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한류의 파도 속에서 여행하기

- 들깨

하나의 유행이 이번 여행을 따라왔다. 8월에 한국을 떠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내내 곳곳에서 나는 그와 마주쳐야 했다. 거리에서, 상점에서,식당에서 언제나 오빤 강남스타일이었다. 수억이 봤다는 뮤직비디오도 캄보디아에서 묵었던 숙소 직원 덕에 처음 봤다. 서울광장 공연도 어떤 인도인이 스마트폰으로 보여줬다. ‘How to dance 강남 스타일’ 영상을 내게 보여준 건 붓다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의 부탄 식당에서 만난 한 티벳 승려였다. 그 스님은 말춤의 팬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안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강남스타일 얘기를 꺼냈다.

노트북을 들고 여행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 여행은 대부분 한국과의 일시적 단절이었고 그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한줌의 자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름 여행의 화두를 ‘연결’로 정했고 그래서 랩탑을 들고 와 종종 인터넷에 접속한다. 덕분에 강남스타일에 대한 여러 글들도 찾아 읽어 봤다. 흥미로운 분석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라든가 혹은 소위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현상들에 대한 내용들이어서 어딘가 허전했다.

싸이가 강남을 풍자했든, 강남을 과시했든 그 의도와는 별개로 강남스타일이 사람들에게 소비되는건 제각각이었다. 내가 여행하고 있는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에선, 특히 캄보디아에서 강남스타일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강남이 한국의 가장 잘 나가는 동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리에겐 강남스타일 뮤비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너무 후져서 허풍이거나 풍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캄보디아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충분히 동경할만한 화려한 장면들임에 틀림없었다. 색색으로 치장된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아주머니들이 우리 눈엔 촌스러워 보여도 한국에서 고물이 된 버스들을 사다 고속버스로 이용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촌스럽게 느껴질 턱이 없다. 촌스러운 것도 상대적이다..

캄보디아에 처음 들어가서 국경에서 탄 버스이다. 한글로 안내문이 적혀있다. 한국의 하나투어에서 쓰던 버스이다. 한국의 유치원이나 여행사에서 쓰고 판 낡은 중고 버스들이 고속버스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버스가 너무 낡아서 중간에 차가 퍼져 버리고는 하는데 그러면 새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나 또한 차가 한번 멈춰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 새 버스로 갈아타고 간 적이 있는데 흔한 경우라고 한다.

캄보디아에 처음 들어가서 국경에서 탄 버스이다. 한글로 안내문이 적혀있다. 한국의 하나투어에서 쓰던 버스이다. 한국의 유치원이나 여행사에서 쓰고 판 낡은 중고 버스들이 고속버스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버스가 너무 낡아서 중간에 차가 퍼져 버리고는 하는데 그러면 새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나 또한 차가 한번 멈춰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 새 버스로 갈아타고 간 적이 있는데 흔한 경우라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한국

캄보디아에서 숱하게 한국과 만나며 한국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슷한 결의 현대사를 갖고 있지만 다른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점들이 내게 자꾸만 여러 가지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캄보디아 총리의 경제 발전의 롤모델이 한국인 것부터 시작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거리 곳곳에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그래서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으로 일하러 가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 까지.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이들과 대화하며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열을 올렸던 게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만 몰랐던 것인지 몰라도 캄보디아는 한국과 많은 부분들에서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사태에 연관돼서 짓다가 망했지만) 한국과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캄코(캄보디아-코리아)시티라는 신도시도 프놈펜 근교에 있었다. 캄보디아에 투자되는 많은 외국 자본 중엔 한국으로부터 온 것도 상당했다.

지뢰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보면서는 아찔해진다. 세계적으로는 지뢰와 확산탄이 비인도적 무기라 해서 안쓰자는 약속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많은 양의 지뢰랑 확산탄을 보유하고, 배치하고, 생산하고, 어딘가로 팔고 있다. 세계 7위의 무기 판매국가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대통령은 알까, 북한을 폭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알까, 공산당은 나쁘다고 그래서 그들과의 전쟁은 정당하고 그들이 조금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까. 지뢰와 확산탄의 미래가 어떤지를. 앙코르 와트를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왔다가는데, 그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지뢰 피해자들을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보는데 왜 한국은 여전히 지뢰를 땅에 심고 있을까.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엡립의 여행자 거리 펍스트리트에서 지뢰피해자들이 연주하면서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비단 여기 뿐 아니라 앙코르와트의 주요 사원 입구들에서도 곳곳에 지뢰피해자 악단을 쉽게 볼 수 있다. 피해자들에게 물어봤을 땐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 이들 지뢰피해자는 내전 당시의 피해자도 많지만 전쟁 때 사용된 지뢰나 확산탄의 불발탄으로 인한 전후의 사고 때문에도 많이 생겨났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한 해에 수십명에서 백수십명이 이로 인해 죽거나 다친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엡립의 여행자 거리 펍스트리트에서 지뢰피해자들이 연주하면서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비단 여기 뿐 아니라 앙코르와트의 주요 사원 입구들에서도 곳곳에 지뢰피해자 악단을 쉽게 볼 수 있다. 피해자들에게 물어봤을 땐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 이들 지뢰피해자는 내전 당시의 피해자도 많지만 전쟁 때 사용된 지뢰나 확산탄의 불발탄으로 인한 전후의 사고 때문에도 많이 생겨났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한 해에 수십명에서 백수십명이 이로 인해 죽거나 다친다.

