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일기

저울질

- 송이

지난달에는 도시가스 요금 36,980원을 냈고, 이번 달에는 67,220원을 냈다. 전기요금은 지난달에 16,370원, 이번 달에는 19,490원을 냈다. 보일러는 틀지 않았지만 10월 말이 되면서 이불에 한기가 들어 전기장판을 켜고 잤다. 동생과 내가 전기 장판을 켜고 잔 뒤로 전기 요금이 약 2배 늘었다. 11월부터 슬슬 겨울 준비를 한다고 치면 보일러 동파도 방지하고, 나와 동생, 석류, 세 식구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약 4달 동안 월 평균 10만원 가량이 든다. 물론 작년에는 혼자 살았고, 지금은 동생과 같이 산다. 하지만 방 두개와 거실이 개별 난방이 되는 게 아니라 보일러를 한 번 틀면 결국 집 전체가 따뜻해지기 때문에 혼자 살때보다 그렇게 많이 쓸 것같지도 않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것 같다.

 

가스나 수도, 전기같은 기반 시설 민영화 문제는 이렇게 요금을 낼 때 선명히 드러난다. 지금 내야하는 10만원이 12만원이 되고, 15만원에서 20~30만원으로 치솟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지금도 집에서 내복과 수면양말, 수면잠옷을 입고 담요도 잘 두르는데, 집에서 이 이상으로 껴입고 살 수는 없다. 지출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한집에 사는 우리 가족이 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과 가스 요금을 매번 저울질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내 몸이 추운 것 쯤이야 어떻게 해결해본다고 하지만, 동생이 춥다고 하는데 “가스비가 7만원 정도 나왔으니 추워도 좀 참고 아끼자”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애들이 있는 집에서는 애가 추울까봐 항상 집안을 따뜻하게 해둔다. 고양이가 이불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웅크리고 자는 것을 보면 내게 “춥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겨울에는 석류가 맨 바닥에 엎어져 있으면 번쩍 들어서 방석 위에 올려 놓거나, 전기 장판을 켜놓은 침대위로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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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료 등급>
고양이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이다. 매번 사료값과 모래값이 든다. 약 2~3개월 주기로 사료와 모래를 구입하고, 사실 이 때마다 돈과 석류에 대한 애정을 저울질한다. 우유나 고기에 등급이 있고, 채소도 유기농이냐, 무농약이나, 국내산이냐 중국산이냐 차이가 있듯, 고양이 사료에도 등급이 있다. 제일 비싼 것은 ‘오가닉 등급’이다. 동물사료협회 인증기관에서 오가닉 인증을 받으려면 합성비료, 농약, 항생제, 유전자조작식물, 환경호르몬 등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고, 유기농 제품을 제배한 농장에서는 최소한 최근 3년간 유기농 방식으로 작물을 경작해야 한다. 인간의 음식으로 치면 결국 같은 레토르트 식품이긴 하지만 3분 카레류의 저가 반조리식품과 엄마의 정성으로 만들었다는 풀무원 유기농 가공식품의 차이 쯤 된다. 두 번째인 홀리스틱 급 사료는 대략 5~6kg에 6~7만원 정도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7kg에 2~3만원대도 있고, 이것보다 더 싼 사료도 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씨리얼 처럼 생긴 건사료 등급의 차이라는 건,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느냐, 동물성 단백질의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고양이는 육식이다), 어떤 고기가 들어 가느냐, 곡물이 얼마나 들어가느냐 등으로 갈린다. 가장 저렴한 보급형 사료의 경우, 농약과 저가의 재료, 고열처리, 곡물찌꺼기, 합성방부제, 색소와 향신료, 기름, 내장 등 알 수 없는 것이 많이 사용된다. 
솔직히 말하면 대충 싼 사료를 사고 싶다. 어디에서 수입된 고기인지, 어느 부위인지, 어디에서 쓰고 남은 폐기물인지 알 수도 없는, 심지어 과연 고기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운 덩어리가 들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지만 모른척하고 싼 사료를 사고 싶다. 고양이가 글씨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모를테니 상관 없지 않을까. 너무 싼건 내 양심에 찔리니, 적당한 걸 선택해서 3만원 쯤 아끼면 2주 쯤 마실 커피값이 나온다. 얼마 안되는 한정된 수입과 통장 잔고에서 생계형 지출을 할 경우엔 일상적으로 애정과 돈을 저울질 한다. 돌이켜보면 자주 해왔던 일이라 결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중요한 것들의 서열도 세워놓았다. 석류가 아파서 병원비로 백만원 단위의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았다. 내 마음은 ‘어쩔 수 없군’이라는 쪽으로 기울 것 같다. 돈이 꼭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울질과 결단의 불행은 막아준다. 삶의 문제를 돈과 비교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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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로 이불을 다 구겨가며 그루밍을 하는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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