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보일기

급여는 낮고 고용은 불안한데 일의 범위는 제한이 없다

- 네버멘(장애인활동보조인)

편집자 주 : 본 글은 2012년 11월 17일 한성대학교 에듀센터에서 있었던 “장애인활동보조인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조사 보고·토론회”에 쓰였던 발제문입니다.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전제합니다.

급여는 낮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시간을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라 하면 한달20~22일정도 일하는데, 월급여는 100만원 전후입니다. 평균 활동보조인의 월급여는 70~80만원 정도입니다.

저는 처음 연결된 발달장애아동은 한달에 60시간이였고, 그 다음분은 한달에 200시간 가까이 되었지만 제가 하는 사무보조에 100시간 정도를 사용하였습니다. 30대 초반 미혼으로 용돈벌이를 했지만, 지금 저는 머지않아 결혼도 해야하고 가정도 꾸려야 할텐데 이런 시급체계에서 일하며 결혼과 가정을 이룰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저는 내년이 되면 저녁 퇴근보조나 토요일, 일요일 활보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시간이 나의 하루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데 과연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활동보조인이 직업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아르바이트가 되지는 않을지 고민입니다.

출근준비보조를 하는 경우 30분에서 1시간 가량 이동해서 1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훈련된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부족합니다.

40~50대의 활동보조인들이 오래하는 경우도 있으나, 20대의 활동보조인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직도 많습니다. 남성들은 가계를 부양해야 하거나 임금이 낮은 경우 활동보조인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을 일하건 5년을 일하건 시급은 같고, 업무의 숙달이 있다고 하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제가 활동보조인을 시작한 2009년 시급이 6000원이였는데 4년정도 시급의 인상이 없다가 2012년 인상된 시급이 6225원입니다. 물가인상을 생각하면 인상이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의 범위가 없습니다.

일하는 시간에 이용자와 커피전문점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용자는 커피전문점에 있는 빨대를 저보고 챙기라고 했습니다. 전 커피전문점에 다른 손님도 없고 직원도 옆에 있는데 그러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용자는 재차 빨대를 챙기라고 말하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정말 하기가 싫어서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용자는 빨대가 있는 쪽에서 혼자 가서 수동휠체어에서 일어나 빨대를 30개정도 쥐고 오는 것이였습니다. 빨대 30여개를 가지고 와서 저에게 그 빨대를 가방에 넣으라는 것이였습니다. 일하는 직원이 그 모습을 봤지만 별말은 안해서 그나마 다행이였습니다. 나중에 제가 빨대를 1000개정도 사서 가방에 넣어놓겠다고 하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합니다. 커피전문점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니 거기서 가져오겠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날 저녁 마음이 많이 불편하여 이러다 이용자가 다음날 저를 보고 그만 나오라고 할 수도 있을거 같아 흥분해서 말한거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음에 커피전문점을 가면 저는 빨대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이거는 한 예이지만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하루에서 제공시간만큼 같이 있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납니다. 제가 아는 분은 이용자분이 은행나무에 올라가서 은행을 따오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센터 직원2명과의 대화에서 장애인 이용자가 자살을 하고 싶어하면 그 자살을 보조하고 도와주는게 활동보조인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불법적인 것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서로의 생각은 평행선만 달렸습니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 이용자 활동의 전반적인 부분을 도와 보조하는 일인데, 어디까지가 일의 범위일까요?

또한번은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대회가 있어서 경기지역에 1박 2일로 간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장애인 직원 한명이 더 가고 센터 차도 간다고 했습니다. 가는 장애인은 1급 장애인 3명이였는데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출발하기 하룬가 이틀 전에 저에게 말하는데 직원이 같이 가지 못하고 센터차도 가지 못한다는 것이였습니다. 활동보조인은 가야했고 하루 이틀 남은 상황에서 안 가겠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우선 남자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자체가 쉽지 않고, 1박 2일로 잠을 자는 활동보조인을 구하는건 더 어려운 일인걸 알기 때문이였습니다.

저는 못가니 이용자분이 알아서 하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선택이였습니다. 이용자의 바우처 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결제하고 3명의 활동보조를 이틀동안 하였습니다. 샤워보조, 식사보조, 이동보조, 옷갈아입기, 운동보조, 신변처리, 전동에 들어서 올리기 등을 했고 3명의 활동보조를 혼자 하니 몸에 무리가 많이 갔습니다.

출근 준비, 이동 보조, 사무보조, 키보드 대타, 식사보조, 대신 전화하기, 운동보조, 신변처리, 은행업무보조 등 하는 일은 많은데 메뉴얼은 전무하고 연결되면 활동보조인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제공기관이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이용자와의 트러블을 코디네이터에게 말하긴 하지만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트러블이 있는 경우 코디네이터가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이용자가 필요로 한다면 제공기관에서도 제지하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코디네이터도 자주 바뀝니다. 전문성도 많지 않고 사회복지사가 아닌 사람도 코디네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활동보조인 인상을 보고, 나이가 많다고 싫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일하는걸 보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기도 합니다. 전에 일하던 사람은 하던 일인데 왜 하지 않느냐고 일하기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용자가 제공기관에 활동보조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대부분 바뀌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2009년 교육은 시간 때우기가 대부분이였고, 이수만하면 활동보조인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습위주, 장애유형별로 디테일한 사례시 대처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대일 파견이다 보니 직장동료의 개념이 없습니다.

1년을 일하며 일 때문에 공적으로 만나는 활동보조인을 제외하고 활동보조인과 대화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자신의 고충을 털어 놓지도 못하고 뭐가 맞는지 뭐를 하면 안되는지도 모른체 하루하루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제공기관에 모든 걸 책임전가하지 말고, 활동보조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조사하여 그 해결책과 개선방향을 제시하여야 하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위원회에 활동보조인 참여를 보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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