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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그녀 이야기(두 번째)

- 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127번 농성장1)을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전화가 오더니, 그 전화 때문에 속이 상해서 일에 집중 할 수 가없었습니다. 그래도 부산에서의 일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농성장으로 바로 달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농성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전화를 주신 분은 차가 들어 올 수 있는 곳까지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수희씨, 마음을 단디 먹어야해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127번 농성장은 할머니들과 함께 하기 위해 부산의 활동가들이 매일 교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 날은 제가 교대를 하는 날이었지만 시간에 맞추어 갈 수 없었습니다. 앞의 교대자는 이미 부산으로 돌아갔고, 할머니들과 밀양에서 오신 연대자 한 분만이 이미 어두워진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이미 농성장 상황이 전화로 알려 줬지만 마중까지 나와서 마음을 “단디” 먹으라는 말을 하자 더욱 불안해 졌습니다.

“길이 너무 위험해”

차에서 내린 곳과 농성장은 30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밤이긴 하지만 위험할 것이 하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농성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그분은 마중을 나오면서 까지 힘들어 했을까요.

127번에서 할매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동이’가 철조망 너머로 연대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장영식

30미터가 조금 넘는 오르막을 올라가보니 움막 앞에는 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리 밑으로는 도랑이 깊에 파여져 있었습니다. 밤이라 전체 규모를 가늠 할 수는 없었지만, 도랑의 깊이는 2m가 넘어 보였고, 폭은 3m가 넘어 보였습니다. 움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했지만, 그 다리는 너무 허술해 보였습니다. 그냥 소나무를 다섯 개를 걸쳐 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다리가 출렁거렸고, 소나무가 한데 묶여 있지 않아 옆으로 굴러 떨어질까봐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전화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그분이 마중을 나온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움막에 들어서니 할머니들이 계셨습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작년 추석 이후 농성장을 하루도 떠나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그분의 걱정 가득했던 이야기와는 달리 할머니들은 무척 침착해 보였습니다. 아니 침착함을 넘어 담담해 보였습니다.

“저렇게 해야지 우리를 지킬 수 있어, 안심이 된다카이”

큰 도랑을 파던 날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포크레인이 한 대 올라 왔다고 합니다. 할머니 한분은 놀라서 내려막 길을 쫒아내려다가 다리에 힘이 다 풀려 그만 길바닥에 주저앉았다고 말았다고 합니다. 다른 한분은 얼른 뛰어 내려가 포크레인을 가로막고 소리를 지르셨다고 합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절박했던지, 포크레인 기사는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합니다.

“할매요, 내요. 내 모르겠는교”

127 움막에 도랑이 그렇게 파지게 되었습니다.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줄기에 있는 127번 현장의 농성장 모습 ⓒ장영식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줄기에 있는 127번 현장의 농성장 모습 ⓒ장영식

 

다음날 아침, 눈을 뜨지 마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제 밤에 보이지 않았던 도랑의 규모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큰 도랑으로 생각되었던 그 구덩이는 움막을 둘러싼 커다란 참호였습니다. 폭이 넓은 곳은 5m가 넘어보였고, 어떤 곳은 너무 깊어 어지럽기까지 했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았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움막은 섬이 되어버렸고, 오늘은 움막 주변으로 철조망을 칠 것이라 하였습니다.

설을 전후로 한전이 곧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걱정에 그렇게 큰 참호를 판 것입니다. 참호는 할머니들에게 약간의 시간을 벌어 줄 것입니다. 그 사이 할머니들은 2m가 넘는 움막 안 구덩이로 들어가 쇠사슬로 목을 감고, 서로의 몸을 묶어 끌려 나오지 않을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먹만 한 돌멩이들, 똥물 그리고 차마 입에 담기에도 무서운 도구들을 마련해 놓으며 한전과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울음이 날 것 같아서 차마 할머니들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가

