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8호] 정력강화법

- 담담

‘정력강화? 오호라. 요즘 가뜩이나 기력이 딸리는데 잘 됐군. 우힛..’ 눈이 휘둥그레져서 들어들오셨을게다. 그런데 죄송하다. 낚이셨다.^^ 파닥파닥.

정력강화라고? 혹해서 들어오셨을거다. 하지만, 중요한건 강화가 아니라 지키는거다.

그렇다고 다시 ‘뒤로’ 버튼 눌르시지 마시고 한 번 읽어들 보시라. 현대인들의 환상중의 하나. 무언가 몸에 좋은 것, 희귀한 것, 비싼 것을 먹어야 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환상. 그래서 개구리며, 지렁이며 몸에 좋다는건 어떻게든 챙겨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정은 어떻게 채울것이냐 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있는 정을 보호할 것인가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랄까? 정이란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 태어난 것과 후천적으로 먹고 활동함으로서 생성되는 것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절대적인 것은 타고 태어난 선천의 정이다. 그러니 몸에 좋은걸 먹어서 보충하는 것보다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력에 좋다면 뭐든지 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변강쇠가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란 말이다.

동의보감의 처음 장이 무언지 아시는지? 그렇다. 신형(身形)이다. 몸의 전체에 대해서 말하는 장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장이 정(精)에 관한 부분이다. 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 안해도 알리라. 육체보다 먼저 생기는 것이 정이다. 그만큼 정은 몸의 근본이다.

“양생(養生)의 도(道)는 정액을 보배로 삼는다. 이 중요한 보배를 고이고이 간직하라. 여자 몸에 들어가면 아이가 태어나고, 제 몸에 간직하면 자기 몸을 기른다. 아이를 밸 때 쓰는 것도 권할 일이 아닐진대 아까운 이 보배를 헛되이 버릴 수 있는가. 없어지고 손상함을 자주자주 깨닫지 아니하면 몸이 약하고 쉬이 늙어 목숨이 줄어들게 되리라.” – 동의보감

아이를 가질 때도 쓰는 것을 권하지 않을 정도로 도가 계열에서 정은 자기 몸을 기르는데 가장 소중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양생의 기본은 정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나 말하면서 걷는거 안 좋다. 노래하면서 걷는게 안 좋은거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말 안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이를 달리 보자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으리라. 말을 많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정이 부족한 사람이다. 자신의 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정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레 말이 없어지는거다. 그냥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말하는걸 부끄러워해서 말이 없는게 아니라, 말하는게 정이 소모되는 것을 몸이 스스로 알기에 몸이 말을 줄여가는 것이다. 그러니 말을 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말을 많이 할 수 있을만큼의 정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에서 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물론 성생활을 조절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오죽하면 동의보감에도 뜸을 뜨는 것보다 오히려 혼자 자는게 더 효과가 있다고까지 나와있겠나. 사람의 몸에는 총 1되 6홉의 정이 있다. 보통 한 번 성생활을 하면 반 홉 가량 잃는데, 잃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정액이 줄어들고 몸이 피곤하다. 서양에서는 정은 쓰면 계속 보충되어 지는 것이지만, 동양에서는 선천적으로 받고 태어난 양은 정해져있다. 물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 지하철 역사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카피.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은 아니라는 말. 이 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자라고 꼭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별로 없는 듯.. 하지만 침, 정은 흘리지 말자!!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은 오장에 배속하자면 신(腎)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간심비폐신은 단지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꼭 일대일로 매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신체의 눈에 보이는 장기보다, 오히려 그것의 작용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신(腎)을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 여기서 신은 단순히 신장만이 아니라, 그 신이 정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수승화강시키는 그 원리 자체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은 얼굴에서 보자면 귀에 해당한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귀에 이어폰끼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있는 이들이 많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한테까지 들리도록 쿵쿵 울리는 비트 소리는 이 사람이 과연 이렇게 크게 음악을 듣고도 버티는게 용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들어야 무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눈치채셨겠지만, 이는 귀를, 정을 손상시키는 지름길이다. 요즘 학생들 이어폰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이들이 많던데, 집중력의 문제도 있거니와, 이것이 정을 해치는 것임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정충의 수는 지혜와도 상관이 있다. 그러니 귀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책을 읽는게 얼마나 안 좋을지 알만하지 않겠는가. 요즘들어 이상하게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요즘 너무 정을 많이 소모하고 있는게 아닌지 일단 생각해 보시길. ㅡㅡ;

해구신, 웅담, 산삼보다 좋다는 밥물^^

그럼 정력에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해구신? 웅담? 산삼? 다 틀렸다. 이런거보다 더더더 좋은 것이 있으니.. 짜짠. 밥물이 되시겠다. ‘에게, 고작 밥물이라고?’ 그렇다.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 걸쭉하니 고인 밥물. 이것이 정의 농축액이다. 그러니 밥이 보약이라는 말 그냥 단순한 비유나 농담이 아니다. 매일 먹는 음식이 정(精)이 되기 때문에 쌀 미(米)자에 푸를 청(靑)자를 합해서 정(精)자를 만든 것이다. 달고 향기로운 음식에서는 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오직 보통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보충할 수 있다.

– 담담1
  1. 이 글은 <동의보감>과 <손영기 한의사 홈페이지 마이너스클럽>을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7개

  1. 구름을벗어난달말하길

    헐! 낚이긴 했지만 아주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2. 여하말하길

    경험 상 지당한 말씀! 그래서 난 학생들에게(아직 우리 애들에게는 못했는데) 가능하면 딸딸이 치지 말라고 합니다. 나도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확실히 강의 등으로 말 많이 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차이가 있어요. 무슨 차이냐구요? 훠이~ 애들은 가라!

  3. 담담말하길

    많이들 낚이셨네요..낚시한 보람이 있군요..ㅡㅡ; 하지만 정은 지키는게 중요하다는걸 강조할려고 자극적인 제목을..ㅎㅎ 물론 소언, 소식, 소행이 장수의 비결이기는 하지만, 정은 무언가를 먹으면서 보충되는 것보다 외부와의 접속의 교집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말을 하더라도 어떤 말을 하느냐, 그리고 그 말을 통해서 무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4. 북극곰말하길

    정 잘 챙기겠습니다. 말도 좀 덜하구..아니 많이 해야하나?? 암튼 낚였습니당!!

  5. 쿠카라차말하길

    낚였어요. 정이라는 글자에 쌀미자가 들어가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요즘 머리가 안 돌아가고 기억력이 급강하중이었는데, 말 많이 하느라 정을 낭비해서 그런가? 밥끓어 먹어야겠다.

  6. 박카스D말하길

    귀와 ‘정’이 통하고 있었다니…
    앞으론 음향을 낮추고 노래를 들어야겠네요.
    ‘정’력강화법 잘 들었습니다.

  7. 고추장말하길

    허걱! 내가 요즘 피곤한 이유… 정이 딸려서인 것 같군~ 담담 선생 처방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으니 아무 할 말이 없네요. 일단 밥부터…(불끈!)

댓글 남기기