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 스토리텔링

역사를 쓰는 방식에 대해

- 이영남(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글쓴이 주) 지난 5회에 걸쳐 2011년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번부터는 ‘사진글 역사작업’의 시선으로 2012년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사진과 글로 역사를 써내려가는 방식이야 실로 다양하겠지만, 내가 경험했고 그래서 권유하고 싶은 방식이 있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이고, 또 하나는 “내러티브 프로젝트”이다. 아카이빙은 “아카이브 워크숍”에 어울리고, 내러티브는 “메므와 워크숍”에 어울린다. 도시의 근엄한 사무실에 출근할 때 입는 양복과 논밭에 일하러 나갈 때 입는 옷이 같을 수 없듯이, 두 스타일도 자기 서식지에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기에 스타일이 다르다.

아카이브 워크숍(archives workshop)은 마구 섞여 아무렇게나 방치된 기록을 꺼내 잘 반듯하게 정리하고 기술(description)하는 워크숍이다. 누구에게나 기록은 있다. 사진이든 문서이든, 다이어리든, 오래된 일기장이든 지금은 떠나가버린 연인의 편지이든, 우리에게는 삶의 흔적을 말해주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런 기록은 그냥 두면 활용할 수 없을 뿐더러 오래 보존할 수도 없다. 장롱에 돈을 쌓아놓기만 하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구두쇠처럼 기록은 정리되지 않으면 그냥 쳐박혀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우리는 기록을 활용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 돈을 들고 무엇을 할 수 있듯이, 우리도 기록을 정리하면서 뭔가를 할 수 있다. 아카이브 워크숍은 이런 맥락을 품고 있는 기록정리 프로젝트이다.

메므와 워크숍(memoir workshop)은 여러 명이 조용한 곳에 대화를 나누며 역사를 쓰는 워크숍이다. 요즘은 도처에 카페가 있고 그 곳에 들어가면 모두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단 카페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공원에서도, 산책길에서도 얘기는 멈출 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내러티브 워크숍이 색다르다 말하려는 것은, 일관된 삶의 이야기를 만드는 풀무간(이야기 대장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살아온 세월이 있어 여기에 이르렀다. 메므와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메므와 작업은 (메므와는 영어 memory에 해당하는 불어이지만, 기억+심리+경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세월’ 정도로 적당할 것이다) 풀무간 작업이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혼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동무들과 함께 하면 어찌어찌 할 수 있다. 메므와 워크숍은 이런 맥락을 품고 있는 이야기정리 프로젝트이다.

출처와 이력이 다르고 서식하는 곳도 다르지만 (사진워크숍은 사진분야에서, 아카이브 워크숍은 기록학 분야에서, 메므와 워크숍은 문학이나 심리학에서 다룬다. 위에서 사진워크숍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글에서는 비중이 있다. 사진워크숍은 사진작업을 하는 곳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아무개가 지향하는 바이고, 어딘가 작은 모임-공동체가 지향하는 바이다. 결국 분야가 다르다는 것보다는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세 개의 워크숍은 스타일은 달라도 “나의 역사, 공동체 역사”를 써내려가는 여울목(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소용돌이 치는 지점)에서 만나 소용돌이 칠 것이다. 그래서 더 넓은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2012년에 진행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나의 역사, 공동체 역사를 써내려가간 “사진글 역사작업”을 말해본다.

응답 1개

  1. 관심말하길

    아카이빙 워크숍, 내러티브 워크숍 흥미롭네요.
    앞으로 잘 살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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