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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갑과 을, 재규어

- 재규어

미친 사람처럼 운전을 하고 다녔다던 미쉘 푸코, 그의 차는 재규어로 그는 재규어 광이였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재규어를 생각하면 먼저 자동차를 떠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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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Jaguar, 학명 Panthera onca)는 서반구에서 가장 몸집이 큰 고양잇과 동물이다. 육중하고 힘이 센 재규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양잇과 동물인데, 호랑이와 사자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보통 몸길이는 150~180cm이고, 몸무게는 70~150kg이다. 재규어의 바탕색은 흰색에서부터 검은색까지 다양하지만 전형적인 색깔은 황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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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비교

 

위의 무늬 비교를 보면 재규어와 표범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표범보다 재규어가 더 크고 육중하다.

재규어의 특징은 강한 턱이다. 턱 힘이 굉장해서 일반적으로 사냥을 할 때는 먹이의 귀 사이를 물어 두개골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서 죽인다. 강한 턱을 이용해 360kg에 달하는 황소를 8m 정도 끌며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며, 때로는 뼈를 이빨로 부수어 가루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재규어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위치하여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들이 먹는 먹이의 종류는 다양각색하다. 나무늘보, 거북, 물고기 등 작은 동물을 주로 먹으며 상황에 따라 아나콘다나 악어처럼 위험한 동물을 공격하기도 한다. 재규어는 주로 밤에 활동하여 야행성으로, 새벽과 해질 무렵 가장 활발하다. 때로 먹이 활동을 위해 낮에 활동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문 일이다. 또 다른 특징은 매우 날쌔고 기민하며 물 속에 자유롭게 들어가고,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재규어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영화 <아포칼립토>를 보고 나서였다. 영화 속 남주인공은 ‘검은 재규어의 발’로 불리는데 후반부쯤에서 남주인공과 검은 재규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 영화의 내용이나 다른 연출보다도 그 장면이 강하게 뇌리 속에 박혀 한참 이 영화에 빠졌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관심도 없던 재규어와 고양잇과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서 미대 입시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나만의 주제가 필요했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재규어였다. 그때부터 재규어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 그리면서 동물 재규어에게 각별한 애정이 생겨났다. 그래서 재규어는 내게 마스코트이며,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표범과 재규어가 외형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몇몇 사람들은 표범이나 재규어나 똑같은 것 같은데 왜 굳이 재규어냐고 물을 때가 있었다.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 스스로가 궁금해졌다. 재규어의 모습이 담긴 여러 사진들을 살펴보며 관찰하고 나름 나만의 재규어를 그리는데 좋아하는 이유 하나 설명할 수 없을까? 하고 말이다. 처음 좋아할 때부터 콕 찝어 재규어의 어떤 점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재규어 자료를 찾고, 그리는 과정을 통해 재규어를 좋아할 이유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말 주관적인 나의 느낌이므로 스킵해도 좋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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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표범과 비슷하고, 자동차 재규어로 인해 정작 동물 재규어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마이너 야생동물이라는 점.

대세를 거부하려 노력하는 나의 태도는 역시나 동물을 좋아하는 취향에서도 발견이 되었다. 미술학원에서도 재규어 할때 너 자동차 좋아하냐고 물어봤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표범과 함께 고양잇과 동물이기 때문에 재규어를 말하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둘째, 재규어라는 발음이 폼나보여서.

야구아 yaguara, 인도의 말로 뜻은 일격에 먹이를 쓰러뜨리는 야수이다. 이 말에서 유래되어 재규어라고 불려졌다. 야구아라는 거친느낌 물씬 나는 이 단어와 뜻까지도 아주 완벽하게 부합하다고 생각했다.

