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일기

5. 우는 고양이

- 송이

#5

 

지난 일요일, 석류와 내가 함께한 지 199일째 되는 날 석류가 처음으로 울었다. 영국인에게 납치당한 모글리가 정글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듯 창가에 앉아 목놓아서 “으아아, 으아아아, 우아아, 으아, 으아아아, 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우는 석류를 보니 이대로 조금만 더 운다면 내가 견디지 못해서 고양이를 자연으로 방생해 줄 것 같았다. 얼마나 놀라고 당황을 했는지 이제 안 만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몇 달 동안 연락을 씹던 남자에게 ‘고양이가 너무 많이 운다.’라고 카톡을 보낼 정도로 분별력을 잃었다.

 

정말 고양이가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게 아닐까? 연애로 비유하자면 남녀 심리에 관한 책을 빠삭하게 읽고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해 주다가, 정작 애인과 싸우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 빠졌다.

 

–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바깥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예외 있음. 고양이 산책의 경우 강아지처럼 목줄이 있는데, 산책이 가능한 고양이가 따로 있음).

–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을 뿐 정말 바깥에 나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 고양이가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보는 것은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TV를 보듯 바깥을 보는 것이다. 외로워 보이는 것 같으면 자기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여 주거나, 다른 고양이가 나오는 영상을 보여 줄 수도 있고, 창가에 두면 된다.

– 개처럼 산책을 시키면 안 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개처럼 산책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고, 감염 우려도 있고, 이동장에 넣어 바깥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다.

 

석류를 집에 들이고 처음 본 고양이 양육에 관한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개묘차가 있겠지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고, 인간의 집에 특별히 불만이 없을 경우 나가려 하지 않는다. 로드킬 등 여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내보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창가에서 우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기 위해 고양이라는 동물 본연의 습성이라는 말로 정신 승리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람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중에 정말 일부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바깥을 보고 눈을 꿈뻑거리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견디지 못해서 내보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만 길렀던 고양이는 이렇게 바깥으로 내보내면 죽는다. 집고양이와 다른 길고양이들의 생태가 있고 영역이 있어서 집고양이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적응을 하더라도 먹이를 구하는 일이나, 사람들의 괴롭힘, 로드킬 등 위험이 많다. 바깥에는 이미 동물이 마음 편히 살 만한 공간이 없다. 석류가 우리 집에 온 것도 북한산에서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두었더니 고양이를 가둬 둔 것만 같고, 석류가 무언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도무지 읽을 수 없다. 내가 ‘자유’를 원해서 엄마와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나와서 살듯, 고양이 또한 <쇼생크 탈출> 같은 권리와 자유를 원해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당히 웃기다고 생각해 울음소리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이웃 주민이나 집안 식구들이 고양이 울음소리를 싫어하게 되고, 심하면 민원이 들어와서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어진다. 영문도 모르고 고양이가 우는 것을 지켜보는 일도 속상한데 외부의 적까지 상대해야 한다. 게다가 고양이 종도 다르고, 집집마다 환경도 달라서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다. 나는 우선 석류의 식탐을 의심했다. 요즘 다이어트를 시켜보겠다고 사료량을 2/3로 줄였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어서 큰맘을 먹고 캔참치를 따 줬다. 그랬더니 한 캔을 홀랑 마셔버리고 배은망덕하게 다시 창가에 앉아서 마저 울었다. 혹시 못된 것을 배워서 다음부터는 과자 같은 건사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캔사료가 먹고 싶을 때마다 울어재끼는 것은 아닌지 내게 걱정까지 안겨 줬다.

 

바깥 고양이와 달리 집고양이들은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석류도 처음에 왔을 때보다 말이 늘었다. 동거하는 인간이 자기를 이름으로 부르고, 주로 음성으로 대화하는 것을 아는지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왜애앵, 왜애앵” 울 때가 종종 있다. 그날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울었던 것일까? 혹시 인간과 함께 사는 고양이에게는 같은 고양이인 친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영역에 대한 관념이 아주 강해서 다른 고양이와 같이 못 지내는 고양이들도 있다. 다른 고양이가 들어올 경우에 심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방광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석류는 내가 괴롭히면 화가 나서 내 손을 깨물고 할퀴려다가도 내가 아픈 척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면 바로 가만히 멈출 정도로 순하다. 새로 들어오는 고양이가 아주 까탈스럽지만 않으면 둘이 그럭저럭 잘 어울릴 것 같다. 예전에 엄마는 내가 외동딸인 게 외로워 보여서 동생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애를 낳았나 싶었는데, 석류가 우는 걸 보니까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고 친구라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니 내가 엄마랑 똑같은 이유로 고양이를 또 입양할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동생이 있다고 딱히 쓸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람도 고양이도 혼자 쓸쓸해선 안 된다.

묘한일기5

응답 2개

  1. 송이말하길

    허허;; 수컷고양이고요…
    중성화 수술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2. 까꿍이맘말하길

    199일째의 석류…
    첨 데려 왓을때의 나이도 있을거구요.

    발정이 난것 입니다.

    불임수술을 시켜줘야 합니다
    숫냥이는 10만원 이상
    암냥이는 20만원 이상인데…

    수술을하면 발정음을 내지않습니다.

    냥이사랑에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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