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7호] 밤에 제대로 잠자기 2

- 담담

잠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은 잠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잠을 오래 잔 날이면 ‘아 이 쓰레기 같은 인간, 오늘 또 잠을 많이 자버렸군’ 죄책감에 시달린다. 1분 1초까지도 쪼개서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 시간에, 고작 잠이나 자면서 허송세월하다니. 그 시간에 자기개발을 해도 살아남기 모자를 판에.

내가 고등학교 수험시절때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사실 이 말은 내가 고딩때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님들이 항상 즐겨쓰던 레파토리였으리라. 네 시간 자면 학교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회에 들어가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타율적인 것에서 자기 내면화 된 것으로. 요즘 그렇게 떠들어대는 새벽형 인간이 좋은 예일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발견하다는 둥. 물론 새벽형 인간 좋다. 새벽에 일어나서 양의 기운을 흠뻑 받으며 생활하고 어두워지면 활동을 접는거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억지로 줄여가면서 새벽형 인간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잠은 보약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카피. 진리다. 잠을 통해 인간은 진액을 생성시키고, 그 날의 하루의 삶이 그 쉬는 시간을 통해 갈무리된다. 무리하게 잠 자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말이다. 쩝. 그냥 쉽게 생각해보아도 잠을 억지로 줄이면서 깨어있는 시간을 억지로 늘리는게 몸을 망치는 길이란거 알 수 있지 않은가. 자연이 어디 그렇던가. 할 일 많다고 밤을 줄이면서 낮만 계속되는. 그러니 잠을 제대로 못자면서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어불성설이 없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데 피곤한거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오히려 안 피곤한게 어딘가 이상한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를 바라는거 그거 도둑놈 심보다. 잠을 충분히 자야 낮에 활동력있게 생활할 수 있는거 그거야말로 자연이 보여주는 삶의 진리 아니겠는가. 물론 이는 사람의 건강상태마다 다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몇 시간 안 자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권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혈을 소모하는 것이다. 혈은 밤에 눈을 감고 있으므로 해서 보충된다. 그런데 밤에는 모니터 앞에서 눈 말똥말똥 하고, 낮 시간에는 자는게 몸에 좋을리 없다. 따라서 밤에 잠자지 않고 눈 똥그랗게 뜨고 활동함은 빨리 피 마르라고 고사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신 밤에 충분히 자주기. 게으른 사람들한테 하는 말은 아니고 너무 빡빡하게 사시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 잠을 못이루는 이들이 많다. 소위 불면증. 그렇다고 약을 먹고 자면 되느냐? 그건 아니올시다다. 약으로 잠을 재우는게 몸에 얼마나 안 좋을지는 다들 알고 있을터. 잠을 못자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허약해져서 잠을 자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양기가 쇠하여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있다. 너무 생각이 많아도 잠을 못 이룬다. 잠못드는 그대에게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치료법이 나온다.

“어떤 부인이 생각을 지나치게 하여 몸을 상하여 2년 동안 잠을 자지 못하였다. .. 그 남편과 의논하여서 부인을 성내게 하기로 하여 돈을 많이 받고 며칠간 술만 먹다가 한 장의 처방도 내어주지 않고 가버렸다. 부인이 크게 화를 내고 땀을 흘리다가 그날 밤 곤하게 잠들었다. 이와 같이 8,9일 동안 깨지 않고 잠을 잤다. 이후 밥을 잘 먹고 맥이 평맥(平脈)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담(膽)이 허해져서 비(脾)가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 것인데, 이제 화를 내어 감정을 격하게 하여 담이 다시 비를 억제하게 되었으므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잠이 제대로 들지 못하는 분이라면 성좀 내시라..^^ 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목극토(木克土)의 원리이다. 감정 역시 오행에 배속된다. 성냄은 목(木)의 기운, 기쁨은 화(火)의 기운, 생각은 토(土)의 기운, 슬픔은 금(金)의 기운, 두려움은 수(水)의 기운. 그리고 상생상극의 원리상 목은 토를 극한다. 지금 이 경우 생각이 너무 깊어 토(土)의 기운이 막혀있는 것을 화를 냄으로서 목(木)의 기운을 써서 풀어주는 것이다. 에이, 그런게 어디있냐고? 감정은 단순히 그걸 억누른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러면 속병만 깊어진다. 감정은 그 감정을 상극할 수 있는 감정을 냄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슬프다. 그럼 어쩔건데. 슬픔을 이기는 건 기쁨이다. 그리고 이건 오행의 원리상 살펴보면 화극금(火克金)의 원리인거다. 너무 기쁠 경우에는 뭐가 필요하겠는가? 이게 무슨 원리이겠는가? 앞에 참고하면 쉽게 나오지요? 맞춰들 보시라. 정답은 리플로..^^

