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6호] 발 빠른 달팽이의 음악 이야기

- 편집자

발 빠른 달팽이의 음악 이야기

음악을 듣다.
달팽이들은 꼬물딱 꼬물딱 부지런히 일상을 꾸민다.
음악을 들으면서…

유행가를 공부한다.

일하는 발 빠른 달팽이의 주된 업무는 최신 유행곡을 바이엘(초급 수준의 피아노 교재) 과정의 아이들이 제 흥에 겨워 칠 수 있게 아~주 아~주 쉽게 편곡을 하는 일이다.

매일 매일 발표되는 신곡들 중에서 초딩들이 좋아하는 곡을 골라내서는 외울 정도로 수십 번을 반복해서 듣는다. 어느 정도 곡이 귀와 입에 착착 감기면, 곡의 느낌을 파악해서 반복되는 부분이나 너무 어려운 랩이 들어간 부분은 삭제해서 곡을 적당한 길이로 조절한다. 이제부터 진짜 편곡을 하는 데, 우선 #(샵: 올림표)이나 ♭(플랫: 내림표)가 많이 붙어 어려운 조성의 곡은 연주하기 쉽게 조표를 다 떼버리고 다 장조나 가단조(#,♭이 없는 조성)로 만든다. 그리고 노래의 리듬을 가지치기해준다.

너무 잘게 조각난 리듬이나 반복되는 붓점 리듬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당김음 리듬 등을 정리해 주는 것인데, 노래를 들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악보로 적혀진 것을 보면 대체 어떤 선율인지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리듬들을 쉬운 리듬으로 고쳐주는 것이다. 이렇게 편곡을 하고나면 편곡이 다 된 곡에는 음악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화성과 주요 선율만 남게 된다. 이 작업을 하루 종일 하면서, 여러 곡을 반복하다보면 정말 비슷한 노래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비슷한 화성 진행과 짧은 반복되는 선율들…

요즘 전 국민들을 오그라들게 하는 소녀들의 ‘Oh!’ 는 2010년 가요의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oh빠를 부르는 직설적인 가사와 귀에 남는 4마디짜리 짧은 선율이 대충 10번 정도 반복된다. 트렌디한 컴퓨터 믹싱과 소녀들의 간드러지는 음성 그리고 oh빠들을 살살 녹게 하는 퍼포먼스로 앨범 발표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이 밖에 표절논란까지 일고 있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도 훤칠한 소년들이 그럴듯하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데, 곡은 그저 익숙한 화성진행과 반복되는 후렴구로 강한 인상을 줄 뿐이다. 사실 나중에 기억나는건 음악보다 그들의 외모인지도.. 소녀들과 소년들을 보고 있자면 그저 미소 지어지고, 나도 모르게 입에 붙어버린 후렴구는 적당히 유행에 발맞추어 가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이런 유행가들이 언제나 그렇듯 금방 질려버리고 잊는다.

유행가를 듣다.

소녀들과 소년들의 음성이 질려갈 즈음 조금 다른 음악을 듣고 싶다면 페퍼톤스(Peppertones) 의 정규앨범 “Sound Good!” 을 들어보자. 발 빠른 달팽이는 수록곡 중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과 ‘공원여행’을 강추한다. 페퍼톤스는 5년차 뮤지션으로 인디 씬에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왔고, 선배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꾸준히 전석 매진 콘서트와 앨범 활동을 하고 있다. “Sound Good!”은 작년 12월에 발표한 앨범으로 우울증을 치료할만한 음악들이 가득한 앨범이다. 신선한 사운드와 매끄러운 편곡이 돋보인다.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록 음악 같은 조금은 강한 사운드와 보컬의 맛깔 나는 리듬이 달리고 싶게 한다. ‘공원여행’은 청량하고 가벼운 사운드가 봄 햇살을 쐬고 싶게 한다.

–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요즘 달팽이가 강추한 두 곡을 들으며 봄 맞이를 해보자.

– 발 빠른 달팽이

응답 2개

  1. 쿠카라차말하길

    나이가 들어선가? 벌써 고루한 기성세대가 된 걸까? 소녀시대의 노래는 도대체 지켜워서 못 듣겠다.
    페퍼톤스의 경쾌한 노래로 봄을 느끼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기분 좋은 음악 요리 감사합니다.

  2. 사비트리말하길

    소녀시대의 오빠는 내가 들어도 녹겠더이다…. -_-;;;;
    아~ 그 소녀들의 상콤함이 부럽삼 ㅋ

    페퍼톤스 노래들음 자전거 타고 싶던데…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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