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최전선

백화점 여성 노동자, 순이 인터뷰

- 구름

“야, 우리 데모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지난 추석을 앞둔 평일 늦은 저녁, 직장동료와의 통화 중에 순이가 내던진 말이다. 불과 3개월 전, 내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위한 희망걷기’에 다녀왔을 때만 해도 “너 데모 같은 데 다니니? 니가 그럴 처지야? 니 앞가림이나 신경 써.”라고 했던 그녀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어쩌다 ‘데모’라는 단어가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오십대 그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2011년 가을,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 둔 순이는 급하게 일자리를 구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동네 한 바퀴 돌며 가져온 교차로나 가로수 체크로 하루를 시작했다. 순이는 한 때 14, 18k 금 전문 매장을 운영했고 뒤에도 비슷한 곳에서 근무를 했기에 보석류를 취급하는 매장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오랜 경력이 있었지만 50대 초반인 그녀는 나이제한에서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백화점 행사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녀의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주변에 좋은 일자리 없냐는 순이의 말에 친구는 마침 자신이 일하고 있는 백화점 2층 여성복 코너의 한 매장에 자리가 난 것 같으니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며칠 뒤 면접을 위해 여성복 브랜드 K매장을 찾았다. 초보보단 경력직으로, 30세 이상 45세 미만의 젊은 경력직을 찾는다고 하기에 조금 걱정했지만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임금 협상은 그렇지 않았다. 의류 쪽 경험이 없다는 이유였다. 매니저가 제시한 금액은 집 대출 이자나 각종 관리비와 생활비 등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충분치 않은 금액이었다. 매니저는 인센티브제를 제안했다. 옷을 팔면 그만큼 더 주겠다는 거였다. 일단 수락을 하고 나왔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며칠을 고민하던 순이는 결국 또다시 가로수와 교차로를 꼼꼼히 체크해야했다. 같은 백화점 2층 여성복 브랜드 C매장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한껏 차려입고 면접을 보러 갔다. 이곳에선 경험보다 나이를 문제 삼았다. 브랜드 C는 종합 의류 브랜드다. 등산복부터 정장까지, 각종 의류와 잡화류를 판매하고 있다. 일이 무척 많은데 나이 많으신 분이 잘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나이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고르려고 하느냐, 주어진 일은 책임감 있게 해내는 사람이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이렇게 왔는데 기회는 줘야하는 거 아니냐며 순이는 세게 나갔다. 물러설 곳도 없었다. 듣고만 있던 매니저는 곧이어 같이 일해보자고 하면서 나이 말고 걱정이 되는 게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예쁜 보석 다루다 이런 험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험하다는 게 얼마나 험하다는 건지. 순이는 절박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고객님이여

NC백화점엔 매주 월요일, 직원 인터뷰가 있다. 각 매장 매니저와 이력서 면접을 본 뒤 합격한 사람들은 백화점 측 직원과 최종 면접을 본다. 매니저 면접 50, 직원 면접 50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된다. 순이는 예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뒤 면접 장소인 백화점 5층 교육실로 가서 면접을 봤다. 바로 그날 저녁 합격 문자가 왔다. “그래, 나 같은 사람 안 뽑으면 니네 손해지.” 순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마음이 되었다.

NC백화점은 이랜드그룹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이다. 이랜드가 어떤 그룹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NC백화점 직원 교육 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지, 항상 고객 요구를 맞춰주는 needs 파악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고객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 교육이 중요하다. 백화점은 일반 시장과는 다른 곳이다. 이곳에 오는 손님은 누구 어머님, 사모님이 아닌 ‘고객님’이다. 사소한 표현도 품격 있게 해야 한다. ‘그 옷은 참 싸요’가 아니라, ‘그 옷은 저렴해요’이다. 고객들이 종종 물어보기 때문에 백화점 전체를 파악하는 것도 기본교육에 속한다. 몇 층에 뭐가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마지막 날엔 시험을 본다. 말로 연습했던 걸 주관식으로 써야 한다.

