이 불우이웃들이 과연 겨울에만 있을까. 아니지 않나. 1년 365일 불우이웃들은 늘 상 존재한다. 그런 맥락으로 참 가식적이다 라고 느낀 적이 많다.
이동현 홈리스는 노숙 대중조직 이렇게 표방할 수 있는 조직이 없고 서비스 기관들만 난립해 있는 상황이라서 카운터 파트너를 두고 만날 수 없다. 대선 주자들에게 있어서 홈리스에 관한 어떤 정책적인 접근, 공약 이런 것들이 누락되는 이유다. 결국 부르주아 정치가 안고 있는 맹점인거 같다. 그래서 불나방처럼 부르주아 정치로 달려갔을 때 늘 안 되는 거다. 성소수자 문제라든지, 모두. 그러니까 운동을 잘 해야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