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7호] 중증장애인의 삶은 MB의 하수구에서 질퍽거린다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중증장애인의 삶은 MB의 하수구에서 질퍽거린다.

입법예고된 중증장애인 연금법의 문제점을 공투단 관계자들이 알리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이명박대통령은 작년에 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하고 라디오연설에서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연금을 도입해서 국가가 보살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복지부에서 장애인연금도입을 추진하였다.

이게 웬일인가? 보수정권에서 장애인연금이라는 따뜻한 정책으로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보살피겠다고 하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닌가.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들의 현수막에 쓰여 있는 ‘보다 크고 강한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의 실현이 아닌가. 장애인들은 따뜻한 보수의 맛을 보는가 싶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보다 크고 강한 대한민국’은 G20정상회의 개최, 원전수출, MB의 경쟁교육, 4대강사업 등으로 표현되는 정책일 것이고, ‘따뜻한 대한민국’은 사상최대 81조원 사회복지비 예산 확정으로 친서민 정책일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여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 특히 장애인들을 돌봐주겠다는 공약일 것인데 과연 그러할까?

그렇게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장애인계와 보건복지가족부 그리고 기획재정부와의 지난했던 줄다리기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은 기존에 중앙정부가 중증장애인에게 지원하던 장애수당 13만 원에서 2만1천 원을 올린 15만1천 원, 이름은 장애인연금인 것이었다. 우리는 2만1천 원을 올려놓고 정부가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며 ‘친서민’ 정부라 사기치고 있으니 참으로 억울하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어떤 이는 그래도 13만원에서 2만1천이 올라갔으니 안 올라 간 것 보다는 좋지 않으냐고 물어온다. 그래서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

중증장애인들이 살아가기 위해 장애로 인해 필요한 추가비용이 비장애인에 비하여 20만8천이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금액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비용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기존에 장애수당은 중앙정부가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던 13만원 이외에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추가비용이 존재했다. 울산 5만원, 대구 3만원, 부산 3만원, 서울 3만원 등.

예를 들어, 서울에 살던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수당의 명목으로 16만원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장애인연금 시행으로 서울시에서 지급하던 추가장애수당의 예산이 책정되지 않고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버렸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복지에 대한 정책과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있게 시행해야 할 사항이라며 복지부에 그 책임을 지적하고 있고, 복지부는 지자체별로 장애수당 지급은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추가장애수당은 복지부와 서울시를 오고가는 탁구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에 살고 있던 중증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장애인연금 덕분에 오히려 9천이 삭감된 돈을 받게 된 것이다.

9천원. 누군가는 하루 술값도 되지 않는 돈이라 가볍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노동시장에서 원천적으로 배제 당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에게는 피 같은 돈이다. 그 돈이면 하루 1시간 이상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는 비용이다. 그런데 MB는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바로 앞에서 코를 베어가 버렸다.

한나라당의 ‘보다 크고 강한 대한민국’은 가진 자들의 돈벌이였고, ‘따스한 대한민국’은 가진 자들게 따스한 목욕물이었다. 사회적 약자들은 가진 자들이 목욕하고 버린 물을 하수구에서 겨우 받아 세수하고 있을 뿐이었다.

MB가 외치는 ‘따스한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의 삶은 MB가 책임지기는커녕 하수구에서 질퍽거리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무지 질퍽거린다.

– 박경석(노들장애인야학 교장)

응답 3개

  1. 비포선셋말하길

    크고 강한 대한민국은 가진자들의 따스한 목욕물이란 글귀를 보니 꽃샘추위가 더 춥게느껴지네요.. 더운 목욕물 필요없는 우리들의 화창한 봄날을 만들어야겠어요!! 씩씩한 글에서 힘 얻어갑니다 ^^

  2. 고추장말하길

    단지 ‘생존’한다는 것이 이렇게 ‘급진적’인 의미를 갖는 곳이 또 있을까요. 최옥란 열사 생각이 나네요. 참 3월 26일 싸움이 있지요? 교장 선생님, 좋은 칼럼 고맙습니다. 속초에서의 투쟁을 마치고 밤 늦게 올라와 이 칼럼을 쓰신다는 메시지를 오늘에서야 확인했습니다. 글을 부탁한 사람으로서 너무 죄송하네요. 피로회복제를 들여야 할 판에 피로를 더 했으니. 하지만 교장 샘 덕에 정신 든 사람 많으니 위안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고^^

  3. 쿠라카라말하길

    힘찬 글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건강은 어떠신지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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