노인과 젊은이가 잠자는 것도 다르다. “젊은이는 기혈이 왕성하고 기육(肌肉)이 매끄러우므로 기가 도는 길이 잘 통하여 영기와 위기가 도는 것이 정상 상태를 잃지 않으므로 낮에는 정신이 맑고 밤에는 잔다. 그러나 노인은 기혈이 쇠약하고 그 기육이 마르고 기가 도는 길이 막혀서 오장의 기운이 서로 충돌하게 되고 영기가 쇠약해져서 위기가 안으로 들어가 대신하게 되므로 낮에는 정신이 맑지 못하고 밤에는 자지 못한다.” 연세 드신 분이 잠을 못 자는 것도 원래 의학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거다. 그리고 자는 쪽도 상관있다. 벽을 향하여 자는 것은 음증에 속하며 원기가 허한 것이고, 밖을 향하여 자는 것은 양증에 속하며 원기가 실한 것이다. 그러니, 잠을 잘 때 자신이 계속 벽을 향하고 자고 있다면 원기가 허하지 않은지 체크해 볼 일이다.

잠이 많은 이 역시 자신의 몸을 한 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게 그냥 성격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자기 몸이 그렇기 때문에 잠을 많이 잘 수 밖에 없는거다. 그러니 잠을 줄여야지 줄여야지 말로만, 의지로서만 해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 시간에 산을 다니는게, 자신의 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공부하는게 고칠 수 있는 길인지 고민하는게 낫다. 그래야 고칠 수 있는거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 이 말은 단순히 국민체육을 보급하고자 만들어 낸게 아니다. 몸이 건강해야 자신의 생활이, 자신의 정신이 건강해질 수 있는거다. 그리고 이게 몸과 정신을 나누는 서양의학에 비해 한의학의 차이점이자 강점이다. 정신 역시 몸을 고침으로 해서 나을 수 있다는거. 요즘 유행하는 정신병도 다 몸의 문제에서 시작하는거다. 이 얘기는 길어지니 나중에 하기로 하고. 하여튼 게으르고 눕기 좋아하는 것 역시 몸의 문제다. 이는 비위(脾胃)에 습(習)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게으른 이들이라면 아, 나는 왜 이리 게으를까 자학하는 시간에 평위산을 지어서 먹는 편이 백번 낫다.

마지막으로 잠이 안 오는 이들을 위해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추천 음식. 무궁화를 달여서 먹는거. 고사리. 순채. 잠이 많은 이라면 더덕. 차. 쓴 나물과 쓴 상추. 결명자. 동의보감에는 말의 머리뼈로 배게로 만들어 베면 잠을 자기 않게 된다고 나와있고, 박쥐의 피를 눈에 떨어뜨리면 잠을 자지 않게 된다고 나와있으니 잠을 자지 않으려면 이 방법을 써보심도.

– 담담1
  1. 이 글은 <동의보감>과 <손영기 한의사 홈페이지>를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5개

  1. 그저물처럼말하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저는 잠이 없는 편입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 1.2시) 새벽 5시 정도면 눈이 뜨입니다. 어떤 땐 속상하죠. 그렇다고 다음 날 그렇게 생활의 지장을 받는 편도 아닙니다.
    저 같은 사람은 괜찮은건가요?

  2. 쿠카라차말하길

    하긴 기쁨이 지나치면 현실을 살피지 않고 공중에 붕 뜬 채로 내 달릴 수 있겠네요. 그럴 때 약간의 두려움으로 현실에 발 디딜 수 있게 되겠네요. 기쁨의 불길을 한 점으로 응집시킬 때만 기쁨의 정서는 능력의 증대를 낳겠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뭐, 상품 없나요?

    • 담담말하길

      해설까지 곁들인 완벽한 답안..굿이네요, 굿!! 선물은 제가 마감시간 늦지 않고 글을 보내드리는거?ㅋ

  3. 울새이말하길

    기쁨을 극하는 것이 두려움인가요? 수극화의 원리로. ^^

    • 담담말하길

      정답!! 상품은 수유너머에 찾아오시면 쌍화탕 대접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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