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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한다. 레알? 내 주변에는 결혼과 출산이 넘쳐나는데?

- 말자 2

어느 결혼 이야기 – 2. 이것은 전쟁이다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는 ‘결혼’이다. 친구로만 생각했던 남자가 결혼 소식을 전하는 순간, 호르몬 작용이 뒤집히며 ‘오! 마이 갓! 이 남자가 내 운명의 남자였어!’를 외치는 여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모르지만 관객 모두가 아는) 나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여자 앞에 우연히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혼을 앞둔 여자들의 불안한 심리, 혹은 단짝 친구의 결혼을 앞둔 여자의 심란한 마음을 다룬 영화도 있다. 앤 해서웨이와 케이트 허드슨이 주연한 영화 <신부들의 전쟁> 역시 그렇다. 단짝 친구가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며 겪게 되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다. 이 영화는 특히 결혼이라는 인생에서의 큰 전환점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여자들의 심리 상태와 묘한 경쟁심을 다룬다. 서로의 결혼을 방해하는 두 친구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자면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다. 대부분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가 다루는 여자들의 결혼식 에피소드는 과장되어 있지만 나의 결혼이든, 친구의 결혼이든 결혼이라는 것을 목전에 둔 여자들의 심리를 드러내준다.
그렇다. 친구 두 명이 동시에 결혼을 진행한다는 것은 영화 밖 현실에서 역시 전쟁을 선언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리고 그것을 중간에서 지켜보게 된다면, 웃음과 짜증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친구 두 명이 한 달 간격을 두고 결혼식 준비에 나섰다. 대학교 과내 커플로 6년 동안 사귀고 결혼에 이른 A와 공기업에 다니는 남성과 2년 연애 후 결혼에 이른 B는 5월의 신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시작과 같이 아름답고 순조로웠다. 서로의 결혼을 축하했으며, 행복을 빌어 주었다. 고민거리는 서로 나누었고 만날 때마다 결혼식 준비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서로 도와주자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묘한 뒤틀림이 일어났다. 할리우드 영화의 갈등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서로 자신의 상황을 자랑하며, “넌 참 힘들지?”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불확실한 남편의 직업 때문에 결혼 결정을 앞두고 불안함을 비치던 A는 갑자기 돌변하여 시댁의 부유함을 뽐내기 시작했다. 전세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까지야 그렇다 해도 전세 구하기가 너무도 힘들어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도 집을 구하지 못해 속상해하던 B는 급히 남편의 직장이 얼마나 좋은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결혼을 결정하기 전 A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예비 신랑을 둔 B를 부러워했다. B는 A네의 풍요로운 경제 상황이 부럽다고 말해왔다. 그 마음 속 과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그녀들이 자기 마음속의 부러움은 없애고 또 없애며 자신의 결혼식 준비 과정이 더 순조로움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만남은 묘한 자랑으로 변질되어 시부모에게 받는 재산과 남편의 능력을 내세우는 장이 되었다. 만날 때마다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그 만남은 괴롭지만 계속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식으로 늘 마무리 되었다. A와 B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나에게 “너도 어서 빨리 결혼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 만남의 마지막 인사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당연히도 무사히 끝났다. 결혼식이 끝나며 그간의 감정들도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깨소금 쏟아지는 신혼을 즐기고 있었다. 이놈의 카카오톡!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알리는 꽃다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음식 사진이 이틀, 삼일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A의 결혼식이 있고 두 달 후에 셋은 다시 모였다. 대화는 자연스레, 셋의 공통 관심사가 아닌, 둘의 관심사,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어졌다.
남편의 능력, 성격, 몸매, 모든 것이 자랑이 되었다. 그러나 자랑도 끝이 있는 법이다. 끝을 파내고 파내다 보니 자랑거리는 떨어져갔고, 점차 유치한 자랑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리 남편은 몸매가~ 근육이~ 와~ 너네한테 보여줄 수도 없고. 한 마리 말이야. 말!”
“야~ 우리 남편은 요리 장난 아니게 잘 해! 주말엔 빵도 굽는다~”

등의 자랑이 계속 되었다.

“헐~ 우리 남편은 내 말 진짜 잘 들어! 야~ 내 속옷까지 빨아준다?”
“그래? 우리 남편은 나 빨래하느라고 고생한다고 속옷도 안 갈아입거든?!”

뭐라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절대 A와 B의 남편을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자기합리화의 화신이다. 나는 이러한 글을 쓰며 내가 괴팍하고 성격이 꼬여 뒷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글쓰기 중이며 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라 합리화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결혼에 대한 고민도 준비도 없이 눈에 보이는 결혼식만을 향해, 그것이 마치 행복한 결혼 생활의 전부인 양 하고 있다고 말이다.

자기 합리화 없이 내 인생에 만족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자기 합리화가 있기에 나의 작은 실수를 덮고 앞으로 나갈 수도 있고, 내 선택에 만족한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작은 물건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자기가 산 브랜드 제품이 좋다고 자기 합리화한다.
“내가 고른 게 가장 좋아!”
고가의 제품일수록 자리 합리화는 심해진다. 이럴진대 나와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한 다음 이루어지는 자기 합리화는 당연할 것이다.
“그래, 내가 고른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이야. 내가 한 결혼이 가장 행복해.”

하지만 행복 강박증이라도 걸린 사람들처럼 자신의 결혼 생활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강한 긍정=부정’ 공식이 떠오르기도 한다.

뭐, 좋다. 행복하지만은 않은 결혼 생활을 들으며 못난 나로서는 은근한 고소함과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뒷맛이 깔끔하지 않을 테니, 이왕이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좋다.
그래도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우리 남편들 인권은 좀 지켜줘 가면서 자기 합리화든 자랑이든 했으면 한다. A의 남편을 볼 때마다 옷을 입고 있지만 그가 벗은 몸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변태라서 인걸까? 속옷을 갈아입지 않는 B의 남편이 잡았던 물건은 왠지 잡기 싫어지는 것은 내가 유난을 떠는 성격이라서 인걸까?

덧.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결혼을 하니 너무나도 좋다고 했다. 너무는 부정형에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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