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부채질해 주기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문수안(4년 5개월)

아빠 이번엔 뭐 낼 거야?
홍아는 뭐 낼 건데?
안 가리켜 줘. 비밀이야.
아빠도 안 가리켜줘!

그럼, 가위 바위 보.
얼래! 홍아가 이겼네.
아빠는 열심히 부채질합니다.
홍아는 좋아서 키득거립니다.

아빠, 아까 가위 냈으니까
계속 가위 내기야. 약속!
싫어! 홍아 혼자만 이길라구!
아냐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할 거야.
홍아야 정말 져주기도 할 거지?

가위 바위 보.
홍아는 계속 이깁니다.
홍아만 부채 바람으로 시원해집니다.
또 이겼다!
홍아는 엄청 잘 이긴다고
엄마에게 자랑을 합니다.

아빠, 미안해. 하더니
신이 나고 좋아서
혼자서 까르르 웃고 키득거립니다.
아빠, 이번에는 뭐 낼 꺼야?
안 가르쳐 줘. 이번에는 아빠가 이길래!

아빠가 몇 차례 이기자
부채질하기가 짜증이 났습니다.
홍아는 울상을 짓다가
드디어 터졌습니다.
아빠는 가위만 내야 돼 엉엉.

엄마 도와주세요.
그래, 엄마가 네 대신 아빠 부쳐줄 테니
너는 엄마 부쳐줄 거지?
홍아는 대꾸도 않고 울기만 합니다.

이제 울 애기가 졸린가 보다.
그만하고 치카하고 세수하고 자자.
싫어 싫어, 또 할 거야.
아빠는 가위만 내야 돼.
내가 져주기도 할 거야.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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