유행과 여행, 그리고 연대의 국경넘기

프놈펜에서 한국을 방문했던 지뢰확산탄 활동가 송코살을 만났다. 그는 지뢰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이면서 지뢰금지 활동을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몇 달 전에 며칠 봤을 뿐인데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국에서의 기억에 대해 물었다. 여전히 지뢰와 확산탄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한화 공장에서 울며 호소했던 것이 계속 생각난다 했다. 그리고 한국에도 지뢰와 확산탄을 금지시키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큰 힘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이 캄보디아에서 사용하는 집회용 배너에 한국에서의 사진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한국과 캄보디아의 어떤 연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활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지뢰를 금지하는 조약에, 확산탄을 금지하자는 조약에 한국도 가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었다. 그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두 가지였다. 북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과 무기를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대답은 차치하고서라도 두 번째 대답은 내겐 굉장히 슬프게 느껴진다. 우리의 경제를 위해서 팔려 나간 무기들이 어떤 이들의 신체를 훼손하고, 삶을 파괴하고 어떤 상처와 아픔들을 만들어 내는지 본 사람들이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경제’라는 것 때문에, 혹은 ‘노후’ 때문에 당장의 아픔들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일까. 시리아, 캄보디아, 파키스탄, 그리고 가까이는 연평도에서도 확산탄은 계속해서 ‘죽음의 비’를 뿌리고 있다. 이런 사실을 우리가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연루돼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화, 풍산, 국민연금, 그리고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과 금융사들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보다 물가가 싼 나라를 여행할 때 내가 무임승차하게되는 경제적 격차를 누리면서 그렇다.

한국을 방문했던 지뢰확산탄 반대 활동가 송코살. 내가 활동했던 ‘무기제로’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던 배너를 전달했다. 캄보디아와 한국의 무기반대 운동이 계속해서 연대 할 수 있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무기제로는 현재 확산탄 반대운동과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는데 무기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무기수혜자를 초점으로 운동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서도 기지공사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시공사이면서 해군에 많은 무기나 프로그램을 팔아 이익을 올리는 군수기업인 삼성을 주목하고 활동했다.

한국을 방문했던 지뢰확산탄 반대 활동가 송코살. 내가 활동했던 ‘무기제로’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던 배너를 전달했다. 캄보디아와 한국의 무기반대 운동이 계속해서 연대 할 수 있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무기제로는 현재 확산탄 반대운동과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는데 무기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무기수혜자를 초점으로 운동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서도 기지공사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시공사이면서 해군에 많은 무기나 프로그램을 팔아 이익을 올리는 군수기업인 삼성을 주목하고 활동했다.

강남스타일이 한국을 넘어서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 현상이 작용하는 지점들에 대한 관심은 서구중심적인 것 같다. 노래가, 한류가 서구가 아닌 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현상들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해석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 노래나 자본 뿐 만이 아닌 현실적인 관심이, 또 운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경을 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여행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생각이다.

강정의 문제가 비단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미국, 북한, 일본 등이 관련된 동북아의 문제이듯이, 쌍용의 문제가 쌍용과 정부와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의 마힌드라나, 중국의 상하이차와 연관된 문제이듯이, 한진의 문제도 한국의 비정규직 제도만의 문제이거나, 한국의 노동운동 문제만은 아니고 필리핀의 수빅 조선소와 연관된 문제이듯이 캄보디아의 어떤 문제들은, 인도의 어떤 문제들은 한국과 연관된 것들일 것이다. 앙코르와트에 대한 신비감이나, 킬링필드에 대한 측은감으로 캄보디아를 기억하는 것만이 아닌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한국과의 연관 속에서 여행지를 떠올리고 계속 살펴보는 것이 그러한 책임과 관계가 국경을 넘어가는 시작일 것이다.

응답 1개

  1. 말하길

    국민연금. 생각지도 못한 연결고리네요. 사회보장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산업이 다른이의 몸과 삶을 상하게 하다니 섬뜩해요. 공적 자금 운용은 항상 반부패나 수익성의 관점에서만 논의되는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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