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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반시대

아이들을 밀어내는 학교 (1)

- 숨(수유너머R)

0. 들어가며

작년 10월부터 노원구립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아이들 만나는 일을 시작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소위 문제 청소년, 위기 청소년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가출, 금품갈취, 학교폭력, 학업중단(결석), 학대/방임, 성학대, 임신, 인터넷(게임)중독, 우울/무기력 등의 상태에 놓여있을 때 위기라고 부른다. 지원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위에 열거한 문제들을 중복해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 폭력을 겪는 아이가 가출을 했다가 금품갈취나 절도로 소년법원에 송치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생활지도부를 들락거리는 아이는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강제전학을 당한다.
센터의 실무자들이 하는 일은 아이들이 처해있는 문제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것이다. 부모가 보호자의 역할을 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이의 옹호자가 되어주거나 필요하다면 자원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자꾸만 반복된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아이의 전체적인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여러 조건 속에 놓여 있다. 조건이 변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모습을 바꾸어 가며 반복된다.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조건 중 학교는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치는 변수다. 아이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공식적인 공간이 학교다.
학교는 아이의 생활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학업 중단은 위기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가정의 울타리가 약한 아이들에게 학업 중단은 안정감을 가지고 일상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학업 중단이 순전히 자기 선택에 기반한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위기 상황이라 일컬어지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종 징계와 처벌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거나 부적응과 무기력으로 학교 다니기를 포기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밀려나고 밀려나서 학교를 그만두고 나면 아이들은 피씨방을 전전하거나, 집안에만 있거나,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부모의 특별한 지원이 없다면 학교를 그만 둔 후 대안적인 배움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그나마 무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아이들은 검정고시 준비를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일을 한다.
학교가 더 이상 배움과 우정의 공동체가 아니라 경쟁과 폭력의 정글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는 변화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가 된 후, 학교가 선택한 방법은 가해학생의 추방이고, 부적응한 아이들은 격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학교는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부적응하는 아이들을 점점 밀어내고 있다.

1. 배제의 첫 번째 구조 : 단계화된 처벌의 끝, 추방

기존의 교칙은 학생들의 두발, 복장, 품행과 언행, 연애, 심지어 외부 대회 작품 출품의 자유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매우 사소한 행동까지 제한한다(휴지를 함부로 버린다, 용의복장이 불량하거나 명찰을 달지 않는다, 책상/의자 위를 올라 다닌다, 등하교시 차도로 통행한다, 신사화 높은 굽 등 규정에 위반된 신발을 신는다, 학교장의 허가 없이 외부 행사에 출품, 출연 또는 참가하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시킨다). 동시에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한 규정도 많다(학습 태도가 불량하여 면학 분위기를 저해한다, 교직원이나 어른에게 불손한 언행을 한다, 풍기문란으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다)
교칙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등교 전과 후를 포함해 항상 관찰해서 하나라도 걸리면 바로 벌점을 줘야할 지경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가 학생의 모든 행동을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학생 입장에서는 재수 없이 걸리면 벌점을 받게 된다. 이렇게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일상적으로 감시자와 잠재적 범법자의 관계가 성립한다.
학생들은 상벌점제로 관리되며 벌점이 누적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생활지도부에 불려 다니고, 교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교내 봉사를 하고, 사회봉사를 하다가 특별교육이수를 받는다. 교칙과 교사의 지도에 순응한다면 학교 생활이 편안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위험하고 피곤한 인물이 된다. 교사만 그런 인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학생들도 생활지도부를 자주 들락거리고 징계를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무서운 애, 사고치는 애로 생각한다.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선도위원회를 소집한다. ‘초중등교육법 및 그 시행령’을 근거로 해서 교칙에 따라 징계를 한다. 선도위원회는 학교 폭력 이외의 사안-비행, 이탈 행동에 징계를 할 수 있다.
교칙을 근거로 한 감시와 처벌은 벌점 부과를 통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벌점이 초과되면 정식 징계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부류가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히게 되며 지속적으로 관리되거나 처벌을 받는 구조다.

