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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사의 산학협력 – ‘우라까이’에 쓰이고, 버려지는 인턴들

- 백납(수유너머R)

대학생 모군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학기를 진행 중이고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얼핏 이야기를 들어보니 심상치 않았습니다. 시간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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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떻게 지내나?

나는 대학교와 기업이 연계하는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다. 요즘은 매일 9시 출근,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일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인데 주말에 부르면 나간다. 월급 60만 원을 받고 있다.

 

● 조금 더 설명해 보라

노동부에서 지정해준 산학협력이다. 대학교와 회사가 연계되어 있다. 노동부 지침은 9시 반부터 5시 반까지 근무로 되어 있다. 하지만 회사 쪽에서는 자기 회사 정규 업무 시간에 따르라고 한다. 인력도 부족하니까, 토요일 일요일에도 호출한다. 노동부 지침은 권고사항일 뿐 애초부터 회사의 자율에 맡긴다. 산학협력을 하면 노동부에서는 한 달에 한 사람당 얼마씩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학부생은 40만 원, 졸업생은 5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인턴 월급으로 학부생은 60만 원을 받고 졸업생은 노동부 지시로 100만 원을 맞춰준다. 지난 학기에는 학부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졸업생이 더 많다. 회사 차원에서는 졸업생이 부리기가 더 좋다. 학부생들은 학점인정을 위해서 온 것이고, 졸업생들은 취업을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간절함의 정도가 다르다. Pass/Fail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부생들은 열의도 별로 없다. 학부생은 그래도 산학협력이라고 학교 일이 있으면 빠질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측에서 부리기에 졸업생들보다는 제약이 있는 편이다. 인턴 기간은 6개월이다.

 

● 평일 근무에 토 일요일까지 호출이라니, Pass/Fail 제도면 토요일 일요일에까지는 안 나가도 될 것 같은데.

인력이 부족하니 나오라고 한다. 언론사 인턴이라 토요일 일요일에 사건이 있으면 나가야 할 때가 많다. 콘서트나 연예인들 결혼식은 토요일, 일요일에 많이 한다. 지난 3주간은 연속으로 주말에 나갔다. 앞으로 결혼시즌이 다가오니 더 자주 나가겠지. 최소 한 달에 반은 주말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정말 최소다. 아직 나가지 않겠다고 말해 본 적은 없다. 사회생활이, 하라고 할 때 하기 싫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아무래도 학교와 연계된 기업이다 보니 교수 눈치도 보이고, 잘못해서 Fail 받을 수도 있으니 완전히 반목하는 건 힘들다. 친척 결혼식 같은 걸 핑계로 간간이 빠지기도 한다. 애초부터 인턴 뽑을 때 주말에 하는 게 있느냐고 묻는다. 주말이 꽉 차 있으면 애초부터 뽑지 않는다.

 

● 산학협력에서 학교의 역할은 뭔가?

담당교수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뭘 하는지는 잘 모를 것 같다. 회사 측에서 학교 쪽으로 업무보고를 보내는데 그걸 내가 직접 본 적은 없다. 학교 측에서는 학점을 준다. 학교는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학교 측으로서는 학생이 학교에 안 나오는데 등록금 받으니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20만 원에 한 사람을 부리니 남는 장사 아닌가. 노동부는 또 실적 내서 좋고.

 

● 그래도 배우는 게 있으니까 인턴을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지금 3개월 차인데 별로 배우는 건 없는 것 같다. 동영상 인턴은 동영상을 현장에 나가서 찍으니까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건 하루 이틀만 하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인턴 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평가다.

기사문을 쓴다고 해도 사실기사만 두 줄 정도 쓴다. 취재기자 인턴은 앉아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학기에는 취재기자 인턴 2명이었고, 이번 학기에는 5명 뽑았다. 인력이 적으니 현장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지금은 하루에 보통 두 명 정도가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 나가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네 시간이다. 그 외에는 내근한다. 연예 기획사에서 기사를 다 써서 메일로 보내준 걸 조금 바꿔서 글을 올린다. 하루에 20~30개 정도 올린다. 그리고 검색어 1위 올라온 것 보고, 직전에 올라온 기사를 조금만 바꿔서 올린다. 키워드에 걸리게 베끼는 거다. Ctrl+C, Ctrl+V 하고 육하원칙의 순서를 바꾸거나 조사를 바꾸면 저작권법에 걸릴 일은 절대 없다. 이걸 속칭 ‘우라까이’라고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는 기존에 있던 자사 자료를 쓰면 된다. 거의 모든 닷컴 인터넷 신문사들은 이런 걸 다 한다.

이런 걸 시키는 이유는 트래픽 때문이다. 기사로 돈을 벌려면 트래픽 밖에 없다. 수익은 트래픽에서 발생하지만 이런 ‘우라까이’는 아무나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돈 많이 주면서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이걸 시키려고 하겠나? 값싸게 빨리 쓰고 빨리 버리려고 인턴으로 돌린다. 동영상 편집도 컷편집이다. 말 그대로 그냥 자르고 붙인다. 길게 잡아 한 달만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을 6개월간 반복시킨다.

