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메탈의 위대함!

- 재규어

메탈 세미나를 연다고 하여 내게 글을 쓰라고 했을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저 메탈을 즐겨 듣는 사람일 뿐인데 내가 뭘 안다고 글을 쓰나 했다. 처음 세미나 공지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듣는 것을 즐겨할 뿐 메탈이라면 백과사전처럼 줄줄이 꿰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무엇을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메탈에 대한 그동안의 내 개인적인 생각들을 쓰는 것이 가장 낫지 않을까 하여 ‘나는 메탈을 왜 듣는가’ 라는 질문의 제목을 시작으로 써보았다.

메탈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 때였다. 친구가 내 MP3를 빌려간 적이 있는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게 와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너 왜 이런 걸 들어? 이상해” 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친구가 뭘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며 내가 듣는 메탈이 최고라고 자부심에 차 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서서히 메탈과 멀어지던 순간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고3이 되어 다시 메탈음악을 접했는데 중학생 때 들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들렸다. 분명 같은 곡들을 들었는데도 풍부하고 다양한 느낌을 받는 것에 자극 받은 나는 더 많고 새로운 메탈 노래들을 접하고 싶었다. 그 때, 나는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며 메탈 은 장르가 다양하게 쪼개진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메탈을 접하기 이전에는 메탈이라 하면 가끔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괴성을 지르는 아저씨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괴성으로 내 마음 한켠에 자리한 분노를 삭혀주는 것뿐만 아니라 가끔 기분이 쳐질 때 우울한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메탈 장르 안에서도 나눠지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나 고딕메탈 등 그리고 이 장르를 하는 밴드들의 스타일 또는 각각 곡마다의 스타일이 그 안에서도 세분화 될 수 있다. 장르를 깊게까지 파고드는 건 어떻게 보면 무의미 할 수 있지만 이 만큼 방대한 양으로 나눠지는 큰 틀을 본 적이 없기에 나는 이점에서 매력과 동시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메탈의 장르만큼 세분화와 다양함이 있는 장르는 거의 없다고 보는데 왜 사람들은 메탈이라 하면 곧 헤비메탈만을 떠올리고 그저 소음이라고만 생각할까? 여기서 부터였다.

소음으로만 치부되는 메탈, 이러한 편견은 어디서부터 나왔을지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방송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장악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듯이 음악, 좁게는 메탈이 방송에 출현되는 일이 없으니 예전 80년대 헤비메탈의 기억만이 어렴풋이 남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괴성, 괴기함만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딴소리 좀 하자면 헤비메탈하면 떠오르는 괴성, 괴기함 이런 모습이 왜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메탈음악이 정서와 맞지 않고, 메탈하면 괴기하게 보는 경향이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90년대 어떤 신문기사에서 독일밴드 Helloween의 신보앨범을 알리는 기사가 나왔었다. 이유는 이영애가 찍었던 광고에서 나온 음악이 Helloween 의 A Tale that wasn’t right 이 곡이 엄청난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의 Stratovarius의 Forever라는 곡이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수록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반을 샀던 적도 있다. 물론 Forever이 곡은 앨범에 수록된 곡 중 락발라드 딱 한곡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낚여서 환불요청이 쇄도했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러한 옛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 방송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에서 임재범, 김경호(둘의 음악이 메탈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가 나오면서 전성기 때처럼은 아니더라도 방송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던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다시금 알려지고 인기를 얻으며 전국 투어로 콘서트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방송출현이 확실히 장르의 다양함에 활성화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음악시장이 정말 다양해졌다면 전문적인 음악방송이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지금 몇몇 음악전문채널은 가요차트에서 상위권인 노래들만 틀어주고 있다. 상위권인 노래들의 각각 스타일도 다 비슷하다. 메탈이란 장르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왜 음악이란 장르에서까지 다양함과 개성이 존중되지 않고 경쟁구도로만 존속되어가는 것일까. 현재 음악시장은 너무도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 단순히 ‘돈’이 된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노래들만 생산해낸다. 대중들의 관심과 선택에만 몰두하여 생산해내는 것은 과감히 멈추고, 전문적인 음악 채널을 통해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 이를테면 메탈의 극단적인 하위 장르까지도 포섭한다면 그 후의 음악시장의 전망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응답 1개

  1. 인아말하길

    아, 메탈. 옛날 전영혁이라는 분이 라디오에서 2시쯤에 3년간 메탈만 소개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메탈에 대해 많이 듣게 되었지요. 그 후에는 프로그레시브, 그 다음엔 재즈였나. 6개년 계획을 세워서 청취자들의 귀를 확장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즐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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