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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불교의 인연연기설을 설파하기 위해 이토록 장황한 기획이 필요했을까?

- 황진미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데이빗 미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매트릭스>를 연출한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를 연출한 톰 더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한 대작이다. 톰 행크스, 할 베리, 휴 그렌트, 수잔 서렌든 등이 출연하며, 국내에서는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19세기 태평양부터 미래의 행성까지 6개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SF, 코미디, 스럴러 등 각기 다른 장르의 단편들에 담고, 이 6개의 단편들을 교차 편집하여 한편의 다중플롯 텍스트로 완성되었다.

1849년 흑인노예 농장주의 사위는 배 위에서 도망노예를 돕게 되고, 1936년 천재적인 작곡가는 게이라는 이유로 스승에게 겁박당하고, 1973년대 핵발전소에 관한 음모를 취재하는 기자는 쫓기고, 2012년 요양병원에 감금된 노인은 탈출을 시도하고, 2144년 노동하는 복제인간 손미는 혁명군에 의해 자기존재의 진실을 알게 되고, 2321년 문명이 파괴된 지구에서 종족 간의 학살로 가족을 잃은 남자는 다른 행성에서 온 여성과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이 사건들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묶인다. 어느 시공간에나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백인에 의한 흑인의 지배, 동성애자 차별, 자본에 의한 민중의 억압, 요양원의 미시권력, 클론에 대한 인간들의 착취, 다른 종족에 대한 학살 등등. 피억압자들은 그 권력에 저항하며 탈주한다. 그들의 탈주는 때로는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어떤 시공간의 인물이 겪는 상황은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의 상황과 희미하게 이어져있다. 영화는 인물과 소품을 통해 희미한 연결점들을 보여주며, 우리의 삶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설파한다. 나의 삶은 나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우주에 가득한 ‘하나의 삶’의 작은 부분이라는 것. 불교의 인연연기설이나 현대프랑스철학을 연상시키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은 특수분장을 통해 2-6개의 배역을 연기하였다. 인종과 성별을 뛰어넘은 ‘1인 다역’은 각 단편들이 전생과 후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영화는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가 상상으로 빚은 2144년의 네오서울의 광경과 영화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배두나의 얼굴은 한국관객들에게 각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아시아인에겐 익숙한 환생의 개념을 영화화하기 위하여, 이토록 장황한 기획이 필요했는지 다소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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