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두물머리 토크쇼#3 음악이생의전부는 아니겠지만

- 쏭

두물머리를 만난 음악가들.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걸어가듯 리듬이 흘러 나오고
당신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듯
이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노래가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당신이 걸어가듯 리듬이 흘러나오고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듯
이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어느 날인가 사랑이 어울려서
그 어느날 당신을 만났듯이
그저 하늘처럼 가슴을 텅 비우고
그저 바람처럼 마음을 설레이며

이 노래는 “이종만과 자유인”의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이란 노래다. 옛정서발굴밴드”푼돈들”의 대표곡.

11월21일 카페별꼴에서는 두물머리를 함께 찾았고 또 지키고자 했던 음악가들의 기억을 통해 다시금 그 때의 순간들을 만나보는 시간이 있었다. 6주에 걸쳐 진행된 두물머리 유기농토크쇼의 마지막회 순서였고 그 행사제목이 위의 노래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다.

감히 생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음악이든, 연애든, 투쟁이든…

나는 이날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진행자로도 나섰다. 푼돈들, 봄눈별, 야마가타트윅스터 그리고 쏭. 두물머리에서든 어디서든 자주 만나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던 사이들. 어떻게 보면 서로 함께 보는게 이젠 많이 익숙해져서 같은 소속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사이가 되었다.물론 누구도 소속사에 있지 않지만 말이다.

두물머리 싸움의 나날들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공연도 참 많았었다. 그때마다 멋진 공연을 펼쳐주던 두물머리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는데 우리는 이날 각자가 두물머리를 만난 이야기, 두물머리에서 노래를 만든 이야기, 그리고 두물머리에서 함께 지내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두물머리 전속가수 쏭(필자)

난 음악가로써 두물머리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두물머리를 찾았던 당시는 사대강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때였다. 두물머리도 그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던 차에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그 지역에 지지방문을 간다 길래 따라 나선 게 두물머리를 만나게 된 계기였다. 처음 만난 그때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노래를 만든 것이 “팔당으로가자”란 노래다. 감히 팔당 두물머리 싸움을 지지하는 노래를 만들게 되었으니 그 덕에 나는 곧바로 두물머리 전속가수가 되었다.

드라마 촬영지로나 알고 있던 양수리(두물머리)에 유기농지가 있었는지도 그 때 처음 알았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거기서 만나는 지도 겨우 알았던 내가 이 노래에 대한 책임을 단단히 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로 나는 두물머리 투쟁의 거의 모든 집회나 행사에 참가하게 되고 주변의 어떤 지인은 쏭이 두물머리컨츄리가수가 되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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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으로가자 _ 쏭

솔솔 부는 바람을 따라서 우리 팔당으로 가자
싱그런 바람에 향긋한 꽃내음 두바퀴 자전거를 타고
흐르는 강줄기 따라서 우리 팔당으로 가자
물장구 치며 물수제비 뜨는 푸른 강물을 따라서

우린 흘러가네 생명의 강을 따라서
철근 콘크리트론 우릴 막을 수 없어

우리 다시 팔당으로 가자 새들이 날아 오르는
물고기 떼들의 힘찬 유영을 따라 우리 강물이 되어가자

(쏭2집 두물머리에서 5번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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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트윅스터는 어떻게 두물머리를 만났을까.

지난 봄이었던가. 어느날, 두물머리 특집으로 열린 “사직동그가게 멜로디잔치”에 섭외되었던 야마가타트윅스터는 공연을 준비하는 와중에 난데없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부탁은 다름 아니라 참가자들이 두물머리에서의 모내기를 재현하는 아스팔트바닥 분필모내기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는데 그에 맞는 공연을 해달라는 것이었단다. 야마가타트윅스터는 당혹스러웠지만 갖고 있던 샘플 중에 하나를 틀어놓고 어찌어찌 불러본 것이 두물머리 집회 및 행진, 그리고 농성 때 줄기차게 우리의 몸을 움직이게 했던 “두물머리에 공사말고 농사”라는 곡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 곡은 다시금 다듬어져서 두물머리 유기농행진 당시 행진대오를 이끌며 부르게 되었는데 당시 야마가타트윅스터의 리드는 정말이지 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노래는 두물머리 투쟁음악의 정말이지 핫트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com)에서 “두물머리에 공사말고 농사”를 검색해보라.
https://soundcloud.com/sudmazo/moz1mg1amh5f

