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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반시대

The queer-우리가 있다Ⅱ

- 숨(수유너머R)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회원 오김 인터뷰

3. 소수자의 힘, 지역

마레연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곳에 다리를 걸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오김은 대표적인 문어발식 활동가다. 아니, 거미줄 같다고 해야 할까. 많은 것들이 그녀가 쳐놓은 거미줄을 타고 흐르고 연결된다. 그 줄이 몇 개인지 헤아리고 분류해내기도 벅찰 정도다. 마레연을 탄생시킨 성소수자유권자연대에 이어 201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보트 피플(vote people)을 구성했다. 이 지역에 사는 1인 가구, 비혼 여성, 성소수자 관련 커뮤니티(성폭력상담소랑 민우회, 언니네트워크, 마포FM의 레주파/비혼여성페미니스트 방송, 마레연)가 함께 모여 선거대응을 한 것이다. 이 외에도 청소년성소수자 활동 ‘무지개행동이반스쿨’, 10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대리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 수많은 활동과 연결 속에 잡히는 가닥은 크게 두 가지, 소수자성과 지역이다.

“소수자 인권운동,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중앙단위에서 지금 엄청 공격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도 있어요. 학생인권조례활동하면서 느꼈어요. 문용린 교육감이 전적으로 무효로 못 돌리는 이유가 주민발의라는 거죠. 아래로부터 형성된 힘이 쌓인 결과물이니까요. (물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밀려서 실패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친 것과 정치적 협상의 결과로 법이 제정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사회에서 같이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오김은 지역에서 학생인권을 고민하는 사람이 함께 모이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무지개행동이반스쿨’은 청소년, 비청소년이 섞여있는 성소수자모임이다. 학생인권조례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책을 번역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대나무숲이라는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성소수자 청소년과 비청소년들이 학교로 자기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내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에 무지개 스티커도 발송할 것이다. 학교 교사들이 ‘성소수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표식으로 쓸 수 있는 스티커다.

‘대리인’은 10대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성소수자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여섯, 일곱명 정도의 모임에서 함께 세미나를 한다. 우리 사회에서 10대 섹슈얼리티에 관한 내용이나 관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성학에서 나온 10대 관련 논문이 그나마 내용이 괜찮다고 하지만, 모임에 참가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을 수 없어 답답한 면이 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젠더와 관련한 퀴어이론을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성과 인권은 어김없이 보호주의와 연결이 되는데 이것을 여성주의와 어떻게 엮을 수 있나, 내용을 다듬으면서 올해 페이스 선언이라고 한겨레21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한단다. “제가 민중의집 사무국장 일을 하면서 회의를 계속 못 갔죠.”(웃음)

오김이 현재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민중의집은 마레연의 중요한 거점 공간이다. 민중의집은 지역 민중의 교육․문화․생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마레연은 민중의집에서 모임을 하고, 마레연 회원 중에는 민중의집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마레연 자체가 민중의집 회원단체다. 오김은 웃으면서 여기 지역 공간을 성소수자의 집으로 만들려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1인가구, 비혼, 여성, 성소수자. 소수자성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도, 보다 넓게 모일 수도 있다. 이것을 중심으로 선거라는 특수한 무대 이외에도 일상적으로 정치를 고민하는 것은 계속 된다. 하지만 이 또한 퀴어라는 단일한 정체성에 갇히지 않는다. 퀴어 또한 지역에 사는 주민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민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굉장히 일부에요. 모두가 주민이라고 얘기하지만 스스로 주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잖아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매번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하는 구조니까요. 후보가 되거나 선거운동에 직접 뛰어드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 주체가 되고 싶은 욕구들이 있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역에서부터 정치적 주체를 만드는 것이 지역의 문제를 바꾸는 것에 영향력이 있기도 하고, 하나의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인권, 비혼, 독립생활인이라는 성소수자와 삶의 형태가 겹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들과 연관되는 주제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 ‘우리동생(마포우리동물병원생협)’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오김은 여기에도 빠지지 않았다. 개를 키우고 있는 그는 자기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김은 기존 농촌공동체, 도시 육아공동체에 편입할 수 없었던 주변부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비혼이나 1인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높고, 독거노인의 경우는 동물을 키우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부의 사람들을 반려동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나면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고 한다. 성소수자 또한 비혼으로, 독립생활인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역주민으로 살아간다. 동네의 골목이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갈라지듯 지역에서 사는 성소수자의 삶 또한 다르지 않다. 거미줄처럼 얽힌 길을 따라 소수자성이 단단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4. 혐오 또는 적당한 환대를 넘어서

