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6호] 밥하면서 배우는 삶의 이야기들…

- 편집자

밥하면서 배우는 삶의 이야기들…

우리 공동체는 함께 밥을 먹는다. 뿐만 아니라 돌아가며 밥을 해야만 한다. 그 날은 내가 식사당번이라 주방에서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혼자서 30여 명이 넘는 분량을 하는 것이 보통 큰 일이 아닌지라, 미경쌤이 와서 도와주었다. 메뉴는 육개장과 생선구이, 멸치꽈리고추볶음과 오징어무침 그리고 김치였다. 미경쌤이 생선을 양면 팬에 굽는데 중간에 자꾸만 양면 팬을 열고 생선을 뒤집어서 생선살이 조금씩 부서졌다.

“예쁘다고 자꾸만 만져주지 말아요! 그러면 잘 안돼요. 팬을 충분히 달구어 놓은 다음, 처음에는 센 불로… 그러다가 약한 불로 은근히 타지 않게 구워야하고요, 양면 팬을 쓰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뚜껑을 꽉 닫아줘야 해요.”

말하고 보니 어쩜 이리도 닮았을까?

늘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지지고 볶는 것이 나의 일이고, 삶이다. 다양한 세상 경험과 자원이 부족한 여성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관계와 관계’의 충돌은 언제나 고민의 연속이자 딜레마의 반복인 동시에 행여 내가 ‘계몽주의자’가 되지는 않을까 노파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싶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예쁜 것들을 나눠 갖고도 싶고, 좀 더 살아 온 인생 선배로서 나의 시행착오들을 너희는 반복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잔소리를 하게 되고, 울컥 화가 치밀어 퍼붓기도 하고, 또 때로는 꾹꾹 속으로 담아두게 되었다. 그렇게 한 10여 년이 넘는 동안 쌓아두었던 나의 묶은 감정들이 지난해 가을엔 결국 폭발하게 되었다. 공동체 식구들이 너무도 싫어졌다. 그리고 모두 보기 싫었다.

정신 줄 놓은 사람, 개념 없는 사람, 무식한 사람, 게으른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말만 하는 사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

매일 매일 속으로 욕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었다.

그 날도 점심당번이어서 혼자 식사를 준비했다. 그날따라 맛있게 밥을 먹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저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고, 잘 먹었다는 인사 한마디에 나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밥을 하는 거야, 보기 싫은 사람들 그 한가운데에 들어가 직접 부딪혀 보자!’

그렇게 나는 열심히 밥을 했다. 함께 나누어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본래의 나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밥을 한다는 것이 곧 ‘치유’가 되었던 것이다.

오늘도 난 밥을 하고, 생선을 구우면서 또 한 가지 깨달았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한다고 해도 조바심을 내거나 안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은근한 관심과 애정으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들이 왜 함께 하는지, 무엇 때문인지, 우리 공동체 활동에 대한 의미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고, 나의 작은 일상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 최정은(W-ing 대표)

응답 3개

  1. 시노공말하길

    아침, 아이들과 함께 몸을 풀고 청소를 하고 아침을 먹고 난 다음 찾아든 글. 고요한 아침을 열어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함양 온배움터에서(녹색대학)

  2. 갈치말하길

    노자가 정치를 할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若烹小鮮) 하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조바심 내지 않고 애정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만큼 해야 하는걸 알면서도 힘든 것도 없는듯 해요.

  3. 고추장말하길

    최대표님, 너무 뭉클한 칼럼입니다. 예쁘다고 너무 만지지 말고… 팍팍 와닿아요! 오늘 아침 정말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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