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8호] 소리가 들리는 화장품 만들기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소리가 들리는 화장품 만들기

‘피부과 테스트 완료’- 과연 누구에게 안전한 것인가?

화장품을 살 때에 제품에 ‘피부과 테스트 완료’라는 말이 붙으면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을 택한다. 왠지 부작용이 덜 할 것 같고 더 신경을 많이 쓴 듯해서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료’이전에 그 화장품의 개발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테스트를 어떻게, 누가, 누구에게 한 것일까?

화장품에는 독성 화학물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것을 얼마만큼 넣어야 인간에게 부작용이 없느냐이다. 이를 위해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은 실험용으로 길러지고 매매되는 동물이다. 화장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동물실험 중 한 가지 예는 토끼의 눈에 ‘점막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토끼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 과정에서 토끼는 생명을 잃거나 큰 고통을 겪는다. 안전성 실험의 이미지는 세련미 넘치는 연구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현미경에 눈을 대고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 이미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는다. 실제는 꼼짝할 수 없는 틀에 몸이 고정된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토끼, 뼈가 보일 정도로 살갗이 벗겨진 원숭이가 비명을 지르고 있더라도 말이다.

토끼의 고통으로 얼마간의 독성까지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하자. 그럼 그 화장품은 인간에게도 안전한가? 아니다. 안전성을 장담하지 못하기에 친절하게도(?) 화장품의 겉면에 ‘이상 시 즉각 사용을 중지하고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라’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잡지를 읽다보면 화장품 샘플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우왓!! 횡재!! 샘플을 확 잡아 뜯어냈다. 내가 뜯어 낸 것은 샘플만이 아니다.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의 피부까지도 뜯어낸 것이다.

“왜 그렇게 까칠하게 살아~”

화장품의 원료로도 모자라 그것의 안전성을 실험하는 데까지 사용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니 씁쓸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의 화장품을 구매하면 되는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런 회사들의 목록을 알려주면 되는 것인가? 불친절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인터넷 검색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을뿐더러 화장품에 별로 관심이 없다. 또한 화장품 회사들의 목록을 읊으며 글을 마치는 것은 이 글이 의도한 바가 아니다.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안전성이 인간의 피부에게도 적용되는지 의심이 되기 때문에, 오직 내 피부가 걱정되기 때문에 동물실험 화장품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돈만 지불하면 마음대로 이용가능한 생명이 있다고 여기는 생각에 반대한다.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비슷하다. ‘왜 그렇게 피곤하고 까칠하게 사느냐’는 것.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내 피부 타입은 뭔지, 가격은 적당한지 따지기만도 바쁜데 여기에 동물실험 여부까지 확인하면 피곤한 게 당연하다. 하지만 따질 것 다 따져가면서도 피곤하지 않게 생활하는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 삶을 간소하게 만들어버리면 귀찮은 것도 당연히 줄어든다.

로션과 비누 하나면 충분하다

천연 화장품을 만들다 보면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에센스, 로션, 크림에 들어가는 재료는 같다는 것.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이들의 묽기다. 에센스가 가장 묽고 크림이 가장 되직하다. 그런데 광고에서는 에센스, 로션, 수분크림, 아이크림, 밤에는 나이트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들을 바르지 않으면 얼굴 가득 주름이 자글자글 생길 것만 같고 피부색은 거무튀튀해질 것 같다. 하지만 광고는 다 뻥이다!! 로션 하나면 충분하다. 로션을 한 번 바르고 나서 좀 건조하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한 번 더 덧바르면 된다. 샤워할 때는 바디 클렌져, 세안은 폼 클렌져, 머리 감을 때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도 비누 하나면 된다. 이들도 만드는 원리와 재료가 같다.


작은달팽이공방 겨울 워크샵 때. 화장품을 만들다 보면 그 동안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만든 것을 흘리지 않고 정확히 용기에 넣는 능력!! 한 번에 정량을 계량하는 능력!! 사람들이 혹할 만한 이름을 붙이는 능력까지!! 이 날 만들었던 화장품에는 몇 가지 뒷 얘기가 있지만 밝히지 않기로 한다. 흐흐흐

달팽이 공방에서는 화장품과 비누를 만들어 쓰고, 팔기도 한다. 시중에서 파는 화장품이 동물들의 비명과 피 냄새를 지워버리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면, 공방에서 만드는 화장품에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세미나실과 주방에서 만들어진다. 한 손으로 간식 먹고 다른 한 손으로 오일 계량하느라 정량대로 넣지 못하기도 하고, 수다를 떨다가 만드는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간혹 어떤 재료를 깜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발라봤을 때 별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또 하나의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항상 별 문제가 없기는 하다. 천연 화장품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식물성 오일과 식물성 유화제인데 이들은 음식에도 들어가는 것들이다.)

굳이 여기서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만 천연화장품을 사용하면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토끼, 원숭이의 애처로운 눈빛을 피하지 않을 수 있고,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니(오일을 계량해서 가열한 뒤 유화제와 섞어주면 끝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걱정도 적다. 로션 하나, 비누 하나로 미용제품이 해결되니 주머니 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14일부터 달팽이 공방 봄 워크샵(http://nomadist.org/xe/kong)이 열리고 있다. 천연화장품, 천연비누에 관심은 있지만 만들어 쓰는 것이 귀찮았다면 이번 기회에 공방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겠다.

– 사루비아 (쿨럭. 제 글의 마무리는 항상 공방 광고로군요;;;)

응답 2개

  1. 쿠카라차말하길

    예전에 시골에 살 때는 빨래하는 비누와 몸 씻는 비누가 하나였는데, 그게 나눠지고 난 다음에는 머리 감는 샴푸와 몸 닦는 비누가 나눠지고, 그 다음에는 얼굴 씻는 비누와 몸 씻는 비누가 나눠지고 그 다음에는 또 손만 씻는 비누가 생기고,,,자꾸 세분화되더라구요. 결국 하나면 될 걸…화장품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영은말하길

    뽀뽀를 부르는 립글로스~ 가 기억에 남는군요! 하핫. 수분+자외선차단 크림 만들 때 또 슬쩍 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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