 

셋째, 복서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

복서는 우선 신체 조건이 팔다리가 길면 유리하다. 하지만 재규어는 길다는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육중하고 머리 또한 크다. 그런 점에서 팔다리 길고 유려한 신체를 가진 표범이 오히려 복서느낌이겠지만 유도나 무술에 적합한 몸을 가진 동양인의 체격이 마치 재규어를 떠올리게 한다(강한 나의 주관적 느낌이므로 태클 사양). 그렇기 때문에 재규어를 보면 항상 격투기 선수가 떠오른다. 재규어의 강인한 턱 힘은 거북이의 딱딱한 등껍질을 가루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괴력을 과시하는데 그 괴력이 격투기 선수들의 고된 훈련과 시합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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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복서…

 재규어의 서식지는 꽤나 광범위하다. 미국 남서부에서 남아메리카 최남까지 서식하는데, 남아메리카 쪽의 재규어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편이다. 이들은 선사시대까지만 해도 남아메리카 대륙 대부분과 미국 남부의 대부분 지역과 미주리주에서도 서식했었다. 그 화석은 4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쯤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미국 남서부지역은 그 개체수가 미미하여 개체수 보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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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에 재규어는 일찍이 서구인들에 의해 부와 사치의 상징인 모피를 위해 사냥되었고, 재규어의 서식지인 현지에서는 가축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수많은 재규어가 죽음에 내몰렸었다. 이로 인해 급격히 재규어의 숫자가 줄어들고 멸종 위기에 이르자 국제적으로 재규어 모피 매매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모피로 만들어지던 당시만 해도 약 1만 8천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재규어가 사냥되었다. 국제적으로 재규어의 개체수를 늘리려 노력하였지만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위기 근접 동물이 되었다. 야생 생물 보호 협회의 연구 결과 재규어의 서식지 40%는 산림 훼손으로 인해 거의 전멸되었다. 멕시코에서는 매분마다 미식축구 경기장만한 서식지가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데 이는 재규어의 생존뿐만이 아니라 먹이사슬 붕괴, 생태계 파괴를 의미한다. 재규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축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재규어가 서식하는 곳으로 가장 큰 집단인 아마존 열대우림은 현재 급격한 파괴 진행형에 놓여 있다. 1970년에 비해 20%의 열대우림이 파괴되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목축업과 농업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축화된 소는 현재 12억 8천 마리로 추정되고 있어서 이런 소들을 사육하는데 사용되는 면적은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한다. 즉 대륙의 1/4의 토지가 소 사육에 쓰이고 있다. 소 사육은 소비량이 제일 높은 햄버거용 고 기를 만들기 위해 이루어진다. 햄버거용 쇠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소들을 금방금방 살찌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식물성 단백질로 이루어진 대두와 옥수수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인다. 이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또한 대두와 옥수수 지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자연림을 파괴시켜야만 한다. 이로 인해 재규어는 햄버거 사이에 낀 패티처럼 오갈 데 없게 되었다. 또한 가축되는 소는 초식동물인데 사료를 먹고 있기 때문에 소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지구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브라질 당국에서는 농장주들을 감시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불법행위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벌금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브라질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자원이 많다는 이유로 수많은 벌채업자들의 눈독을 사 많은 곳이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맹수들이 그렇듯 재규어도 타고난 사냥꾼이다. 특히나 소리 없이 일격에 먹잇감을 쓰러뜨리는 맹수로 밀림의 왕이라고 불리울 만한데 이런 재규어를 두고 한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재규어는 정말 찾기 어렵다! 바로 옆에 서 있어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자랑하는 재규어의 힘은 호랑이와도 견줄 만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고양잇과 동물 중에 가장 큰 재규어는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람을 잡아먹는 위협적인 동물로 여겨진 적도 없다. 오히려 인간이 훨씬 더 재규어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듯싶다.

 

남미권 국가에서는 국가의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재규어의 개체수는 이만큼이면 됐다는 이유로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재규어의 개체수가 얼마나 줄어야 하는 일이며, 어째서 재규어의 개체수를 인간의 기준에 맞춰 이 정도면 많이 살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남미권 국가들이 처한 심각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줄어드는 재규어의 개체수와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1986년에 설립된 벨리즈의 콕스콤 분지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세계 최초로 재규어 보호 구역이 되었으며, 멕시코도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칼락물 생물권 보전 지역 내에 있는 15만 헥타르의 열대림 지역을 재규어 보호 구역으로 지정했다. 현재 재규어의 총 개체수는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재규어를 제외하면 1만 5천 마리가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보존은 꾸준히 지속되고 넓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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