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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반시대

The queer-우리가 있다Ⅰ

- 숨(수유너머R)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회원 오김 인터뷰

*The queer. 우리가 있다 : 2013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the queer by you, the queer with you, the queer in you, the queer far from you?

2008년 총선에서 처음 ‘레즈비언 있다’라는 구호가 등장했을 때 성소수자 안에서도 양극단의 반응이 나왔다.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냐는 사람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 사람도 있었다. 누구나 못 본 척, 모른 척 했던 존재가 우리 눈 앞에, 바로 나의 옆에 있음을 선언하는 말이었다. ‘나는 게이다, 나는 레즈비언이다’라는 커밍아웃은 선언하는 주체에게 용기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감내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의 고통과 눈물은 이제 전 국민이 알게 됐다. 반면 ‘성소수자가 있다’는 선언은 커밍아웃과 다른 형식이다. 이 선언은 그것을 듣고 보는 기존의 공동체에게 던져지는 물음이며 명령이다. 공동체는 그 앞에서 저항하고 균열한다. 학생인권조례와 차별금지법 제정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사회의 호모포비아는 대단했다. 끝까지 버티고 있지만 언제고 끝내 변화해야만 하리라. 아직도 우리가 단일하다고, 우리의 경험이 동일하다고 믿는가. 그들은 단 한마디로 흔들어대고 있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1. 혐오, 아닌 척 해도 다 알아

“이렇게 강력하게 거부할 줄은 몰랐어요. 마포구청에서 끝까지 갈 줄 모르고 시도했다가 상반기에 다른 계획 세워놓은 걸 다 못하고 여기에만 매달렸죠, 억지로(웃음)”

마포구청의 현수막 게시 불허 사건의 경과를 묻자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이하 마레연)의 회원 오김(별칭)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마레연의 올해 활동을 발목 잡은 사건은 작년 연말 마포구 관내 세 곳에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 구청에 게시허가 신청을 한 후 일어났다.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현수막의 문구다.

마포구청은 ‘혐오스럽다’, ‘여기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문제다’, ‘(현수막 속 그림)사람 모양이 상반신을 탈의하고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문구가 반말이라 안 된다’는 등의 유치찬란 뿅뿅한 이유를 들며 게시를 불허했다. 국가인권위 제소, 1인 시위, 마포구청야유회(야유를 보내는 모임) 등의 활동을 이어오며 강력하게 항의하다보니 어느새 2013년 상반기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5월 중순쯤 상임위 회의가 있었지만 재논의 결정이 나와서 다시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마레연 회원들은 현수막 게시가 이렇게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줄 예상하지 못했다. 서초구에서 ‘서울 시민 중 누군가는 성소수자입니다’ 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한 적이 있었고, 2011년에는 마레연 회원들이 모금을 통해 마포구 마을버스에 광고를 실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동네 LGBT 같이 모임하자 라는 요지의 광고였는데 그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음해에는 현수막 같은 매체에도 도전해보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마을버스 광고가 커뮤니티 사람을 모으는 방식이었다면 현수막 게시는 커뮤니티도 알리면서 메시지도 담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과) 섞이고 그 속에서 너무 자유롭게 드러내는 게 문제라는 거죠. 너네는 소수자니까 숨어있거나, 적어도 죄책감이라도 느껴야지 어떻게 웃으면서 여기에서 나랑 밥을 먹고 너희들의 성적인 거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냐, 그런 혐오를 단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단계에요”

마포구청에서 혐오를 처음 드러낸 사람은 담당 주무관이었다. 나이도 많고 보수적인 주무관에게 현수막 자체가 통째로 충격이고 이해가 안 가는 사건이었다. 그의 태도는 ‘이건 뭐지? 얘네들은 어떻게 이런 현수막을 걸자고 해? 우리 구청 진짜 큰일 났어’였단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문제였다. 전면적인 혐오와 부정.

