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 재규어

밀양에서 신고리 원전 공사에 사용될 위조부품으로 공사에 불합격이라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은 명분없는 일임이 분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눈과 귀를 닫은 정부와 한전은 고집스럽게도 공사를 강행한다. 밀양의 일은 어느덧 9년이 지나고 있다. 그 시간동안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대화시도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토록 고집불통인 그들에게 명분없음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들 그것이 무슨 문제일까?

내가 처음 접했던 현장은 바로 밀양이었다. 밀양에서 본 어마어마한 수의 경찰들, 모두 무장하고 나타나 공사장 주변에 줄지어 서서 노인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위험하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라는 말로 오히려 주민들을 때리는 등 폭력진압을 한다. 게다가 사람들을 불법채증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연행은 현장에서 끈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안전’은 도대체 무엇일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밀양 현장에서의 폭력은 당장 페이스북 밀양의 친구들에만 들어가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경찰들에게 진압을 당해, 맞아서 멍들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밀양에서 공사가 강행되는 마을들은 대부분 경찰들에 의해 고립되어 있다. 그래서 식량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아주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였다.

‘안전’, 경찰은 누구를 위해 그 곳에 있는지 묻는 것도 이제는 입만 아프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식어를 잃어버린지 오래인 그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한전의 앞잡이로 한전 공사장의 안전을 위해 그들은 존재한다. 상식 밖에 있는 그들은 진정한 외부인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무대포로 나오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주먹이 들끓었다. 저들은 막무가내로 우리를 무력진압하는데 왜 우리는 가만히 당해야만 할까 분노가 차올랐다. 밀양을 지킨다는 우리를 향해 비웃는 경찰들과 한전의 모습에 있는 힘껏 침을 뱉어주고 그들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목청 높여 공사강행을 멈추라는 말들만 내뱉는 것이었다.

 

밀양에서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곳 중 단장면 고례리 84번 현장이 11월 말이면 완공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전은 현장 상황과 경찰 배치계획을 봐가며 공사장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 공사 중단은 커녕 공사장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이 밀려오는 허무함은 나의 분노가 결국 잿바람으로 흩날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참 쉽게 모든 것을 해결한다. 어떻게 하면 모든 일이 그렇게 쉽게 일의 진행이 척척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부당하고 비상식적임을 알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잿가루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참 뭣같은 현실이지만 그들에 반해 힘이 없는 자들, 즉 우리는 쉽게 이 일을 해결 할 수 없으니 빙빙돌아 어렵고, 긴 시간의 공을 들여야만 한다. 모든 정의가 이루어지며 상식이 통하는 것은 항상 긴 역사를 필요로 했다. 그들의 정의와 상식은 빠르고 쉽게 해결되지만 그 과정은 더럽고 폭력이 난무하다. 그들과 다르게 정의와 상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러운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돌아가는 것, 언제 끝날지는 몰라도 그것이 최선이라고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