“모든 인사말은 2음절로 해야 돼. 그냥 ‘어서 오세요’가 아니라 ‘어서 오세요, 고객님.’ ‘안녕히 가세요’가 아니라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고객 오기 전까진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서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그냥 서 있으면 안 돼. 수다 떨면 안 되는 건 기본이고, 미소를 띠고 있어야해, 미소. 아하하하. 얼~마나 간지러우냐. 나갈 때도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보고 또 오세요, 고객님’ 야, 장난 아니다 진짜. 우리(직원들)끼리 무슨 얘기 하는 줄 알아? 하루는 누가 장 보러 가서는 자기도 모르게 ‘이거 얼마에요? 고객님’ 이랬대 글쎄.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다가도 ‘앉으세요, 고객님’ 이러고. 나중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기도하다말고 하나님한테도 고객님이라 할 걸. 하늘에 계신 우리 고객님이여.”

100점 만점에 71점을 위하여

NC백화점엔 ‘점프’라는 모니터 제도가 있다. 모니터 요원들이 손님인척 위장하고 돌아다닌다. 전문 모니터 요원을 쓰기에 진짜 손님인지 모니터 요원인지 알 길이 없다. 고객이 들어왔는데 인사를 안 하거나, 인사를 해도 앞서 말했듯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 아닌 ‘어서 오세요’만 하면 마이너스다. 인사뿐이 아니다. 이 백화점에 찾아오는 ‘고객님’은 두 종류다. 선(先)고객과 후(後)고객. 처음 매장에 들어온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중 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그때 먼저 온 손님은 선(先)고객, 나중에 들어온 손님은 후(後)고객이다. 선고객 응대하느라 후고객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인사를 해도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면 마이너스다. 심지어는 녹음까지 한다. 모니터 요원은 손님인 척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직접 구입하고, 환불까지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을 녹음한다. 녹음한 내용으로 빠진 인사말은 없는지, 말투는 괜찮았는지 평가한다. 물론 말하는 내내 미소를 띠고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고객이 환불하러 왔을 때 얼굴 색깔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그것 또한 마이너스다. 그렇게 마이너스가 계속되다가 100점 만 점에서 70점으로 떨어지면 점프에 걸리게 되고, 점프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도 처음엔 고객님이란 말이 어찌나 입에 안 붙던지, 교육 받으러 몇 번 갔어. 매주 수요일 아침 9시에 교육이 있는데, 얼마나 기분이 안 좋은데, 1시간 빨리 간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교육 받는 내내 ‘안녕하세요, 고객님’만 수없이 반복하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나는 초기에만 몇 번 가보고 이젠 안 가는데 요즘 교육은 더 심하다 하더라고. 근데 나 이번에 100점 나왔다(웃음). 매니저 입 찢어지더라.”

CS매니저, 지적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NC백화점 오픈 시간은 10시30분. 한 시간 전인 9시30분이 되면 백화점 모든 층에서 음악과 함께 방송이 나온다. “NC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셨습니까. 각 층의 대기 장소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근하자마자 매대 포스를 켜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던 직원들은 메모지와 볼펜을 챙기고, 근무복이 있는 매장은 근무복을 입고, 이름표를 달고 대기장소라 불리는 넓은 공간에 모인다. 순이가 일하는 2층에만 40개 브랜드가 있다. 매장마다 매니저 한 명, 직원 한 명이 근무하기에 대기장소엔 약 80이 모인다. 반으로 나뉘어 마주보고 선다. 각 층을 담당하는 팀장이 앞으로 나와 조회를 진행한다. 어제의 매출보고로 시작해 오늘의 목표 매출, 오늘의 특별 상황을 말한다. 가끔은 NC백화점 송파점이 강남과 분당점을 제치고 몇 위를 했다, 혹은 뒤처지고 있다는 얘기도 전한다. 팀장이 멘트를 마치면 다시 방송이 나온다. 두 손을 모은 채 한 문장씩 따라하는 걸로 조회는 끝난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천천히 둘러보세요, 고객님’ ‘즐거운 쇼핑되세요, 고객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조회가 끝나면 각 매장으로 돌아간다. 고객 주문이나 AS장부를 확인하고 청소하는데, 요즘은 ‘롤 플레이’란 새로운 교육을 진행한다. 5~6매장씩 나누어 팀을 짠 뒤, 고객이 되고 매니저가 되고 직원이 되어 물건 파는 연습을 하거나 상품 설명회를 한다. CS(Customer Satisfaction)매니저라 불리는 전문 직원이 와서 평가한다. 하루에 한 팀씩 돌아가면서 진행하면 CS매니저와 나머지 팀들은 지켜본다. 연극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동료들과 상사들 앞에서 그런 롤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촬영까지 한다. 촬영한 영상은 나중에 CS팀에서 분석을 하고, 그 결과로 개인면담을 한다.