망루쇼! 스카이댄서를 망루에 올린 푼돈들

스카이댄서는 푼돈들의 몇 개 안 되는 창작곡이다. 그 곡이 두물머리에서 비로소 그 빛을 발하게 된다.

행정대집행 기간 중 위기가 고조되던 어느 날, 야심 차게 준비되었던 “망루쇼” 행사였다. 스카이댄서 풍선의 몸통에 “공사말고농사” 구호를 적어서 망루 위에 올렸다. 망루 옆 감자밭의 무대는 농민의 트럭 두대를 연결해서 기초를 만들고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천막으로 지붕까지 덮어두었으며 행사장 가운데 한 곳에 웅덩이를 파서 “머드탕”까지 만들었다.

이날의 타이틀은 “망루와 함께 춤을”이었으니 이날 예고된 비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낼 순서임이 틀림없었다. 예정대로 비는 쏟아져 내렸고 망루위의 스카이댄서는 그 비루한 춤을 눈물이 나도록 추었으며 푼돈들의 에너지는 두물머리 전체를 흔들어 내었다. 이날의 푼돈들의 공연은 보컬 로맨스조 말에 의하면 무대공연의 끝, 정점을 찍었다고 이젠 더 음악생활에서 아쉬울 것이 없노라고 말할만큼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날의 감동을 몇줄의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어서 대단히 아쉬울 따름이다. 다행히 유튜브에서 망루쇼를 검색하면 아마 몇개의 클립이 나올 것이다 ( 푼돈들_망루쇼 : 스카이댄서 http://youtu.be/G8yrGPY–94)

치유음악가인 봄눈별, 봄눈별은 지금은 치유가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가 치료의 연주를 한다.봄눈별은 처음 두물머리에서 매일 열리는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해 인디언플룻으로 특송을 연주하던 게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거의 매일을 두물머리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사실 음악 연주보다는 농민들에게 점심을 해 올리는 일이 더 많았단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농민들 밖에 없는 평일 한적한 두물머리에서 밥을 짓고 농민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모인 기록들로 전시를 꾸미고 두물머리의 상황을 밖으로 알려내는데 열중했던 그는 어쩌면 음악가이기보다 먼저 활동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두물머리만 지켜낼 수 있다면.

사실 그렇다. 이 사람들 말고도 많은 음악가, 예술가이 두물머리를 찾았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래가 더 빛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함께 농사를 짓고 음식을 나누며 지키내고자 했던 가치들을 제 몫으로 여기고서 비로소 앞에 나섰던 때문이 아니었을까.

봄눈별은 음악보다도 밥을 더 짓고, 그리고 농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이야기했다.
쏭은 두물머리에서 내내 스텝이기를 자처했다.
야마가타트윅스터는 민중엔터테이너로 스스로를 규정하며 그의 춤과 노래로 두물머리 친구들의 의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또한 푼돈들의 로맨스조는 노래 한자락보다 생태화장실을 하나 더 짓고 버려지는 만물에 에너지를 다시금 불어넣는 두물머리의 넝마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들의 함께 만들어 내었던 최고의 순간들은 음악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었던 그 순간들은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대한 열망의 몸짓이었고, 우리의 가꾸고자 했던 미래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 몸짓과 열망은 강물처럼 우리 삶 속을 통째로 흐르고 있었다.

이제 토크쇼가 끝날 무렵, 푼돈들의 노래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이 앵콜송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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