작년 10월 2일, 밀양의 송전탑 공사가 다시 강행 되었습니다. 벌써 13번째입니다. 한전의 공사 시도는 어르신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심한 모욕을 당한 후에나 중단이 되었습니다. 그 중 한번은 한 어르신2)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야 공사가 중단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에 시작한 공사는 이전의 공사와는 달랐습니다. 수많은 연대자와 언론이 밀양을 주목하고, 그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이 낱낱이 들어남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연말에는 돼지를 키우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음독을 하여 돌아가시고3), 아주머니 한분이 자살을 시도4)하셨습니다. 밀양 주민 87%가 ‘우울증 고위험군’의 증상을 겪고 있으며, 10%는 심각한 자살 충동5)을 느끼고 있지만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밀양 시청 직원들은 밀양 주민들을 “물리쳤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6), 여경들은 할머니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 죽음의 행렬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한전과 정부는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일까요?

어르신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과 모욕이 극력해지고 혹독해져야 만이 공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아파야 하고, 더 많이 슬퍼야 만이 공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부도덕하고 불손한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

한전은 밀양 송전탑공사를 불법으로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한겨레신문의 보도

한전은 밀양 송전탑공사를 불법으로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한겨레신문의 보도7) Purchase Cialis에 따르면, 한전은 2007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때 제출한 보고서에서 31만3550㎡를 공사를 하겠다 하였지만, 현재 66만7746㎡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헬기를 이용한 공사도 6곳에서 하겠다고 하였지만, 현재 36곳에서 헬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전은 단돈 1,000만원으로 이 모든 불법에 대해 합법적인 승인을 받았습니다. 한전은 환경평가법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단돈 1,000만원만 내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단장면 공사 현장에서는 노동자 한명이 20미터 높이의 철탑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8)가 발생하였습니다. 노동법에 따르면 원인이 규명되고,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전의 불법 공사가 이처럼 묵인되는 가운데, 지난 2월 말에는 한전이 밀양주민 16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합니다. 한전은 주민들이 농기구나 차량·움막 농성으로 공사를 방해‘할 경우 하루 50만원의 벌금을 물수 있도록 법원에 신청9)을 한 것입니다.

 

다시 그녀 이야기

연대자들은 할머니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머니들과 교감이 늘어나 할머니들의 얼굴빛만 봐도 그녀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127번 농성장에 참호가 생기던 날, 밀양에서 오신 연대자분이 그토록 염려하고 슬퍼했던 이유는 할머니들의 침착함 가운데 어떤 두려움과 결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들은 밤이 깊어지면 언제나 잔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는 날, 잔치를 열어 예쁜 옷을 입고 춤을 추자”

하지만 설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잔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들의 얼굴빛에서부터 그 두려움이 전해져 와 농성장은 침묵 가운데 있는 날이 더 많아 졌습니다.

 

우리는 그녀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안겨 드릴 수 있을까요.

 

 

1)농성장의 이름은 대개 한전의 철탑 번호에 따라 부릅니다. 하지만 철탑과 농성장 사이 거리가 있거나, 한 개의 농성장에서 두 개 이상의 철탑을 방어하는 경우 마을 이름이나 지형물, 건물 이름에 따라 농성장 이름이 불려 지기도 합니다.  

2)2012년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이 몸에 기름을 기 얹고 분신을 하셨다. 

3)고 유한숙 어르신이 2013년 12월 2일 음독을 하시고, 12월 6일에 돌아가셨다. 

4)고 유한숙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난 뒤인 12월 13일, 단장면의 주민 한분이 농성장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셨다.  

5)경향신문. 2014.01.10. “송전탑 반대 밀양주민 87% ‘우울증 고위험군’”

6)고 유한숙 어르신의 영정을 시청으로 모시고자 한 이틀간의 시청 앞 투쟁(2014.1.27.-28) 직후, 밀양 시청 내부 게시판에는 밀양 주민을 “물리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7)한겨레, 2014.2.10.. ‘한전 밀양 공사는 불법…‘환경평가’ 위반‘

8)오마이뉴스. 2014.2.17. ‘밀양 송전탑 작업자 추락 사망, 공사중단’

9)오마이뉴스. 2014.2.26. ‘한전, 밀양 송전탑 주민에 ‘공사방해금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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