“CS매니저 별명이 지적녀야, 지적녀. 어쩜 그렇게 지적질을 잘 하는 지. 아줌마들이니 뻔뻔하게라도 하는 거지, 젊은 애들은 못해. 자존심 상해서. 이렇게 교육시키면 당연히 자존심 상하지.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것만 수십 번을 시키고. 여기 점프교육가면 니 또래들이 참 많은데 걔네들은 우리하고 눈도 안 마주치더라. 젊은 애들은 못 견디지. 우리야 뭐, 이 나이에 못할 게 뭐 있어. 다들 돈 필요한 사람들인데…….”

우린 ‘아줌마’들이라 버틸 수 있다

백화점 근무 시간은 오전10시부터 7시까지 근무하는 A조, 1시부터 10시까지 근무하는 B조, 그리고 풀타임으로 나뉜다. 순이는 풀타임이다. 한 시간의 식사시간과 30분의 휴식시간이 포함돼있다. 화장실, 밥, 이 닦기. 이 모두를 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C매장은 2층이고 직원식당은 4층이다. 이동하는 데만 10분이 걸린다. 화장실은 계단과 정 반대편인 구석에 있다.

“요새는 꾀가 나서 화장실을 미리 갔다 와. 화장실 갔다 온 다음에 카드 찍고 그때부터 밥 먹고 하는 거지.”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보통 각 층에 있는 직원 휴게실에서 쉰다. 모여서 수다 떠는 사람들, 책 읽고 있는 사람들, 간식 먹는 사람들, 드라마 보는 사람들. 사람들로 시끌벅적한데다 캐비넷도 있고, 바닥도 뜨끈뜨끈해서 찜질방에 온듯하다고 한다.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던 순이는 2층 침대가 있는 의무실, 학교로 따지면 양호실에 가서 조용히 누워있다 나온다고 한다. 한 구석엔 전신안마의자도 있다. 직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얼른 밥 먹고 오면 10분 씩 두 번 정도 할 수 있단다. 최근 순이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백화점 한 쪽, 유리 벽면으로 된 공간인데 사람도 없고 기다란 의자가 있어 다리 뻗고 앉기 좋다고 한다.

“바깥 풍경 보면서 그냥 요러고 앉아 있는 게 좋더라고. 그러면 시간 금방 가고. 점심시간은 다들 아까워해. 너무 짧아. 다들 한 시간 반만 됐음 좋겠다고들 해.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이 또 있긴 한데 우리 매장은 바빠서 잘 못 쉬거든. 나는 파트타임도 아니고 직원으로 있으니깐 먼저 쉬러 간다 하기도 뭣하더라고. 그러다 시간 나서 10분이라도 거기 가 앉아있으면 그게 또 행운이야. 신발 벗고 발만 뻗어도 훨씬 좋거든.”

순이는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다. 따뜻한 물을 튼 샤워기를 종아리에 갖다 대고 문지른다. 하루 종일 서 있느라 뭉친 근육들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다. 자기 전엔 다리를 올린 채 ㄴ자로 누워 있고, 잘 땐 머리도 발도 베개를 베고 잔다. 그래도 울퉁불퉁 파랗게 도드라진 혈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오후만 되면 발바닥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양발바닥 정확히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티눈이 생겼다. 며칠 전 순이는 ‘자궁이 뻐근하다’는 말을 했다. 다른 직원들이 종종 ‘자궁이 뻐근하다’고 말할 땐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11월 와서 처음 느꼈다고 했다. 생리불순도 없고 생리통도 심하지 않은 편인 그녀다. 생리통과는 다른 느낌으로 요즘은 그냥 뭔가가 자궁에서 느껴진다고 했다.

