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코끼리가 ‘코끼리’로 존재하기

- 이현숙

제주에서 즐기는 코끼리쇼와 이국의 정취!

제주 속의 작은 동남아 점보빌리지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제주도에 있는 ‘점보빌리지’의 소개 문구입니다. 점보빌리지는 코끼리쇼와 코끼리 트레킹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코끼리쇼에는 하루에 4번, 새끼 코끼리 분미(8살 암컷) 등 3마리와 큰 코끼리 분캄(30살 수컷) 등 4마리, 총 7명의 코끼리와 마오스에서 온 조련사가 등장합니다. 코끼리쇼는 코로 바나나 받기부터 해서 여러 마리가 역할극을 하는 병원 놀이까지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두 다리로 서고 코로 훌라후프를 돌리며 조련사를 따라 하는 코끼리를 보며 열광합니다.

 

de2f893b-6f54-4216-9adc-53d7dd2a3128

(출처: 한겨레신문) 

 

코끼리 관광, 이것은 코끼리를 이용해 트레킹을 하고 쇼를 보여 주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는 동남아 관광 상품을 부르는 말입니다. 이미 여행사에서는 동남아 테마 여행으로 자리를 잡아 꽤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직접 한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테마 관광에 코끼리 트레킹이 포함된 상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베스트 패키지 상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코끼리를 이용하는 관광 상품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코스입니다. 사람들은 코끼리가 훈련을 통해 조련사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굉장히 즐거워하며 직접 체험까지 합니다. 이런 코끼리 관광은 야생의 코끼리를 포획하여 사육한 코끼리로 이루어집니다. 태국을 예를 들어 보면 원래 1900년 태국에는 약 30만 마리의 야생 코끼리와 10만 마리의 사육 코끼리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야생에 2천 마리 이하의 코끼리가 남아 있고 4천 마리 코끼리가 사육당하고 있습니다. 이때 보통 0~4세의 새끼코끼리를 포획하게 되는데 코끼리의 발을 날카로운 칼로 찔러 쓰러뜨려서 코끼리 몸보다도 작은 ‘트레이닝 크러시’라는 나무 틀 안에 구겨 넣고, 일주일 밤낮을 반복해서 칼과 창으로 찔러 길들입니다.

 

2

 

이것을 ‘파잔의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야생의 모든 습성을 포기시키고 인간의 말에 복종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고통을 주는 반복되는 매질과 순면 방해,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일주일을 시달린 아기 코끼리는 결국에는 눈에 초점을 잃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며, 사람을 두려워해 명령을 따르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사육되는 코끼리의 태어난 지 5년 내의 폐사율은 30퍼센트에 달합니다. 어린 나이의 코끼리를 포획하면 할수록 더욱 야생의 습성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유가 채 끝나지 않은 코끼리를 조련사들은 잡아들이게 됩니다. 야생의 습성을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훈련하기는 힘들어지고 그만큼 잔인해 집니다. 관광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최대한 관광객에 맞춘 코끼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3

 

이렇게 잔인한 훈련 후에 관광객을 만나러 나가도 학대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트레킹과 쇼를 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조련사는 코끼리를 뾰족한 것 가장 예민한 곳을 찌릅니다. 코끼리의 불쑥불쑥 올라오는 야생성을 끊임없이 억압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죽을 때까지도 코끼리가 자신의 습성대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바로 끊임없이 조련사가 코끼리를 때리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학대를 당하다 보니 쇼와 트레킹을 하다가 부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도 코끼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길거리로 나가 아이들과 함께 구걸을 하도록 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 사육을 그만두게 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가진 습성대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사육 과정이 이렇다 보니 코끼리는 훈련 도중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얼굴을 반복해서 빙글빙글 돌리거나 같은 곳을 반복해서 움직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입니다. 이것을 ‘정형행동’이라고 하는데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이란 틀에 박힌 것같이 가소성 없이 종종 반복되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코끼리가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이토록 심각한 학대가 벌어지는 코끼리 사육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처음에 말했듯이 ‘코끼리 관광’, 즉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한해 제주도 점보빌리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40만 명입니다. 이렇게 돈이 된다는 것은 관광객이 끊임없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코끼리쇼 관람객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너무 신기하다”, “코끼리들의 행동을 보니 귀엽고 즐거웠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관광객들은 왜 동물쇼를 보고 즐거워할까요? 이것은 잔인한 훈련 과정을 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동물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입니다. 저렇게 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코끼리쇼와 트레킹 체험 후기들을 보니 동물들이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받을 물리적 고통까지는 걱정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동물들이 받을 수 있는 단순한 고통은 공감할 수 있지만 무대 위의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동물, 그 개별적인 존재 자체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못하는 것입니다. 훈련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사실 모든 학대는 코끼리가 야생에서 하던 행동들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벌어집니다. 코끼리가 코끼리로 존재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육되는 순간 코끼리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조련사와 관람객을 위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오직 관람객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육 코끼리의 일생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자신이 움직이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조련사에게, 관광객에게 맞춰야 하니까요. 코끼리는 본래 모계를 중심으로 무리 지어 60년 가까이 사는 동물입니다. 하루에 먹이를 찾아 20시간을 넘게 돌아다니고 300kg 가까이 먹습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며 피부 보호를 위해서 진흙 목욕도 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코끼리의 습성만 알아도 사육 코끼리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삶에서 벗어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육은 코끼리를 ‘코끼리’로 존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쇼동물에 대한 문제는 단순한 물리적인 동물 학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들, 그 개별적인 생명이 스스로의 존재 방식을 택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입니다. 동물에게도 스스로의 존재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이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에 써져있듯이 동물도 생명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4

 

이미 유럽연합 등 동물복지선진국에선 규제 강화로 동물쇼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야생동물을 이용한 쇼를 금지했고, 벨기에, 에스토니아, 폴란드는 야생에서 직접 포획된 동물의 쇼 동원을 금지했으며 체코, 덴마크, 핀란드, 인도와 스웨덴도 특정 야생종의 쇼 동원을 법으로 규제했습니다. 더 이상 동물쇼는 돈을 내고 관람해도 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동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불법의 현장입니다. 오직 관람객만을 위해 존재하는 쇼동물 사육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쇼동물은 무대를 벗어나 자기가 있고 싶은 자리에 있어야 하며 스스로 존재하고 싶은 방식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을 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참고: KARA( http://www.ekara.org/ )

동물자유연대( http://www.animals.or.kr/ )

한겨레 [토요판] – 동물쇼의 불편한 진실

응답 1개

  1. MEGAN말하길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반성하고 인간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저들의 권리도 존중해야할 거라고 저도 동의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