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동시 몇 편 (2)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내가 어떻게 생겼났지?

문수안(3년 8개월)

나는 잘 모르는데
엄마가 가게에서 사가지고
애기 씨를 먹었을 거야.

뭐라고 홍아야?
예쁜 애기 씨를 먹고
아빠랑 결혼해서
또 어떻게 했다구?

이렇게 이쁜 딸을 나아가지고
또 이렇게 이쁘게 키워가지고
…… 그랬을 거야.

그래서 엄마가 홍아를
이렇게 이쁘게 키웠어.
그런데 그 애기 씨 가게에서 사지 않고
엄마 뱃속에 있었다 계속.

그럼, 어떻게 생겨났지?

응, 그냥 생겼어.
그 애기 씨가 자라서 나아가지고
이렇게 예쁜 홍아가 됐네.

엄마가 애기 씨를 꿀꺽 삼켰어!
입에다 넣고 꿀꺽 삼켜서
이렇게 이쁜 홍아가 나온 거야!

손가락 까파

문수안(3년 9개월)

엄마에게 할머니 하래요.
저는 엄마 하겠대요.
홍아에게 인형 딸들이 많답니다.

슈크레랑 멍멍이랑 바둑이랑 딸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받아먹습니다.

“이따가 엄마가 사과 깎아 줄게 먹어”
슈크레가 손사래를 치며
“시여 시여 난 안 먹을래”
홍아가 슈크레 역할을 해줍니다.

이때 손가락 까파가 나타났습니다.
까파 역할도 홍아가 다합니다.
“나 밥줘.”
“밥 다 먹어서 없어.”
“그러면 저 밥 먹을 래”
멍멍이 밥을 뺏어 먹으려합니다.
“안 돼. 가.”하고
홍아가 손바닥으로 자기 손가락을 때립니다.
까파가 엉엉 울면서 돌아갔답니다.

“슈크레야.” “네, 할머니.”
“넌 밥 다 먹었니?” “아니요.”
“그럼 바둑이와 멍멍이는?” “아니요.”
“아유 우리 손주들도 아직 다 안 먹었구나.”
“얘들아 까파 오기 전에 얼른 먹자.”
홍아가 딸들에게 먹여주고 냠냠도 해줍니다.

※ 슈크레 – 제일 먼저 생긴 인형이고 제일 좋아하는 토끼 인형이다. 키가 커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던가.
※ 까파 – 상상의 존재. 그도 엄마 아빠가 있고 공원 어디서 산다고 한다. 움직일 때는 홍아가 둘째와 셋째 손가락을 교차하여 걸어다니게 한다. 아이들의 먹을 것을 빼앗아 먹는 등 아이들을 괴롭히며 홍아가 모성애를 보여주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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