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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특집 좌담회-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민주주의는 그곳에 있더라(2)

- 숨(수유너머R)


-운동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나, 잘 안 되는 건 왜인가?

이동현 선거가 되면 선거를 가지고 뭘 해야 하지 않나,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이래서 빈민연대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고 들이밀고 하는 정도 활동을 한다. 홈리스는 운동이 안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긴 하다. 빵이 급한데 깃발 들자고 하는 거니까. 그렇긴 하지만 복지지원을 직접 하는 건 아니니까 지원을 연계하고 계속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야학도 하고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 더디긴 더디다.

오리 무지개행동이라고 성소수자 단체들이 만든 네트워크가 있다. 대선이 되면 항상 뭘 해야하지 않겠냐, 압박이 있어서.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우리도 투표할 수 있는 인간들이 있으니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선 대응팀이 꾸려지는데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더라. 대선이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갑자기 이 문제에 관심 가지지는 않으니까.

정치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하는데 거기에 성소수자가 포함된 적은 없다. 포함되는 게 어떤 건지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감이 안 오는 거다. 이전에도 계속 질의서는 보냈다. 답변도 받고. 예전에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해서 “우리 동네 무지개가 떴어요”라는 걸 해서 동네에서 지방 선거 때 각 후보들한테 질의서를 보내고 그 내용을 공유했는데 실제로 잘 되지 않았다. 커뮤니티 사람들이 잘 참여하지 않았던 거 같고.

이번에는 우리끼리 재밌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기획을 했다. 원하는 세상을 마음껏 꿈꿔보자. 교육, 의료 이런 주제별로 성소수자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영역의 사람들도 같이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보자,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꺼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보자. 예를 들어 강릉에도 레즈비언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던지, 지역에 성소수자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던지. 이상향을 꿈꾸는 거다. 재미있게 파티를 하고 그런 식의 기획이었는데, 잘 안 됐다. 무지개행동네트워크가 상근하는 사람이 없고 각자 단체에서 하는 일에 치이면서 잘 진행이 안 되기도 했고. 어린이 청년 인권조례에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부분이 빠지면서 대응하느라 시기를 놓친 것도 있고.

그래서 결국에는 설문조사를 받기로 했다. 커뮤니티에 설문조사를 뿌려보자. 통계의 의미보다 우리가 이때까지 정책으로 내놨던 것들도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그런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원하는 정책은 어떤 게 있으면 좋겠는지 설문조사를 꾸려보자, 그래서 그거 진행하고 있다.1)좌담회 별책부록에 첨부

-그 동안은 정치적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가 없었나?

오리 그렇다. 커뮤니티 대상으로 대선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은 없었다. 제일 좋은 거는 후보가 나오는 거다, 라는 얘기도 많이 한다(웃음)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같이 할 수 있을만한 성소수자 후보가. 그런 게 없으니까 지난 총선 때도 그랬고. 그런 상황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고.

한 번도 된 적이 없어서 그런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는 거에 욕구가 별로 크지도 않은 거 같다.(웃음) 그것보단 어떤 후보가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를 더 바라는 거. 나도 약간 그런 거 같다. 동성결혼이라는 구체적인 정책도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야지만 수혜를 받을 수 있을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드러낼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있다.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지지선언을 원하는 거고 차별이 없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원하는 거지, 드러내서 받을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욕구는 별로 없다.

문애린 우리는 대선뿐만이 아니라 해마다 연말이면 국회 앞, 보건복지부 앞에서 농성을 쭉 해왔다. 활동보조인 제도에 관한 내용, 예산 등.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만한 근거가 전혀 없었으니까. 10여년 운동을 하면서 만든 이동권, 활동보조제도, 장차법은 큰 틀이다. 큰 뼈대만 만들어놓은 거지 장애인이 여기 계신 분들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분이 필요하다. 교육을 받아야하고 노동을 해야 하고. 옆에 활동보조인이 있어야만 나가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올해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광화문 앞에서 3개월 동안 활동보조 지원에 관한 거라든가, 기초수급권이라든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서 두 가지 안건을 두고 활동을 하는데…사실 좀 많이 힘들다. 농성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내거는 요구대로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근거니까. 이 근거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거다. 이걸 바꾸려면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소요되야 하는 거고. 돈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는 그만한 소양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굳이 대선까지 잡아서 농성을 하냐, 알릴만한 방법이 없으니까. 왜 우리가 이렇게 하는지, 이게 왜 바꿔야하는지 알릴만한 방법이 없다. 대선이 아니고서는. 허구헌날 집회를 한다 뭐를 한다, 기자회견을 한다 그래도 시민들의 의식 대부분은 쟤네들 또 저런다, 장애인들 또 나왔구나 쟤네 이번에는 또 뭘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시선이 좀 많이 느껴지거든. 우리는 뭘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걸 필요있는 걸로 바꿔달라는 건데.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끔.

그런데 농성하면서 정치인들 한 명도 못 봤다. 언론에도 나가니까 알긴 알거다. 농성 중에새누리당 당사를 1박2일 동안 점거했는데 보좌관 밖에 못 봤다. 이런 사람이 대선을 준비를 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농성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냐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그럼 대선 끝나면 농성 안 하는 건가?

