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공연 만들기

- 죠스(수유너머R)

“No worker no music, No music no life”

– 소외에 대하여

0. 제안의 말

여전히 연극 작업이야말로 사람/사물들과 가장 ‘잘’ 만나게 해주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관객과 만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서로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실제로 친해지고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동시에 단순하게 평가내릴 수 없는 서로의 ‘날 것’을 보게 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서로의 ‘날 것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연극 작업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작업은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해, 그것을 ‘날 것’ 그대로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분들을 만나면서, 과연 음악이란 무엇이고 문화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타 노동자들의 손에서 시작된 음악과 문화가 정작 그들을 자신의 삶의 터전인 공장에서 몰아낸 것은 아닐까. 기타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것은 무엇이며, 소위 예술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문화 소비자들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결국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각자 소외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기타 등등.

기타 노동자들을 만나서면서 든 수많은 질문들이 이번 작업의 과제될 것입니다. 그 수많은 질문들을 ‘날 것’ 그대로 마주하고 함께 고민해 관객들과 ‘날 것’ 그대로 만날 수 있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1. 공연 주제 및 소재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이 없다.”

이 공연의 주제인 “노동이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이 없다”는 투쟁구호입니다. 지난 7여 년간,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호입니다.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기타 제조업체인 콜트악기와 콜텍(합쳐서 콜트콜텍)은2007년 2008년 경영상의 위기를 내세우며 국내 공장을 모두 폐쇄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싼 노동력을 쫓는 자본의 논리와 ‘편리한’ 경영을 방해하는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사측의 노력이 숨어있었습니다. 공장 폐쇄로 인해 정말 하루 아침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그간 이 상황을 알리는 여러 방면의 싸움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 중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복직 판정을 받았고, 서울고법(대법은 상고 중)에서도 이번 해고 건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회사는 꿈쩍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점거하고 있던 부평 콜트악기 공장이 올해 2월에 무너져 내린 후, 현재 그들은 그 맞은편 농성장을 꾸리고 원직 복직과 콜트 악기 불매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기사, 동영상>

– 사이트 : 콜트콜텍+문화행동

http://cortaction.tistory.com/

– 콜텍 기사 프레시안 – 이들에게 공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30204093648&section=03

– 콜트콜텍 투쟁 소개 영상

http://cortaction.tistory.com/entry/콜트콜텍-투쟁-소개-영상-영어자막

– 콜트콜텍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 : 유투브에서 검색

<콜트콜텍 미니다큐 공장>, <꿈의 공장>, <거리특강 노동&기타이야기1,2 -콜뺀>

– 이 외에도 다양한 기사들과 동영상들이 있음. ‘콜트 콜텍’으로 검색.

2. 작업의도

노동자가 악기를 만들지 않으면 음악은 존재할 수 없고, 음악이 없다면 우리 삶은 황폐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콜트콜텍 상황이 잘 보여주듯이, 우리 삶 속에서 노동, 음악(혹은 문화),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로만 또는 그것을 소비자로만 살아갑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악기를 비롯한 문화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더 싸게 더 빠르게 그것들을 소비하려고 하면 할수록, 공장은 더 싼 인건비와 유연한 노동력을 원하게 됩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적극적 행위의 결과가 ‘타인의 삶’을 궁지에 몰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과연 싸고 빠르게 수집한 그 수많은 문화 상품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이 맞는 지도 물어봐야할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제 각각 흩어져 소외된 노동, 음악, 언어의 홍수 속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번 작업에서 화려한 음악 또는 언어를 집요하게 파고들어가, 소외되고 은폐되어 있는 우리의 노동과 삶을 드러내보고자 합니다.

3. 작업 방식 참조 – 리미니 프로토콜

“우리는 작업을 하면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연극의 가능성을 계속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보다 상황 그 자체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이번 작업의 접근 방식은 상당부분 포스트드라마 시어터의 기수인 리미니 프로토콜을 참고하고자 합니다. 무대, 드라마 혹은 숙련된 연기 등 재현의 테크닉들보다는 같은 시공간 속에서 지금, 여기(허구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를 경험하게 하자는 것이 포스트드라마 씨어터의 기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작업 역시 현대 미디어의(무대의) 연출과잉에 묻혀있는 현실을 소환해 그것들과 우리(1차적으로는 작업팀, 2차적으로는 관객)를 적극적으로 만나게 하고자 합니다.

간략히 리미니 프로토콜의 작업을 소개하자면, 그들은 재능을 가진 소수만이 극장에서 연극을 할 수 있다는 엘리트주의에 대항하여 전문배우가 아닌 각자의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일상의 전문가’ 혹은 ‘레디메이드 공연자’들과 함께 작업합니다. 비전문배우들 하지만 각자의 영역의 전문가들인 이 ‘일상의 전문가’들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무대 위에 노출시킵니다. 따라서 무대는 허구가 아닌 실제가 되고 그 ‘일상의 전문가’들의 삶 자체가 무대가 됩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리미니 프로토콜은 연습실에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경청하고 대화하고, 자료를 찾아 분류하고, 첨부하고 편집하는 다큐멘터리 방식을 차용해 연극을 만듭니다.

* 참고 서적 : <동시대 연출가론 – 서구편2>, 연극과 인간

리미니 프로토콜의 공연 “칼 맑스 자본론 1권”

로또대박을 꿈꾸는 시각장애인 콜센터 직원, 경제사학자, 영화감독, 슬롯머신중독자 등 여덞 명의 각양각색 ‘일상의 전문가’들과 함께 자본론1권에 대한 토론과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공연.

http://www.youtube.com/watch?v=8f7nhccqhsc

리미니 프로토콜의 공연 “카르고 소피아”

화물차를 무대로 개조해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오가며 일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직접 화물차(무대)를 운전하며 관객들에게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공연.

http://www.youtube.com/watch?v=mYtBWxCCqCo

4. 작업 일정

4월 : 멤버 확정, 주요 포지션 확정, 아이디어 교류, 기초 자료 수집 및 공유

5월 : 자료 모집, 인터뷰 진행, 섭외, 아이디어 피드백을 통한 대본 구성

6월 : 섭외 및 대본 구성 확정하기

7월 : 리허설 및 보완

7월 말 & 8월 초 : 공연

5. 작업팀

진동젤리라는 팀은 정해진 멤버들이 계속 함께 공연을 만드는 팀이 아니라, 작업을 할 때마다 멤버를 구성해서 할동하는 팀입니다. 작업 포지션을 구분하기는 하지만, 모두가 함께 아이디어 및 작업 방향을 논의하는 – 전원 연출가 – 작업 방식을 추구합니다. 현재 작업은 시작단계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터디와 모임을 가지며 아이디어를 변화/완성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진동젤리 소개 (2009~ 현재) :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에 함께 공명하며, 젤리처럼 유연하게 진동을 전달하는 매질이 되고자 막무가내 종합예술집단 진동젤리 만듬

– 2011년 10월 아트선재센터에서 제2회 도시영화제 기획 – 명동성당 재개발 구역에서 오프닝 퍼포먼스

– 2012년 4월 ~ 현재 카페 연극 진행

(헤롤드 핀터 “산말”, 창작극 “할 말 있어”, 윤영선 “임차인” 등 공연)

– 2012년 7월 변방연극제 참가작 “모-래” (리슨투더시티와 공동작업)

– 2012년 10월 장애인미디어아트 “자막을 끄겠습니다.”제작 참여(연출)

– 각종 세미나, 글쓰기, 연기 워크샵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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