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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돌고래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면

- 조약골(핫핑크돌핀스 활동가)

 

지난 2009년 일본 타이지 앞바다에서 잡혀와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 갇혀 있는 큰돌고래 장꽃분이 조만간 출산을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울산 남구청과 고래생태체험관, 서울대공원, 한화 아쿠아플라넷 등이 ‘큰돌고래 번식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울산 큰돌고래 장꽃분의 출산 임박 소식을 큰 경사라도 난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은 이 돌고래들이 어디서 어떻게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

울산 남구는 ‘고래도시’임을 내세워 생태친화적인 도시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실상을 보면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장생포를 중심으로 수십개의 고래고기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울산 남구가 주최하는 고래축제에서는 고래고기 소비를 촉진시키는 행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곳에서 고래는 고기이며, 식품이다. 주민들과 남구청장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래고기 소비를 옹호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고래체험관에서는 돌고래들을 눈요기감으로 전시해놓는다. 울산 남구는 고래도시가 아니라 고래학대 도시에 가깝다. 그런 곳이 돌고래 출산으로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천박하지 그지없다.

 

이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 타이지에서는 매년 수천 마리의 큰돌고래들이 학살되어 고래 고기로 팔려나가고, 어리고 귀여운 돌고래들은 산채로 포획되어 순치교육을 받은 뒤 전 세계 수족관으로 팔려나간다. 이렇게 잡힌 돌고래들은 좁은 수조에서 끔찍한 포획 트라우마와 포획 후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생을 갇혀 지내게 된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장꽃분이다.

 

한국에는 이처럼 일본 타이지에서 잡혀온 큰돌고래들이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 마린파크, 제주 퍼시픽랜드 그리고 서울대공원 등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서도 일본 타이지의 큰돌고래들을 수입해 쇼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일본 타이지산 큰돌고래 7마리를 사서 평양 소재 수족관에 들여오는데 약 7억원을 썼단다. 거액을 들여 돌고래들을 잡아오고, 이들을 눈요기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한국은 전혀 차이가 없으니, 진실로 개탄스럽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지구시민들이 일본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큰돌고래 학살의 부당함을 알려 오고 있으며, 2014년에도 올해에도 일본정부에 돌고래 학살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수십 마리의 일본산 돌고래들이 좁은 쇼장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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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타이지 큰돌고래 학살의 끔찍함은 이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더 코브’를 통해 전 세계 적으로 알려진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고래보호단체들이 찍은 타이지 돌고래 학살 현장의 생생한 사진들이 공개되자 주일 미국대사인 케네디를 비롯해 각국이 일본 정부에 돌고래 학살을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이 일본의 잔인한 돌고래 학살에 반대하며 일본 입국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구시민들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나서서 CNN 인터뷰를 통해 ‘포경은 일본 전통이다.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며 사실상 돌고래 학살과 포획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법에 대한 고려 없이 행해지는 포획으로 돌고래들의 야생 서식지, 무리의 사회적 조직붕괴나 손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며 포획 후에도 돌고래들은 감금 및 인위적인 사회적 그룹의 형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이러한 이유에서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다녀야 할 돌고래들을 좁은 쇼장에 가둔 채 진행되는 돌고래 쇼/체험은 반생태적이고 비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돌고래 쇼가 시작된 1960년대 이래로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돌고래를 수조에 가두고 인공적으로 번식시키려고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 타이지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큰돌고래 가격은 한 마리에 5천만 원 이상이고, 제반 비용을 합하면 1억 원 가까이 소요된다. 이와 같은 막대한 가격 때문에 많은 수족관들이 돌고래 자체 출산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돌고래 양식이 성공한다면 수억원의 비용을 줄이는 엄청난 경제혁명이 될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실험에 매달렸다. 지금 한국이 장꽃분 출산에 환호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돌고래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좁은 수족관은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의 특성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넓은 바다를 헤엄쳐 다녀야 하는 본성 등으로 돌고래의 수족관 번식이 지금까지 실패해 온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돌고래들을 좁은 수조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원래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냈던 것처럼, 우리는 돌고래 쇼/체험을 멈추고, 더 이상 돌고래들이 잡혀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타이지의 잔인한 돌고래 학살과 포경을 중단하도록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또한 일본에서 돌고래를 수입하는 것도 당연히 멈춰야 한다. 그래야 일본도 포경을 줄이거나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돌고래 장꽃분의 출산을 축하할 일이 아니라 원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수족관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게 될 장꽃분과 다른 돌고래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일 때다. 동물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선거철에만 등장하는 복지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생명학대행위인 돌고래 생태설명회 등을 포함한 동물쇼와 공장식 축산, 예방적 살처분 등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얼마 전 호주에서는 공장식 축산을 법으로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데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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