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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토지 유감(土地 有感), 청문회를 계기로 생각해 본다.

- 김융희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있었던 일이다. 38년 전에 할머니께서 6세, 8세 된 손자들에게 400만원으로 강남에 사준 집이 현재 시세가 44 억이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38년 만에 천 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이를 비롯한 수번의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문제들이 오르내렸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예외 없이 불거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공직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충격이 크지 않는듯 싶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동산에 울고 웃는 시절

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1970년대에 금호동 산동네에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이웃에 착한 아저씨의 생필품 가게가 있었다. 세 자녀를 둔 가정은 매우 행복해 보였고, 좋은 물건에 값도 만족스러워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녀들의 행동과 옷차림이 달라지더니, 아저씨의 힘없는 모습이었고, 가게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었다. 고급 승용차에 화려한 차림의 여자가 내렸다. 평범했던 가게 아줌마의 변한 모습이었다. 조그만 집을 산 것이 대박이 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과 몇 개월 만에 큰 부자로 복부인이 되었음을 나는 늦게 알았다. 기사가 있는 자가용에 대형 냉장고와 같은 고급 살림살이들이 들어왔다. 변하지 않는건 가장인 아저씨 뿐, 자녀들도 돈을 아낄줄 모르며 향락을 누렸다. 처음엔 아저씨도 부자가 된 것이 좋았고, 아네의 말에 따라 가게를 접을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점점 변해가는 아네와 자녀들을 보면서 더럭 겁이 났다. 매사 궁색함을 공박하는 아네와의 이견으로 충돌하며 가정의 화목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식들도 어머니 편에서 아버지를 무시하며, 물신에 동화되어 향락에 젖어들었다. 외톨이가 된 가장의 일상은 술과 더불어 한숨으로 변했고, 가게에 소흘해지면서 손님이 줄어 결국 문을 닫았다. 돌고 도는 것이 돈, 이후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이곳의 땅값은 평당 얼마나 됩니까?

산동네에 살 형편도 아닌 나는 대부분을 불편한 변방에서 살았다. 그런데 사는 곳마다 곧 개발 지역으로 변해 땅값이 치솟았다. 개발 붐이 극성인 1970~1980년대의 으례 있었던 일이다. 덕택에 부동산에 얽힌 희비를 많이 보았다. 그때 20~30평의 내 집을 가질 수만 있었으면 두세 채의 집을 더 늘리는 것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약간의 돈도 없어 그 기회를 잡지 못한 나의 삶은 “그림의 떡”이라는 말처럼 허망스러웠다. 그러나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벌써 ‘화병’이 나서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축복의 운명인가! 나는 내 운명에 오히려 늘 감사하며 사랑한다.

그동안 산업 개발과 더불어 부동산 투기 열풍은 식을 줄 모른 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땅값은 일본보다도 3, 4 배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우리 땅 한 평이면 가장 잘 사는 미국에서도 100평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시골 내 집에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땅 값을 묻는다. “이곳의 땅 값은 평당 얼마나 됩니까?”
내가 가장 싫어한 질문이다. 물론 대답은 거절이다. 첫째로 값을 내가 모르며, 전혀 관심도 없고, 또 묻는 당사자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 같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게 제발 땅값을 묻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그런데도 끈질긴 물음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공직자에게도 사생활은 있다지만……

위풍 당당하게 높이 치솟은 저 많은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도 집없이 방황하는 도시의 많은 빈민들, 쪽방이라도 있으면 다행으로 여기는 가난한 서민들이 아직도 많다. 곳곳에 방치된 공한지의 소유자들은 이익을 챙기며 호화생활을 즐긴다. 이와같은 소수의 불의와 악덕과 타락으로 대다수의 많은 서민들이 언제까지 고통 받고 불행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원래 모두가 잘살 수는 없다. 사람은 어느 다른 사람에 비해 부유하거나 가난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투기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일망정, 죄악이 아닌 정당한 투자행위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필요 이상으로 토지를 독점하면서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는 부동산 투기업자들은 악의 원흉으로 저주받아 마땅한 착취자요, 건전한 사회의 행복을 해치는 독버섯이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는 힘 있고 부유한 자들의 싹쓸이 독과점 상품이란 사실이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부동산 투기를 범죄로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를 않은 것 같다. 투기 만연으로 범죄 의식의 불감증이 고착되는 기분이다. 극악의 경제범인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얼마나 무딘가를 통탄하며 경제 정의가 지켜지는 사회를 바란다.

청문회를 열기 전에 후보 지명자가 사퇴하면서 부동산 투기 공방전의 1막은 끝이 났다. 지명 발표가 있었을 때 나는 총리 후보자의 지조와 인품이 보이는 듯한 외모를 보고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역시나 예외 없이 터지는 여러 의혹들에 실망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도 사생활은 있다”는 사퇴의 변을 인간적 견지에서 이해하며 나는 자위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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