혐오를 숨기고 미소로 환대하기란 오히려 쉬운 일이다. 적절한 말로 포장을 하거나 적당한 거리만 유지한다면 해될 게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것의 정체를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 바로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존재로 경험하는 것은 어렵지만 더 중요하다.

지난 6월 1일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장소 섭외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홍대 상인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흥겨운 퍼레이드가 가능했다. 상인회는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 표면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다. 퀴어문화축제를 홍대 앞에서 열고 싶다고 의논 하러 갔을 때, 상인회 회장님은 난감해했다. 진짜 어려운 부탁인 것 같다고, 일단은 알겠으니 고민을 해보고 답하겠다고 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회장님에게는 쉽게 거절하거나 웃음으로 때울 수는 없는 사정이 있었다.

홍대 앞 주차장을 지하화하겠다는 구청의 일방적 계획이 발표되었고 홍대 상인회는 몇 년 동안 구청을 상대로 싸워야했다. 공사로 인해 주변 상가가 받을 타격을 배려하지 않은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마포 민중의집을 중심으로 해서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홍대 상인회와 연대했다. 결국 구청과의 싸움에서 이겼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신뢰로 쌓였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대한 사람들이, 민중의집 대표를 비롯해 싸움의 과정에서 자신의 편에 섰던 오김이 찾아와서 부탁을 하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거절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혼자서 내적인 고민을 엄청 하신 거 같아요. 자기 아들한테도 이거 어떻게 봐야 되냐고 물어 보셨다고 하고. 결국 홍대라는 공간은 다양성이 살아 있어야 하는 공간이 맞다, 성소수자도 인정을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치열한 내적 고민을 마친 상인회 회장님은 자기만의 통로로 지역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여자들이 담배 피면 다 욕했다. 지금은 여자들이 탱크탑 입고 홍대 앞에서 다 담배 피우는데 여기 상인들 중 누가 욕하냐. 우리의 이익도 있는 거고. 같이 살아가면서 문화적으로 다 받아들이고 있지 않느냐. 이 문제(퀴어문화축제)도 그런 문제인 거 같다.” 회장님은 주민자치위원회, 동네 원로 할아버지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올해 14번째 퀴어문화축제는 유난히 장애물이 많았다. 장소섭외 뿐만이 아니라 축제를 지원하는 기금이 끊겨 예산 마련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홍대 상인회의 지지와 후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퍼레이드 당일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노점상 천막에도 무지개 스티커가 붙었다.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한다는 뜻이었다.

홍대 앞이라는 특수성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인회가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과정은 적당한 환대, 개방적 문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성소수자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과 맺은 의미있는 관계가 상인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성소수자는 이해해야할 대상이 아니다. 이성애자가 이해하지 못할 구체적인 감각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해 이전의 문제다. 섣불리 모두 이해하거나 받아들인다고 말하지 말자. 이성애자의 감각으로 환원할 수 없는 그곳에 타자가 있고, 그들과 마주하는 경험은 낯설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불편함을 자주 경험해서 낯익은 것으로 만들거나, 함께 했을 때 즐거운 경험을 자꾸 만들거나. 그러다 보면 몸의 감각이 변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사는 문제가 되는 거다. 퀴어와 만나는 구체적인 경험으로 재구성되는 몸의 문제다.

퀴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옆에 있던 이웃이다. 하지만 오늘 완전히 새로운 이웃으로 나타났다. 나는 그들이 더 많은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외쳐주기를 바란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응답 1개

  1. 헤이준말하길

    퀴어문화축제, 다음에 또 홍대에서 열리면 꼭 가보고 싶어요.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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