정말로 자기 회사 사람으로 쓸려는 곳은 잘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 대기업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잘 된다. 유명한 대기업 S사만 해도 80%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인턴은 졸업생 아니면 안 된다. 산학협력은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곳만 된다. 정말 배울 수 있는 곳에 왜 가지 않았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애초부터 그런 곳은 학부생을 인턴으로 뽑아주지 않는다. 지면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 인턴도 학부생을 쓰지 않는다. 학생들이 산학협력에 참여하려면 인터넷 신문사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 이런 실태를 학교 측에서는 알고 있나? 항의하는 학생은 없나?

인턴 과목은 원래 4학년을 위해서 개설되었다. 4학년 1학기 하고 2학기 때 취업이 되는 사람들이 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그때 이용하는 것이 인턴수업이다. 그런 인턴이 12학점 인정해주는데 2학년도 가능하고 3학년도 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한다. 전담교수는 보고서 한번 받고 만다. 학생으로서도 학점만 따려고 하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내가 했는데 말해서 뭐하나. 후배들에게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도 선배들이 배우는 거 없다고 말렸는데도 신문사에 대한 환상이 있고 경력이 될 거라고 믿어서 신청했다. 그래도 ○○○○라고 하면 지명도 있는 곳 아닌가. 말해준다고 그런 환상이 깨어지나, 직접 겪어볼 수밖에.

 

● 경력 인정은 어떤가?

업계에서는 이런 인턴은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같은 업계 사람이다 보니 어떤 일을 시키는지 다 알고 있다. ‘컨트롤 씨브이’를 뭐라고 경력으로 쳐주겠나. 실제로 취업한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런데 딱 1명이다. 그것도 계약직으로, 2년 만에 1명 채용하고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채용된 사람은 없다. 한 학기에 11명 12명씩 하는데 3년 동안 1명 뽑았다. 누가 믿겠는가,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인데.

나도 나름 언론사 기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 신문 연예부 기자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부 다 지면신문 가려고 한다. 지면신문사에서는 경력을 점수로 쳐주지도 않는 곳도 있다.

 

● 배우는 것도 없고 경력도 안 되면, 중간에 그만두고 차라리 자격증이나 영어공부를 하는 게 취업에 도움되지 않겠나?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저당 잡힌 게 많다. 일단 등록금과 교수와의 관계가 걸린다. 학교랑 연계된 기업인데 아무래도 눈치 보인다. 학점도 높게 잡혀 있다 보니 이 수업을 F 맞으면 한 학기가 날아간다. 개강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한 거라, 이미 투입한 시간도 너무 많다. 시간과 돈, 이건 뭐 거의 전부가 아닌가? 그냥 학점이라도 따야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적은 학점이면 그냥 그만둘 수도 있겠는데,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 없게 하려고 학점도 높게 책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인터넷 언론사의 수익구조 문제도 얽힌 듯하다.

그렇다. 지면신문 광고수익은 정해져 있다. 그렇지 못한 인터넷 신문들은 광고 트래픽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제일 돈이 많이 되는 건 연예기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예기사는 다 속보식 이다. 자극적이고, 클릭하게 만드는 것이고. 포털사이트 가면 낚시성 기사 많은 이유는 그게 다 트래픽이고 돈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선정적으로 쓸지를 고민한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 신문사 홈페이지 들어가면 완전 성인사이트다. 연예인 화보, 노출사진으로 메인에 띄우고, 옆에 성인광고 하나 붙으면 성인사이트 버금간다.

인턴 하면 명함을 주는데 나는 창피해서 명함을 못 내민다. 스스로 기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모 연예인 졸업식을 취재해 오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 나는 기자인데 사생팬(私生fan) 마냥 졸업식을 취재해야 한다는 것에 괴리감이 컸다. 물론 연예인의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기자회견은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 자기 일 하는 것이고 알리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사적인 영역까지 쫓아다니는 것은 사생팬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런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검색해서 많이 들어가니까. 결국, 기자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고 뻐꾸기가 된 것처럼 전달만 하게 되는 거다.

나도 가고 싶어 했던 연예기사를 심층적으로 다룬 언론사가 있었다. 색깔 있고 심층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였는데 최근에 편집부를 비롯한 기자들 반수가 나갔다. 기업에서 인수하고 다른 닷컴사처럼 경영하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 나갔다. 그런 색깔 있는 기사는 트래픽이 별로 발생하지 않으니까 경영논리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색깔 있는 매체였는데 아쉽게 됐다.

언론구조가 문제여서 인턴이 이렇게 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수익구조가 트래픽이기 때문에. 트래픽이란 게 순간적이고 일시적이고 일회적이다. 그러니까 인턴도 순간적이고 일시적이고 일회적으로 빨라 돌려가며 쓰는 거다. 트래픽이 문제인 것 같다. 일자리는 그렇게 창출되니까. 수익구조에 따라서 일자리는 창출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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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군과 헤어지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언론의 산학협력은 제일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우라까이’라는 노동이 가장 저평가되는 장이었습니다. 더불어 학점과 졸업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이들이 착취당하는 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언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모군은 학교가 제일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은 애초부터 이윤을 추구하니까요.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는 말은 이제 식상합니다. 대학은 이제 더 나아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노동착취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응답 1개

  1. 말하길

    충격적이군요. 대학이 용역업체가 되고, 정부가 임금을 주고, 언론사는 공짜로 노동착취하고, 학생은 학점에 저당잡혀 노예처럼 부려지고, 도대체 이놈의 인턴제는 누구를 위한 인턴제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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