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울락불락 삼형제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문홍아(4년 1개월)

옛날 옛날에 어느 산 밑에
울락불락 삼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삼형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주 아주 배가 고팠습니다.
그런데 시냇물 건너편에 산이 있었습니다.
산에는 풀이랑 열매랑 버섯이랑
먹을 것이 엄청 엄청 많이 있습니다.
막내 울락불락이 먼저 산에 갑니다.
산 밑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다리를 건너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다리 밑에는
무서운 도깨비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막내가 사알 살 그 다리를 소리 안 나게 건너가는데
도깨비가 갑자기 나타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느 놈이 내 다리를 건너가느냐?
꼼짝 말고 거기 있거라.”
“배가 고파서 산에 가서 풀을 뜯어먹으려고요.”
“나도 배가 고파서 너를 먹어야겠다.”
“먹지 않는 게 좋을 걸요.
나는 빼빼 말라깽이거든요.”
엄마:아, 아가 말라깽이가
나는 빼빼 말랐으니 먹지 말라고 그랬구나.
“그렇다면 안 먹는다. 빨리 가버려라.”
둘째 울락불락이도 배가 고파서 산에 갑니다.
다리는 건너는데 자꾸 소리가 납니다.
갑자기 도깨비가 나타나서 소리지릅니다.
“어느 놈이 내 다리를 건너가느냐.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나는 둘째 울락불락입니다.
배가 고파서 풀좀 뜯어먹으려고요”
“나도 배가 고프니 너를 먹어버리겠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걸요.
나는 매일 굶어서 기름기가 없는데요.”
엄마, 그런데 기름기가 뭐야.
흐흠, 살이 많이 쪄서 배가 축 늘어지게 만드는 거야.
그래서 도깨비가 둘째를 보내주었니?
“그렇다면 안 먹는다. 빨리 가버려라.”
이제 큰 울락불락이 다리를 건너갑니다.
쿵 쾅 쿵 쾅 발자국 소리가 납니다.
“어느 놈이 내 다리를 건너가느냐.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나는 큰 울락불락이다. 덤빌 테면 덤벼라.
내 뿔은 두개의 큰 창이다.
이걸로 너의 두 눈을 받아버리겠다.
내 발굽은 두 개의 큰 돌이다.
이걸로 너를 걷어차서 쓰러드리겠다.”
큰 울락불락이 도깨비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두 뿔로 두 눈을 받아버리고 두 발굽으로 힘껏 걷어차서
다리 밑으로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다리를 지키던 도깨비가 멀리 도망갔습니다.
이제 울락 불락 삼형제는 매일 산에 갈 수 있습니다.
풀이랑 열매랑 버섯이랑 마음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끝.

동영상( DSCF1398.AVI -2013년 4월 23일 화요일)에서

녹취 후기

메일로 받은 동영상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홍아의 창작 동화는 아닐 게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구연이 먼저였을 게다. 그런데 그 구연이 얼마나 생생했기에 이를 다시 엄마 앞에서 재현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아마도 엄마가 손주 동영상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얘기를 시켰을 게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동화를 고르는 수준도 놀라웠다. 전래동화라 등장인물이나 동물의 이름도 친근하고 내용 또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는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더욱 즐겁게 한 것은 홍아의 구연 솜씨였다. 그 긴 이야기 줄거리와 의인화된 동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목소리를 재현해 내다니.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홍아 나름대로 해석하고 창작한 줄거리와 표현들일 게다. 녹취로는 그 창작 부분과 그 표현들까지 다 살려낼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녹취 과정에서의 첨삭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과 일치되도록 원작을 보존하기 위해서 애썼음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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