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엄마 나는 살던 집이 좋아.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엄마 나는 살던 집이 좋아.

문홍아(2년 7개월)

엄마! 나는 전에 살던 집이 좋아 엉엉.
전에 살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 빌리는 것도 너무 좋았어! 엉엉.

이 동네도 커다란 책방버스가 와서
책 빌려준대. 참 좋겠지!

엄마가 도서관을 책방이라고 그러네.

작은 도서관을 책방이라고도 한단다.
그리고 홍아 장난감들도 다 이리 왔어!

홍아도 엄마 따라서 이리 왔네.
홍아만 살던 집에 있으면 안 되지?
엄마 아빠 따라와야지!

그럼 그럼,
홍아랑 엄마 아빠랑 그리고 장난감들이랑
여기서 다 함께 살아야지.

엄마 그래도 나는 살던 집이 좋아.
나는 살던 동네도 좋아……
홍아 손에 묻더니 발에도 묻네.

응? 뭐가 뭐가?

홍아 눈물이.
아, 그렇구나.

엄마 살던 집에 가고 싶어 엉엉.
나는 살던 집이 좋아 엄마 엉엉.

살던 집이 좋다고
울 애기가 요즘 노래 부르지?
여기서 살다보면
‘나는 여기도 좋아’ 그럴 거야.
홍아야 조금만 기다려 봐.
오늘은 비가 와서 못 나가는데
내일 비가 개면 이 동네 재밌는 곳
여기저기 엄마랑 놀러 다니자.

그리고 이 집은 넓은 벽이 많아서
커다란 칠판 사다 걸어놓고 놀면
재밌을 거야. 맥포먼스도 붙이고 그림도 그리고.

그래도 나는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
엄마, 옛날 살던 집으로 다시 이사갈 수 있어?

오, 가보고싶구나 울 애기.
홍아야, 우리 주말에 살던 동네로 놀러갈까.
그리고 그 동네 도서관에도 가보자.

엄마,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살던 집이랑 도서관이랑 공원이랑 ……
그런데 엄마, 나는 살던 집에서 살고 싶어 엉엉.

어! 홍아가 하품하네.
엄마가 자장가 불러줄게 이리와.
울 애기 이제 코하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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