반면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처벌규정은 다른 기능이 부가된다. 바로 가해 학생의 추방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해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폭대위)가 구성되어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처벌한다. 법률은 우리 사회의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결과 2011년부터 시행됐다. 특징은 학교 안의 다른 징계구조인 선도위원회보다 처벌규정이 보다 세부적이고 단계적이라는 점이다.1 또한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강도의 처벌, ‘전학’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흔히 퇴학이 가장 강력한 처벌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퇴학은 의무교육과정(중학교까지)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중학생 수준에서는 전학이 가장 강력한 처벌규정이 된다. 아이들은 이것을 ‘강전’이라고 얘기하는데 강제로 전학을 보낸다는 뜻이다. 폭대위에서 전학이 결정되면 전학을 가야한다. 교칙을 중심으로 한 선도위원회의 징계가 전체 학생들의 통제를 위한 본보기식으로 적용이 된다면 폭대위의 전학 결정은 폭력 사건으로 문제가 되는 학생을 원래 있던 학교에서 퇴출시키는 의미다. 학교폭력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고 방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지만 기대했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
강제 전학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낙인이다. 그나마 가정에서 아이의 낙인감을 신경써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된다면 주소 이전을 통해 아예 다른 구의 학교로 자발적 형식을 가장한 전학을 가기도 한다. 강제 전학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경우 아이들은 관내의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진다. 강제 전학 후의 낙인은 해당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예민한 대처를 불러오기도 한다. 강제 전학 온 아이가 경미한 폭력(학교 친구랑 싸움)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일방적 가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빌미로 다시 전학을 보낸 사건도 있다.
또한 전학을 간 아이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여 아무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제 전학을 간 가해학생이 해당 학교에서 또 학교폭력을 저지르거나 예전 학교를 찾아가 보복폭행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2
강제 전학이 낙인감을 주고, 실제 학생의 변화나 교육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것 외에도 강제전학은 실패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학내에서 문제가 많다고 인식되는 학생을 최종 처리하는 방식으로 강제 전학이 활용됨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전학을 보내더라도 동일한 관내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간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학교장 입장에서 보면 해당 학교에도 문제 학생은 차고 넘쳐 골치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서 아주 쎈 문제 학생을 한 명 보낸다면, 우리 학교에서는 그보다 덜 쎈 문제 학생 두 명을 보내 맞교환 한다. 학교장 사이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내용이다.
이런 면들을 통해 강제전학은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고, 특정 학생을 퇴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징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징계는 일군의 학생 무리를 학내에서 낙인화하면서 일종의 본보기를 만드는 것으로 작동했다. 폭대위에서 내려지는 ‘강전’이라는 징계의 가장 큰 특징은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학생은 외부로 추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변화한 것은 처벌의 방식만이 아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징계 내용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변화했다. 기존에는 학기말․학년말에 징계내용을 기재하도록 하고 졸업 시 삭제하도록 하였으나 2013년 2월부터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은 징계 즉시 기재하고 졸업할 때 경미한 조치사항만 삭제하도록 변경되었다. 경미하지 않은 조치사항(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전학, 퇴학)은 학생이 졸업해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아 이후 학교 진학에 반영이 된다. 이것은 아직도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으로 일부 교육청이 거부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관련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 징계 사항을 졸업한 이후에도 삭제하지 않는 것은 매우 특이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법원에서는 10세에서 18세까지의 범죄 위험이 있거나 범죄를 범한 소년 중 벌금형 이하 또는 보호처분 대상 소년들을 소년보호 사건 대상이라고 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내린다. 3 그런데 소년법 제32조 보호처분의 결정 조항을 보면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법원에서 처분하는 소년보호처분은 그 기록이 학생 신상에 남지 않도록 한다. 반면 학교 폭대위의 조치 기록이 졸업 이후에도 남아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폭대위의 가해학생 조치의 단계와 내용은 사법부의 소년보호처분과 비슷하다. 학교가 처벌기관인 사법부의 기능을 흉내내면서 학교생활기록부 징계사항 기록 및 삭제와 관련해서는 사법부보다 더욱 강력하게 처벌을 내리는 점은 경악스럽다.

  1. 선도위원회의 징계 종류는 총 5개로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출석 정지, 퇴학처분(의무교육과정 제외)이다. 반면 학교폭력 가해학생 징계 종류는 제1호에서 9호까지 있다. 제1호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제2호는 피해학생 및 신고․ 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제3호 교내 봉사, 제4호 사회봉사, 제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제6호 출석정지, 제7호 학급교체, 제8호 전학, 제9호 퇴학처분(의무교육과정 제외)이다. []
  2. 지난해 12월 제주에서는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됐던 중학생이 전학간 학교에서도 폭력을 휘두르다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동급생 20여명을 때리고 금품을 갈취했으며 과거 자신을 신고한 피해자를 불러내 보복 폭행을 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아 부산으로 이주한 중학생이 전학 간 학교에서 성추행, 폭행을 한 사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이 결정된 학생을 받아들이는 학교는 무슨 죄냐”며 “교육적인 측면에서 그 학생을 안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웃으며 받을 수도 없는 것이 일선 학교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2013.3.15환경매일신문<폭력학생 강제전학 카드돌려막기 동일> []
  3. 보호자와 해당 청소년이 교육을 수강하거나 사회봉사를 하거나 장기/단기 시설에 보호되거나 소년원에 장기/단기 수감되는 것이 소년보호처분의 주된 내용이다. 법원의 소년보호처분과 학교 폭대위의 조치 내용은 상당히 비슷한 형태와 단계를 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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