매장에는 잠깐이라도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 하나 없다. 의자 대신 손바닥만 한 노란색 동그라미 스티커가 매장 바닥에 붙어있다. 그 스티커 자리에 서 있어야 고객들 눈에 잘 띈단다. CS팀이 도는 시간인, 대기시간이라 불리는 2시부터 6시까진 꼼짝 않고 스티커가 붙어있는 곳에 서 있어야 한다. 거기서 조금 빗겨 서 있거나, 제대로 서 있어도 딴 짓을 하다 걸리면 역시 점수가 깎인다. 최근에서야 항의가 들어와 그 자리를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것만 가능해졌다고 했다. 완전 사람 잡는 데라며, 인간적인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적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라며 순이는 잠시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CS팀도 자기들 승진하는 게 달렸으니 뭐라도 잡아내고 조일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러려니 하려고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우리가 애도 아니고, 알만큼 알고 인생 살아온 아줌마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언제나 모든 게 긴장상태야. 그런 게 힘들지. 사람 잡는 거, 몸이 힘든 거 중 뭐가 더 힘드냐고? 50대 50이야. 근데 몸 힘든 게 더 힘든 거 같아. 그건 하라는 대로 로봇처럼 하면 돼. 근데 그 돈 벌기 위해 내 몸이 상한다는 게… 내가 치마 입는 거 좋아하잖아. 이젠 치마도 못 입겠대. 다리가 이 모양이니깐. 후유증이나 없었으면 좋겠어. 그거면 얼마든지 오뚝이 미소야. 근데 내가 또 절박하니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불평불만 계속 지고 있으면 여기서 일 못해.”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렇기에 백화점 매장 직원들은 CS팀들의 지적질 조차 이해하고 견딘다고 했다. 그러나 그 CS팀들은 이랜드 그룹 소속 정직원이다. 같은 백화점 직원이지만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어떻게 하면 더 지적질을 잘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이랜드계열 회사는 여자 대우를 잘해주기로 소문났다며 순이는 나도 나중에 그런 곳에서 일했으면 참 좋겠다고 했다. 이랜드 소속 여자 직원들은 4대 보험이 빠져나가도 넉넉한 월급을 받으며, 차별대우 덜한 곳에서, 무엇보다 의자에 앉아 근무한다. 하지만 그들이 ‘관리’하는 매장 직원들은 4대 보험은커녕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월급은 턱없이 모자라고, 휴식 시간 30분 중 에 10분이라도 앉아있으면 그날은 운이 좋은 거다.

난 우쨌든 약자 편이야

전국 백화점 비상경영체제 돌입. 평소 같으면 추석대목이라며 떠들썩했겠지만 장기 경제침체 때문인지 올해는 유달리 조용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같은 3대 백화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초 직매입 백화점이라는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곧 비상근무돌입이란 말. NC백화점 2층 여성복 코너에서 일하는 순이도 추석 연휴 내내 출근했다. 농담 반, 진담 반 데모하자는 말들이 나왔다. 물론 데모는 없었다. 휴일도, 데모도, 특별수당도 없었다.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지만 뉴스나 신문에서 그런 비정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접하면 요즘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난 우쨌든 약자 편이야, 그런 것에 있어선. 억울한 일 없어야겠고, 근로기준법 같은 게 바뀌어서 조금이라도 혜택이 좋아지고, 남녀노소 나이를 떠나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는 받아야지.”

순이는 요즘 내 책상 위에 있는 책들 중 관심 가는 게 많다고 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노동의 배신> <사천 원 인생> 뭐 이런 책들이다. 하지만 퇴근하고 오면 그야말로 떡실신. 책 읽을 여유는커녕 일기 쓸 시간도 없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나는 순이에게 <사천 원 인생> 표지 문구를 보여줬다. 순이는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딸이 저런 책 읽고 나한테 공감해주니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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