하지만 그 다음 반응이 더 기가 찼다. 보통 사회적으로 교육수준과 계급이 높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은 혐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스스로를 교양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교양인은 혐오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차별을 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마포구청의 공식적인 입장은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다른 집단이 반대하기 때문에 중립을 취해야 한다’였다. 오김은 마포구청장이 결정을 못 내리는 핵심적인 이유가 사실 기독교 표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레연 현수막 불허 사건으로 마포구청이 엄청 손해를 봤음에도 끝까지 가는 이유는 기독교 세력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가장 주되다.

마레연 사람들은 가장 차별적인 순간에 혐오는 뒤에 숨고 세련된 논리로 중립의 입장을 드러내는 이 구도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사람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게 뭘까 고민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너무 하고 싶었다. 소수자 끼리 뭘 하는 건 괜찮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를 정말 싫어하겠구나 싶었다. 마레연 회원들은 마포구청 야유회를 갔다. 마포구청을 야유하는 모임. 구청 건물 안에 들어가서 ‘레즈비언 밥먹고 있다’ 등의 문구를 몸에 붙였다. 구호도 안 외치고 레즈비언임을 드러내고 그 속에 있었을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원숭이 구경하듯 떼로 구경나오고 수군거렸다. 구청을 봉쇄하겠다는 둥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애써 중립적인 체 하며 숨겨왔던 혐오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 퀴어 커뮤니티,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마포구청과 찐하게 맞장을 뜨고 있는 마레연은 2010년 마포에 만들어진 성소수자 주민모임이다. 망원, 서교, 홍대 등 지하철 6호선과 2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여 살아서 친구들 모임이나 커뮤니티의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었다. 때문에 LGBT 모임이 활발했다. 마포 FM에는 ‘레주파(LEZPA)’라는 레즈비언 방송도 있고, 기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가 선거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얘기해볼 만한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상상을 하다가 모임을 만들었다. 기존에 알고 지내던 성소수자들의 사적인 관계망을 통해서도 100여 명 모임은 가능할 듯 했다. 찾아보면 더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굳이 알음알음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가 탄생했다. 후보에게 질의를 보내고 성소수자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 오프라인모임을 하면 수십 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할 정도였다. 선거가 끝나자 흩어지기가 아쉬웠다.

마포지역주민의 정체성에서 출발한 거니까 이름을 바꾸고 계속 활동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렀다. 동네 속 퀴어 커뮤니티,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는 그렇게 출발했다. 한 달에 한 번 밥상모임을 하면서 LGBT 관련 영화를 함께 보거나, 소소한 모임, 소풍, 여성영화제나 퀴어문화축제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생활밀착형 활동이 이루어졌다.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으로 마을버스 광고도 냈다.

마레연은 제법 규모가 크다. 온라인회원은 300명이 조금 넘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오프라인 모임에는 평균 30명 정도가 모였다. 마포구청의 현수막 게시 불허 사건 이후로 참여회원이 늘어 50명 정도가 한 번 모임에 나온다. 온라인에서 가입을 할 때 성정체성이나 관심사를 물어보기도 하지만 성정체성이 LGBT가 아니라고 해서 가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성정체성을 굳이 확인하지는 않는다. 먼저 정체성을 밝히는 사람이 있지만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얘기하다보면 ‘아, 이 사람은 바이섹슈얼이었구나’ 이렇게 확인할 때도 있다. 스트레이트로 자기 정체성을 밝히는 사람,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다.

회원 개인에게 마레연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미래를 마포라는 동네, 지역과 함께 겹쳐놓고 계획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동네에 살기는 했지만 커뮤니티나 사람들과 전혀 접속할 수 없던 이들이 신문광고를 보고 여기에 나오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때 마다 생기는 다른 지역의 문제에도 돈을 모금하거나 활동하는 자발적인 흐름이 있다. 강정이나 성미산 지키기에 자전거 액션으로 연대하기도 하고 홍대청소노동자 투쟁 때에는 지원금 보내고 지지방문 갔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그 성격이 양분화 되어 있어요.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커밍아웃이 보편적인 용어이고, 관련 활동도 많이 꾸려가는 편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 모임은 약간 폐쇄적인 편이에요. 성소수자와 관련해서 평소에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구요. 마레연은 양분화된 두 공간의 모임 성격을 섞어놓은 듯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하지요. 정치적인 성향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보적인 색채를 띤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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