문애린 3개월 동안 지속됐으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 농성을 접긴 접어야 되는데 인수위꾸릴 때까지 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던 간에. (물귀신 작전인가?)그렇다. 우리는 이런 걸 알려야하는 거니까. 다음에 우리가 싸울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진보정당 자체후보를 내거나, 비판적 지지라고 해서 다른 누군가를 지지하게 해야 한다거나 하는 논쟁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이나 누군가가 나왔을 때 찍는다는 것이 투표하는 이상의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문애린 진보정당 여당 야당으로 갈라놓고 부르지 않나. 나도 한 때 진보정당 활동을 하긴 했었지만 요즘 기준이 모호해졌다. 이 진보라는 게 어떤 기준을 놓고 진보라고 이야기를 하느냐. 어쩌면 진보가, 이건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진보 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보면 더 보수적이고 더 고루한 사람들도 많다. 진보라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부지런한 사람이 먼저 다른 것들을 보게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보게 되고. 보이지 않는 것들도 부지런히 찾다보면 보이게 되는 게 진보라고. 요즘은 당 이런 걸 떠나서 좀 부지런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관심있게 보고 싶다. 사람을 보는 부지런함. 각 사람이 처해있는 내용을 볼 줄 아는 거.

이동현 진보정당이 얼그러져서 투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뒤돌아보면 결국엔 민주노총에서 노동자정치를 하려고 진보정당을 만들었는데 10명이나 국회의원이 돼버리니까 수권정당으로 귀결되었다. 운동도 망해버리고 당도 망해버리고. 진보정당이 하는 걸 보면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하는 걸 그대로 했다. 운동까지 다 곰팡이를 퍼뜨리는 상황이 온 거다. 당 건설 중심으로 사고를 했던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선이라는 것도 활용을 할 때 운동을 흥하게 하기 위한 전술로서 할 수 있겠지만. 날 좋을 때 이불빨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을 계기로 해서 뭔가 좀 돌파구를 찾거나 그렇게 가는 방식은 굉장히 위험한 거다. 아까도 장애인 할당제 통해서 국회에 가더라도 생물학적 기준이 당사자성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그룹에서 뽑아올려진거냐 이거에 따라서 내용이 굉장히 달라지니까. 대선이라는 일정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정치라는 것은 일상적인 거 아니겠나.

-홈리스 운동의 방향이라는 건?

이동현 우리 같은 경우 잘 정리된 이념이 있지는 않다. 홈리스상태가 왜 만들어지느냐를 봤을 때 사회구조적인 원인과 개인적인 원인이 다 있다 이게 학계의 정설이다. 우리는 구조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거고. 자본주의 상태에서는 홈리스가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으니까. 노숙인구가 젤 많은 게 자본주의가 제일 발달한 미국이고.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을 혁파하는 것이다, 라고. 근데 이것들이 전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야학 권리교실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어제까지 자본주의 바로 알기라는 주제로 그런 교육을 하고. 평이한 수준에서 동의 기반을 넓혀가는 상황이다.

-반자본주의는 폭넓게 공유하고 있는 가치인 것 같다. 홈리스 운동에서 현 상태를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요구는 무엇인가?

이동현 제도에 대한 개선요구들이다. 사회복지 서비스에 의탁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홈리스 쪽 같은 경우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상대적 빈곤선 도입. 그리고 거리 생활을 할 때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임시적으로 지원제도가 있는데 그게 물량이 너무 적다. 1인 임대주택 공급 이런 요구들, 일자리 이런 부분들. 서울역에서 1017프로그램2)10월17일 빈곤철폐의날의 일환으로 서울역 사진전을 하면서 “내가 후보라면” 발언대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나온 게 주로 일자리 이야기들, 주거 이야기들 그런 요구들이 많이 있었다.

문애린 각기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의견을 전달하거나 겹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기자회견이나 집회처럼 여러 활동들을 같이 한다. 1017프로그램도 같이 했다. 많이 지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먹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운동을 하기가 참 많이 힘들어진다. 집회를 하다보면 부득이하게 도로로 나가서 하는데 벌금을 참 많이 받는다. 여기 계신 분들도 벌금이 있다. 동현이 형은 다 냈어?(웃음)

이동현 또 나올 거 있어, 다음달에.(모두 웃음)

문애린 집회를 하면 벌금이 다 합쳐서 수천만원까지 나오니까. 운동을 한다는 게, 집회가 다는 아니지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그건데. 우리의 운동방법을 달리 찾아봐야 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한다. 서명전도 그렇고 일인시위도 그렇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하고 있지만. 농성장은 춥다. 춥고 덥고. 힘들다. 3개월 이상 해봐라. 8월말부터 시작했으니까. 아무튼 그렇다.

야심차게 기획한 좌담회는 농성장의 힘겨움을 공감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못내 마음에 걸려 한 번 가야지 했는데 오늘 드디어 광화문 농성장에 다녀왔다. 위탁형 대안학교를 다니는 중학생들과 수업차 함께 방문했다. 대안학교에 모이게 된 아이들은 비행, 폭력, 왕따 등등의 이유로 다니던 학교에서 내쳐진 녀석들이라 평소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놈들이다. 장애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던 불량 청소년들이 농성장에 계신 분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완전 경청 모드는 아니었지만 몇 몇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명도 차례로 했다.

농성장 중 최고 명당이라는 광화문 광장 지하 천막.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를 대의하겠다고 나선 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아이들은 거기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이너리티가 마이너리티를 만났다. 진짜 민주주의는 여기에 있다.

“한 표 주면 안 잡아먹지” 어르고 달래는 그들에게 쩔쩔 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표를 주건 말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한 표 행사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입을 봉하지 말지니. 우리는 계속 떠들테니까.

응답 2개

  1. 말하길

    꼭꼭 씹어들을 말들이 참 많은 좌담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제적’ 청소년들과 장애인,노숙인 농성장과의 만남은 사뭇 감동적이네요. ‘소위’ 진보정당의 ‘구태’와 운동단체 내부의 지쳐버린 감수성에 대한 지적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거기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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